신진 인력 양성, 소공인들의 든든한 지원에 ‘올인’
서울시가죽제조지원센터는 가죽패션 제조산업에 IT를 접목한 스마트장비를 도입하여, 가죽패션산업에 대한 다각적이고 전문화된 지원으로 도심 제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조성되었다. 또한, 가죽패션 제조산업의 발전을 위한 전문 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여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동 센터를 방문해 홍찬욱 센터장을 만났다.
<편집자주>
강동구는 가죽제조와 어떤 연관성이 있어 센터가 설립되었나?
“서울 강동구 지역은 가죽 제조와 관련한 스토리가 있는 지역이다. 과거 이 지역은 행정구역상 경기도 광주에 속한 지역이었는데 오래 전부터 가죽 제조와 관련된 업체들이 밀집되어 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60~70년대부터 가죽제조업체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88올림픽 이전에는 약 4천여 업체가 서울 강동, 송파, 일원동 일대에 포진해 있었다. 가방 중 수량이 적고 고급 제품은 서울 동쪽인 이곳 강동 지역에서 많이 생산했고 대량 생산 제품은 서쪽 양천구에서 주로 생산했다. 과거 세계적인 브랜드인 프라다(Prada) 등도 이곳에서 생산했을 정도다.
그런 역사를 거치면서 지금 서울 강동, 송파 일원과 중랑구 면목동, 그리고 넓게는 경기도 구리 지역까지 거대한 가죽 제조 벨트가 형성되었다. 지금은 경기도 양주가 가죽 가공단지 형성하고 있어 이 지역과 활발한 연계를 하고 있다. 강동구가 가방 집적지로 인정받는 것은 센터를 중심으로 암사1동, 2동, 천호2동 등 근접권에 50개 업체 이상의 많은 업체들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방과 관련된 금속부자재 전문 상권이 서울에서 유일하다시피 성내동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의 많은 패션부자재 전문상가가 있지만 가죽금속 장신구 전문 상권은 성내동이 유일하며 이곳에 약 200개 업체가 모여 있다.
많은 가죽제조 공장이 몰려 있지만 한가지 특징은 대부분 업체들이 간판이 없고 지하층에 공장을 두고 있다. 대부분 공장이 그런 특성이 있는데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 이미테이션 제품 제조와 관련이 있다. 한 때 이미테이션 가방 제조가 반짝 성행할 때가 있었다. IMF 직후인데 그 때는 그런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던 시대였다고 한다. 또 한가지는 가죽 제조는 본드 냄새는 나지만 분진이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지하 공간에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죽제조업의 규모가 상당하다는데 어느 정도인가?
“2019년 기준 강동구에서 가죽 제조와 관련된 매출이 6조원 정도다. 그 이유는 고가 브랜드가 이쪽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M, L브랜드가 강동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가죽 가방 제조는 대표적인 고부가 산업이다. 그런 이유로 지역에는 아직까지 고숙련 기술자가 떠나지 않고 남아 있다. 관련된 철형집이나 금속 소재, 부자재 업체들이 형성되어 있고 많은 패션기업이 강남 지역에 몰려 있어 그곳과 가까운 강동구 지역이 자연스럽게 가죽 제조 클러스트가 된 것이다. 가죽 제조와 관련되어 주요 시설이나 상권이 종로나 동대문이 아닌 강동에 자리잡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가죽 원단은 맞춤이 많다. 이곳에서 소요되는 가죽은 양주 가죽피혁단지에서 맞춤 생산되어 조달된다.”
센터는 주로 어떤 업체들을 지원하고 있나?
“집적지에 위치한 많은 소공인들과 가죽 제조에 관심을 가지고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센터는 젊은 디자이너를 배출하는 창구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인력들이 소공인과 연계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주는 것도 좋은 역할이다. 다행히 요즘 젊은 감각을 가진 신진 인력들이 우리 센터를 많이 찾는다. 다른 센터와는 달리 우리 센터의 특징 중 하나가 젊은 인력이 많이 온다는 것이다. 백에 매력을 느끼고 배우려는 수요가 많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한다.
