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interview | 하동호 | 소윙바운더리스 대표

소윙바운더리스는 하동호 대표가 운영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봉제업계와의 협업 프로젝트 ‘마스터의 재발견’ 및 섬유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다듬(DADUM)을 진행한 바 있다. 해당 프로젝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동호 대표를 만났는데, 디자이너 브랜드와 봉제공장이 어떻게 공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편집자주>

“동대문 시장에서 일을 시작해서 13년째 패션 일을 하고 있어요. 동대문 시장, 프로모션, 내셔널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 다 거쳐보고 제 브랜드를 했습니다. 동대문 거래처, 내셔널 브랜드 거래처를 다 경험해본 거죠. 그래서 시스템을 잡는 게 편했고, 어떻게 해야 확실하게 갈 수 있는지 알고 브랜드를 시작한 거예요. 저희는 공장, 생산에 대한 트러블 문제는 전혀 없고, 퀄리티도 안정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소윙바운더리스는 디자이너 브랜드다. 하동호 대표는 여타 여러 곳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거치다 2013년에 소윙바운더리스를 론칭했다.

‘마스터의 재발견’ 협업 의상

광저우 패션위크, 서울패션위크, 런던 컬렉션 맨즈, 퓨어런던, 패션코트, 상하이모드, 상하이 시크, 대구패션페어 등 다양한 행사에 참가했고, 2016년에는 넥스트젠 어워즈 남성복 부분 1위를 수상했으며 2017년에는 코리아 디자이너 패션 어워즈 신인상을 수상했다. BMW, NAVER, KOLON, REEBOK, LECAF, LECOQ, RAWRAW, SAMSONITE 등 다수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디자이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가 성공적인 행보를 밟아왔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하동호 대표를 섭외하게 된 건 ‘2019 서울국제패션봉제포럼’에서 하 대표가 섬유패션업계 협업 사례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중랑구 봉제장인과의 협업 프로젝트 ‘마스터의 재발견’과, 섬유업체와 협업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다듬(DADUM)’을 진행한 바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와는 평소 접점이 없었기 때문에 흥미가 생기기도 했고, 하동호 대표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올해 진행한 두 프로젝트 이외에 다른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은 없습니다. ‘마스터의 재발견’의 경우 봉제장인 분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재고로 남아있는 의상들을 리폼, 새 옷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였습니다. 중랑구 소재 봉제조합 셋과 디자이너 셋이 각각 매칭되어 의상을 만들게 됐는데, 제작된 의상들은 네이버 디자이너윈도를 통해 전량 매진됐습니다. 지자체 비용이 지원되는 프로젝트였고 구매자들도 리사이클링 의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죠.”

소윙바운더리스 사무실

하동호 대표는 인터뷰 내내 차분했고, 진행한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는 과장 없이 침착하고 솔직한 의견을 피력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윈윈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저희 측의 인지도를 높이고, 공장 측도 자신의 공장을 홍보하는 효과가 있었죠. 지자체에서 초기비용이 나오긴 했어도 결과적으로 판매를 통해 수익도 났으니 누구 하나 손해 볼 것 없는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업화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에서는 부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섬유업체와 진행한 ‘다듬’의 경우, 재고로 남아있던 원단을 단순 제공하는 형태로 협업이 이루어져서 업체 측에서 시간과 인력을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한편 ‘마스터의 재발견’ 프로젝트의 경우 봉제업체들의 시간과 인력이 소모되는 일이고, 제작되는 의류 또한 기존 의류를 리폼한 것이기에 새제품과는 아무래도 퀄리티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봉제업체 입장에선 새 오더가 훨씬 깔끔한 일일 수 있죠.”

단발성 프로젝트로는 성공적이었지만, 전면 사업화하기엔 다소 리스크가 있다는 게 하 대표의 설명이었다. “그래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봉제업체도 그렇고, 디자이너 브랜드도 그렇고, 마케팅하고 유통한 업체들도 그렇고, 제품을 산 고객도 그렇고, 어느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거예요. 기획자를 제대로 갖춰서, 와디즈나 카카오 메이커스 같은 크라우드 펀딩 회사와 만나게 되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어요. 또 저런 ‘사회적 제품’을 좋아하는 고객들을 찾아간다면, 서로서로 손해 보지 않는 구조를 만들 수 있죠.” 한편 봉제업체들과 상대하면서, 오더를 주는 입장에서 느끼는 점은 없는지 궁금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봉제업체들의 ‘얌체’같은 행동에 대한 불만을 들을 일도 있기 때문이다.

