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르뽀 | 상해 ITMA ASIA + CITME 2018 참관기

10월 15일(월)부터 19일(금)까지 5일간 열린 ‘2018 ITMA 아시아+중국국제섬유기계전시회(2018 ITMA ASIA+CITME)’에 2박 3일 일정으로 참관했다. 상하이 국가 전시 컨벤션 센터(上海国际会展中心, Shanghai National Exhibition Convention Center)에서 개최된 ITMA ASIA는 아시아 최대의 섬유기계 전시회로, 스마트 팩토리, 4차 산업 혁명의 흐름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현장이기도 했다. 현장의 분위기와 참관객들의 반응을 소개해본다. <편집자주>

아시아 최대 섬유기계 전시회 ‘2018 ITMA 아시아+중국섬유기계전시회(2018 ITMA ASIA+ CITME)’가 막을 올렸다. NECC(Shanghai National Exhibition Convention Center)에 도착하자 사람이 많은 개장 시간대를 넘어 도착했는데도 전시장 입구에 참관객들이 제법 모습을 보였다. 입장 절차는 다소 까다로웠다. 검표 요원들이 일일이 표의 QR 코드를 검표기로 확인했고 거의 공항 수준의 보안 검색도 있었다. 방사선 보안 검색대에 가방을 올려놓아야 했고 보안요원들이 금속 감지 장비를 가지고 일부 참관객들의 몸을 수색하기도 했다. 국내와는 다른 상당한 수준의 보안 검색이 다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유럽섬유기계생산자협의회(CEMATEX)가 주최하고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중국섬유기계협회(CTMA) 등이 주관하는 2018 ITMA ASIA는 28개 국가에서 1,733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총 170,000㎡의 면적으로 7개 홀(1H, 2H, 3H, 4.1H, 5.1H, 6.1H, NH) 규모로 진행됐다. 실제로 전시장의 크기는 2박 3일 일정으로는 다 돌아보기 힘들 정도였는데, 원사에서부터 직물, 염색, 니트, 염료 등 분야별로 다양한 섬유기계를 볼 수 있었다.

전시면적만 17만 평방미터,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회

각종 자동화 기계가 전시된 리치피스 부스

섬유기계 및 설비류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로봇, AI 계와 무인화 설비 등이 출품되어 시선을 떼지 못하는 참관객들이 곳곳에 보이기도 했다. 11시에는 별도의 미팅 룸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기자회견에서는 중국섬유기계협회(CTMA) 회장 왕슈 티안이 이번 전시의 기본 상황을 소개하고, 전시회의 세 가지 관람 포인트를 소개, 강조했다. ①점점 더 엄격해지는 환경 요구 사항에 부합하는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기술, ②시장의 요구에 따라 기업들이 제안하는 더 강력한 에너지 절약, 배출 감소 솔루션, ③많은 참가자들이 선보이는 스마트 생산 기계. 또한 왕슈 티안은 이러한 섬유 기계 전시회가 산업의 기술 진보 및 산업 구조 조정에 중요한 공헌을 했으며 산업의 생산 상태를 크게 개선했다고 말했다.

YIN 부스의 자동 재단기

한편, 유럽 섬유기계 생산자 협의회(CEMATEX) 제1 부사장 에르네스토 마우어(Ernesto Maurer)는 “업계 동향과 최신 기술을 파악할 수 있는 섬유 기계 전시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섬유 기계 산업의 미래상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세계 섬유 기계 엘리트들이 섬유 기계 전시회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으며, 따라서 올해의 섬유 기계 전시회는 전시 업체 수와 전시 규모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합니다.” 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전시회장에 들어서서는 우선 5.1H로 향했다. NECC 전시회장은 네잎클로버 형태의 건물로, ITMA ASIA가 전시회가 치러지는 공간은 네잎클로버의 잎 3개분의 6개 홀(1H, 2H, 3H, 4.1H, 5.1H, 6.1H. 잎 하나 당 2개의 홀), 북쪽에 별도의 홀 하나(NH, North Hall)를 포함해 총 7개 홀이다. 5.1H로 우선 향한 이유는 ITMA ASIA 측에서 제공한 본지의 부스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쯔 베커르트는 4H에 초대형 부스로 참가했다

미리 설치된 부스를 가볍게 정돈하고 취재에 나섰다. 5.1H는 염색·가공기, 프린팅기 및 의류 관련기기가 전시되어 있는 관으로, 본 전시회에서 얼마 없는 재단기·자수기 등의 의류 관련기기 등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했다. 한편 산업용 본격적인재봉기는 발견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조제 등 주요 중국 재봉기 업체의 최신 기계를 조금이나마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탓이었다. 전시된 의류기계업체들은 업계에 부는 자동화 바람을 대변하듯 저마다 CAM 시스템이 적용된 기계들을 선보였다. 각종 자동화 봉제주변기기로 익숙한 리치피스도 이에 가세해 퀼팅기, 재단기 등을 전시했고 최근 바람이 불고 있는 스마트 행거 시스템을 선보인 업체도 있었다.