패션업계에서 ‘옷 팔아서 돈버냐 백 팔아서 돈번다.’라는 말이 있다. 가죽 백 시장은 고부가가치 분야여서 사실 먹거리가 많다. 임가공비도 의류에 비해 높다. 기술 있는 가죽 가방 제조업체에서는 가방 하나 당 7~8만원 수준의 가공임을 받는다. 실력 있는 업체들은 1년 내내 일감이 끊어지지 않고 만들기도 한다. 저 역시 이곳에서 오랫 동안 가방 분야에 몸담고 있는데 이 업 자체는 괜찮다고 본다. 아쉬운 것은 젊은 친구들 중에 현장에서 가방 제작 일을 배우려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그들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보길 기대한다.
젊은이들의 도전이 가능한 것은 가방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가방이 좋은 것은 최소 수량이 30~50개도 가능하다. 그리고 요즘 재료비는 싼데 좋은 것이 많이 나온다. 친환경 비건 레더 같은 것이 대표적인데 재료비는 싸지만 퀄리티는 좋아져 부가가치도 높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가방 쪽에 도전한 신진 디자이너들이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한다. 이들은 소량의 경우에는 국내에서도 생산하지만 물량이 어느 정도되면 해외 생산을 주로 한다. 가죽 가방의 해외생산 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물류 문제로 한 때 주춤하기는 했지만 중국 천진에 샘플을 요청하면 2일이면 퀵으로 국내에 도착할 정도였다. 젊은 창업자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면 이윤 추구 때문에 해외 생산을 고려하지만 국내 소공인들과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가죽 분야라 봉제와는 다르게 센터 활용도가 아주 높다고 들었다.
“센터 설립 이전에 이미 가죽창업지원센터가 2016년부터 가동되고 있었다. 저희 센터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센터 운영 경험이 있고 이 지역 업체들과의 인연, 그리고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센터 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본다. 저를 비롯해 센터 관리 인원들이 대부분 가죽제조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따라서 센터를 찾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원할하다. 저 역시 가죽제조 분야에서 오랜 시간 몸담았기 때문에 이 센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많은 시간 고민하고 실행해왔다.
센터 운영은 전문성과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 운영 인력 전부가 이 분야 전문가들이고 연계성이라면 민관공을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소공인과 창업자, 그리고 센터,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서울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창업자들의 창업기금 조달을 돕고 있고 공기업들의 굳즈 제작을 창업기업과 연결해주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실행하는 것이다. 센터 시설 활용에 있어서는 봉제 지원센터와는 좀 다른 측면이 있다. 가죽 제조는 대형 면적의 작업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 센터 정도면 디자인 제작이나 샘플 생산이 손쉽게 가능하다. 가죽 제조는 사실 작업테이블 하나면 가능하다.
우리 센터는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갖추기 힘든 특수 장비는 이곳에서 사용하면 편리하다. 프레스 한번 외주로 보내 찍으면 다 돈이다. 철형이나 패턴을 만들기 위해 수정 몇번 하면 돈이고, 시간 다 보낸다. 그러나 이곳에 오면 10분도 안되서 처리가 가능하다. 철형 대신 자동 재단기로 처리하고 패턴도 캐드로 수정하면 된다. 불박 제작도 이곳에서는 자동 장비로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주변 공장들은 우리 센터를 대부분 잘 활용한다. 이용하면 할수록 돈이 되니까. 센터 활용이 많다보니 업체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야간이나 주말에도 필요하면 문을 열어 준다. 단 센터 시설 활용은 공정하게 한다. 센터 활용을 모든 업체가 공평하게는 할 수 없지만 공정하게는 할 수 있다.”
주변 소공인들이 주로 어떤 것을 생산하나?