하동호 대표는 디자이너와 CEO, 양쪽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싸우기 바쁜 경우도 많죠. 저희는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사람이고, 봉제업체는 납품을 해야하는 입장이니까요. 그렇지만 어떤 봉제업체와 만나느냐는 결국 브랜드에 달린 문제인 것 같아요. 단가가 비싸더라도 깔끔하고 체계적인 봉제업체들에게 일을 맡기면 문제가 없어요. 한편 시장을 상대로 하는 봉제업체들은 다소 ‘얌체’가 되어야 맞는 거죠. 클라이언트들도 ‘얌체’니까요.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만드는 제품의 ‘급’들이 다 달라요, 어느 정도의 퀄리티로, 어느 공장에서 만들지는 브랜드의 선택이죠. ‘얌체’같이 구는 봉제업체가 있으면 안 쓰면 그만이에요. 그런데 줄 수 있는 단가에 제한이 있어서, 그 가격밖에 못 줘서 쓴다면, 결국 그건 브랜드 스스로의 책임도 있는 거죠. 저희도 엄청 다양한 봉제업체를 써요. 기획생산, 단체오더 같은 건 정말 싸게 만들어야 합니다. 공장도 그에 맞는 걸 쓰죠. 한편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거나 정말 좋은 오더가 들어오면, 내셔널 브랜드만 하는 체계적인 공장에 가서 의뢰를 하는 게 맞는 거죠. 같은 옷인데도 단가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납니다. 그건 결국 선택의 문제이지, 봉제업체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봉제업체들은 시장을 끼고 하는 업체들이 대부분이에요. 시장의 성격이 그렇다 보니 봉제 업체 이미지가 대부분 ‘얌체’로 잡히는 경향이 있어요.”

소윙 바운더리스의 메인 거래처는 한국에 있고, 거래한 지 10년이 넘은 사이라고 했다. 수량이 많으면 해외로 가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을 해야 한다면 국내에서 한다. 하 대표는 제품이 소량이면 공임 1, 2천원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공장 잡는 노하우요? 100% 입맛에 맞는 공장은 사실 잘 없어요. 조금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일단은 사람에 대한 서로의 믿음이 중요합니다. 제가 오래 거래해온 공장은 그래요. 그 사장님도 제가 ‘새끼’ 때부터 일 해온 것을 봤고, 브랜드 시작하면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 다음에 제가 잘 되면서는 도움도 많이 드렸구요. 지금은 그 공장에서 제 일이 가장 큰 오더는 아니에요. 앤더슨 벨 같은, 물량이 많은 브랜드들이 그곳에서 많이 하거든요. 그래도 저희 물건이 들어가면 가장 먼저 재단을 할 수 있어요. 그런 신뢰가 있는 거죠. 서로 바꿀 이유가 없어요. 원하는 가격 서로 맞고, 품질 좋고, 빨리 만들어 주고, 결제 문제로 얼굴 붉힐 일도 없고요.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들어서 서로 물어뜯다 보면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아’ 서로 그런 마음이 들잖아요. 그럼 일이 매번 힘들어지는 거죠.”

‘마스터의 재발견’ 봉제기술인 박영민씨와 하동호 대표

브랜드 입장에서, 공장들에게 아쉬운 점은 없는지도 물어보았다. “객공을 두지 않는 공장들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봐요. 객공이 많으면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말고’ 식이 되기 쉽죠. 요즘은 객공하면 더 많이 버니까 봉제하시는 분들도 한 군데 잘 안 있으려 해요. 한편 객공을 쓰시는 사장님이랑 상담하면, ‘힘든 일 가져가면 사람들이 안 나와서 못한다’고 해요. 디자이너들은 아주 베이직한 옷을 만들 때도 있고, 소위 ‘작품’을 만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복잡한 일을 가져가도 못한다고 하면 거기다 일을 줄 수 없죠. 객공은 일을 쉬지 않고 ‘땡겨야’ 돈을 법니다. 그럼 당연히 손에 익고 수량 많은 일을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브랜드는 옷이 다소 힘들고, 수량이 작아도 받는 공장이랑 일하길 원합니다.

사실 작품을 가져가면, 작품비 받고 만들어주면 되는 거잖아요. 직원 입장에서는 효율이 안 나오고, 손에 익을 만하면 일이 끝나서 힘들 수도 있지만요. 그렇지만 그런 아이템들이 크게 터질 수도 있는 거거든요. 한 번 터지면 그걸 잘 만들 수 있는 곳에서 계속 만들지 않겠어요? 또 ‘작품’을 만드는 브랜드라도 베이직한 아이템이 같이 있어요. 근데 그 ‘작품’ 때문에 오더를 다 안 받으면 그건 공장의 손해죠. 어려운 아이템도 계속 해봐야 공장 전체의 수준도 올라가고요. 사실 옷은 사계절이 있으니까 일감이 있을 때, 없을 때가 다들 똑같습니다. 그런데 공장 사장님들은 일감 있을 땐 전화도 안 받아요(웃음). 일감 없을 때는 하루에 한 번씩 전화가 오는데 말이죠. 그런데 바쁠 때는 모든 봉제업체들이 다 바쁘고, 그게 끝날 때쯤이면 저희도 이미 옷을 만든 다음이죠. 조금 시간이 지나면, 브랜드들은 이미 자기들이랑 손발 맞는 곳, 입맛 맞는 곳, 어려울 때 도와줬던 곳과 함께 일하게 됩니다. 자연스러운 일인 거죠”

<취재: 이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