스마트 행거를 비롯한 자동화 장비 다수 아쉽게도 재봉기는 출품되지 않아

한편 베개를 완전 자동화로 생산하는 기계를 선보인 업체도 있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다. 해당 기계 내부에서 타사 재봉기가 언뜻 보였는데, 그 탓이 아닐까 싶다. 5.1H 에는 이 외에도 각종 프린팅기와 가공기가 전시되었는데, 중국 업체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에 기반하고 있는 업체도 다수 참가했다. 잠시 본지 부스로 돌아왔는데 다소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부스에 없던 물건과 간판이 널려있고 남성 두 명이 캐리어에 잡동사니들을 집어넣는 이해 못할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보안 요원 서너 명이 지켜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기자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부스를 점거, 물건을 팔던 잡상인들이 보안 요원에게 적발되어 철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시회장 입구에서 다소 엄격했던 보안 검사도 이해가 되었다. 전시회 관람객들의 물건을 노리는 도둑들이나 물건을 파려는 잡상인들이 많았던 것이다. 곳곳에 공안들이 도둑에 주의하라는 경고문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첫 날은 5.1H 관 한 곳을 돌아보는데도 시간이 꽤 소요되어, 다른 관을 잠시 둘러보자 그대로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이튿날은 5.1H 관을 제외한 나머지 전 관을 1H 관부터 순서대로 둘러봤다. 1H, 2H관에는 와인딩기, 연사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수백 개의 실패에 한번에 실을 감는 와인딩 머신이 여러 대 전시되고 있는 모습에 잠시 압도되기도 했다.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계업체들 한국 업체도 28개사 출품

3H에는 직기 및 준비기가 전시됐다. 유럽 및 일본 업체들이 다수 출품한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전개되는 모양새였다. 도요다, 피카놀 등 이름이 알려진 업체들의 제품이 전시됐는데, 기존 기종보다 성능이 업그레이드됐으나 특별히 부각된 기종은 없었다는 참관객들의 후문이다. 4.1H에는 편직기 등 니트 관련 기계들이 전시됐으며, 봉제없이 니트 의류 한 벌을 짜내는 홀 가먼트 기계 또한 전시됐다. 또한 재봉·제직기 바늘 전문 독일업체 그로쯔 베커르트가 초대형 부스 규모로 참가해 영업활동을 벌였으며, 이날은 편직기에 사용되는 바늘 등을 소개했다.

중국 업체, 유럽 업체가 다수인 가운데 한국에서는 28개 업체가 참가했다.

6.1H에는 염색·가공기가 주를 이뤘으며 이외 실험 장비들과 재활용 섬유 관련 기계들도 보였다. NH에는 각종 섬유기계 부속 업체들이 모습을 보였는데, 삼성 제침을 비롯해 다양한 업체들이 부속을 전시했고, 섬유 관련 매체나 전시회 홍보 부스도 이곳에 있었다. 2019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ITMA 전시회 홍보 부스를 비롯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매체 또한 모습을 보였다. 전 관을 돌면서 한국 업체들도 군데군데 목격했다. 이번 전시회에 한국 업체는 한국섬유기계협회 주관으로 총 28개 사가 출품했는데, 부스 디자인을 통일해 어느정도 안정감 있는 모습이었다. 전시 참관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난 후에는 동행한 인원을 비롯한 참관객들에게 전시 참관 소감을 들었다.

중국업체의 카피를 두려워해 ‘알짜’는 빠졌다는 평가도

참관객들은 흥미로운 기계가 많았지만 정말 최신 기계, 이른바 ‘알짜’들은 나오지 않았다고들 평했는데, 중국업체의 카피를 두려워해 최신 기술을 적용한 기종들을 업체들이 출품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이들의 추측이었다. 한편 중국의 기술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는 언급도 곳곳에서 들렸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중국 장비가 점점 더 매력적이 되어간다는 이야기였다. 전체적으로 들여다봤을 때, 기자의 눈에도 어느 관에서나 ‘기존 글로벌 업체 vs 도전하는 중국 업체’의 구도가 보였다. 어느 기계 분야에서나 중국이 거칠게 따라붙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정리하자면 이번 ITMA ASIA는 4차 산업혁명 등 업계의 방향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섬유기계 분야에서의 중국의 도전이 어느 수준까지 닥쳐왔는지 알 수 있었던 전시회였다. 다만 업체들이 ‘몸을 사렸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내년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ITMA 2019 또한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취재: 이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