“센터와 연계된 소공인들은 고가에 속한는 명품 브랜드를 만들지는 않는다. 명품 브랜드에서 요구하는 여건을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 고가 브랜드들은 내수 판매보다는 주로 수출을 통해 매출을 올린다. 고가 백 시장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ESG가 필수인 시대다. 소규모 공장들이 이 여건을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고가 브랜드들은 QC 역시 까다롭다. 실색깔, 땀수 등등 요구하는 품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장비, 환경 여건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그런 제품은 대부분 1차벤더만 할 수 있다. 규모 있는 1차 벤더들은 전기 시설, 장비부터 친환경 제품으로 갖추고 스마트팩토리, 전산화, 4차 산업 단계까지 수준을 높여야만 수출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주변 소공인들은 대기업, 중소 패션브랜드 제품이나 중소 규모 전문 가방 브랜드, 신진 디자이너 제품들을 주로 만든다.”
소공인들이 고급 브랜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소공인나 일부 소규모 제조업체 입장에서 고급 브랜드라고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패션 브랜드나 중소 업체들과 일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고가 브랜드 중에는 효율을 유난히 강조하는 업체가 있다. 이는 이윤추구와 관련이 있는데 최대한 생산비를 줄이고 이윤을 늘리기 위함이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샘플실이나 인력을 축소하고 그런 역할을 벤더에 맡겨 효율을 높인다. 그러나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교육시키고 협력업체들과 거래한다. 해외공장에서 생산해도 자체 인력들이 교육시켜서 생산한다. 내부 인력을 비용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이라고 보는 국내 브랜드와는 다른 점이다.
그야말로 명품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끊임없이 교육이 되고 새로운 인력이 육성되고 브랜드가 관리되면 어느 순간 명품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가방 제조 관련 교육시설이 변변한 곳이 없다. 이탈리아의 가방 클러스터를 가면 중심부에 가방 제조 관련 학교를 아주 멋지게 만든다. 그곳에서 교육받고 나온 인력이 현장에 나와 가운을 입고 가방을 제조한다.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외국 명품 가방 제조는 역사가 100년이 넘는 곳이 많다. 우리는 고작 몇 십년이다. 기술은 따라 잡을 수 있어도 그 시간을 따라 잡기는 힘들다. 그래서 교육 부분이 아쉽다. 지원센터 많이 만들지 말고, 교육을 위한 전문 학교 하나라도 변변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나라 가죽제조 환경은 어떻다고 보나?
“가방 제조를 굳이 럭셔리 브랜드에 초점 맞추지 않는다면 우리 나라는 좋은 제조 환경을 가지고 있다. 가죽 가방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면서 복합 산업이다. 가방은 금속부품, 가죽, 안감 등이 소요되는 입체 제품이다. 그리고 과거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명품백을 제조했던 기술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소재 발전 속도가 빨라 과거 기술이 먹히지 않을 때가 있다. 과거의 봉제 방식이나 기술로는 안되는 것이 있다.
또한 디자인이 난잡해져서 봉제에 애를 먹기도 한다. 결국 이럴 때는 장비에 의존해야 한다. 요즘 재봉기는 과거와는 달리 뛰어난 기술이 접목된 것도 많다. 최신 장비를 활용하면 10년 정도의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는 결국 사람이 해야한다. 최종 조립에 있어 기계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결국 사람의 감각과 경험, 기술로 처리해야 한다. 가방 제조에 있어 해외의 앞선 스마트팩토리에서는 재단, 이송, 본드칠 등은 로봇팔로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조립 공정은 사람이 직접 재봉기를 다루며 완성한다. 과거 재단이나 본드칠을 하던 인력들은 로봇이 대신해 사라졌을까? 그들은 그 작업 대신 최종 조립 부서로 보내 일하게 한다.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공장이 커지면서 오히려 사람이 늘어난다고 한다. 스마트팩토리가 성공하면 고용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센터 운영 방향을 제시한다면?
“소공인들과 신진 인력들이 센터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창구로서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센터는 대기업이나 이윤이 많은 기업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센터가 어려움에 처한 소공인들에게 산소호흡기와 같은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뭔가 발전적인 것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인력들을 더 육성시키고 그들과 연계된 윈윈을 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주는 창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