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인사이드 | “봉제업계 현실 분석하고 영세업체 스마트화 연구”

서울디자인재단, 패션의류 제조기업 혁신성장 활성화 방안 연구 추진

‘봉제공장’이라는 단어와 ‘스마트팩토리’라는 단어는 자주 함께 들린다. 그러나 실제 이 둘의 간극은 아직 메울 수 없는 틈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공장들은 대부분 소규모 영세 업체로 20년, 30년 전 방식 그대로 봉제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연식이 있는 건물, 고령의 작업자 몇몇, 작업으로 인한 먼지. 쉽게 볼 수 있는 국내 봉제공장의 풍경이다. 해외 생산기지 이전과 인건비 상승, 고령화 등,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악조건들이 하나 둘 씩 쌓여 국내 의류 생산기반은 시간이 지날수록 붕괴하고 있다. 한편 현업 종사자의 귀에 가끔 들리곤 하는 ‘스마트팩토리’의 미래상은 다른 모습이다.

디지털 기술로 설계된 패턴에 따라 자동화재단기가 원단을 순식간에 재단하고 나면, 로봇이나 자동화장비가 척척 작업물을 완성해낸다. 스마트 행거 시스템이 작업물을 실어 옮기고 이 모든 생산 정보, 작업과정, 기계 상태가 실시간으로 관리자에게 전달된다. 이런 정보들은 멀리 떨어진 본사나 거래처에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미래상의 특징은 디지털 기술, 대형 자동화 공장, 첨단 장비들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들은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국내 봉제인들에게는 막연하기만 하다. 낯설기만 한 신기술, 비싼 장비, 부족한 공간 등, 영세업체들이 스마트팩토리에 진입하지 못할 이유를 꼽으라면 수없이 많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봉제 산업의 스마트화’는 이러한 영세업체에 대한 고려가 결여된 측면이 다분히 존재한다.

그래서 이러한 업계 현실을 인식하고, 봉제산업과 스마트팩토리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패션의류제조기업 혁신성장 활성화 방안 연구’가 시작됐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고 한성대 산학협력단이 연구수행을 맡았다. 본 연구의 가장 큰 목적은 여태까지는 고려되지 못했던 영세업체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다. 막연하고 거대한 ‘스마트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영세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스마트기술을 연구하고, 의류제조기업의 규모 및 수준별로 차별화된 단계별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이들의 실행 방안이다. 최종적으로는 국내 의류생산체인 간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하는 것이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영세업체들에게 생존가능한 미래를 제안하는 것으로 첫발을 내디디고자 하는 것에 가깝다.

· 생산공정상의 고충을 살펴보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제외하고 다양한 고충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건비 상승과 숙련공 부족, 운영자금 문제, 안정적 일감 부족 순으로 운영이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값으로 표기하였으며, 3점은 중간값이며 3 이상은 운영고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3 이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료: 서울디자인재단ㆍ한성대학교 산학협력단]
원대한 목표이고 갈 길은 다소 멀다. 그러나 국내 영세업체와 스마트팩토리의 간극을 줄이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의류제조업, 즉 봉제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R&D가 섬유소재나 패션디자인 및 소매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제조업을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연구, 기업 규모별, 수준별로 스마트팩토리 단계전략 및 연구보고서를 제작해, 국내 봉제업체들에게 어떤 기술과 지원이 필요한지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은 국내 영세업체들의 현황, 해외 제조 혁신 사례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설문조사, 현장조사 등을 통해 봉제업체의 애로사항을 짚어내는 단계에 있다. 이쯤에서 수집된 자료의 일부분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실제 사업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다소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수행단(한성대 산학협력단)의 협조로 진행 중인 연구자료 일부를 게재한다.

[생산공정 상 고충]
업체들이 직접적인 생산과정 상 겪는 어려움을 데이터로 나타낸 자료다. 기자가 취재활동을 하면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고충들이지만 데이터의 가치는 또 다르다. 행정가들이 현장에서 듣지 못하는 목소리도, 취합된 데이터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 한 눈에 봉제업체들이 겪는 고충들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자료라고 생각된다.

· 설비 사용 정도는 대부분 4점대(보통은 3점)로 ‘잘 사용한다’로 응답하였지만 주문관리 프로그램(ERP)만 2점대로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제품 품질관리 자동검사 장치와 옷 접어주는 기계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서울디자인재단ㆍ한성대학교 산학협력단]
[설비 사용 정도]
봉제공장 설비의 사용 빈도수를 정리한 자료인데,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설비(ERP, MES, 행거 시스템 등)의 내용도 나와 있어 흥미롭다. 이외에도 거래선 별 기기 보유 현황, 브랜드별 설비 보유 현황, 직원 수 별 기기 보유 현황, 보유 연수 등 다양한 흥미로운 조사를 시행했으나 지면에 다 소개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향후 도입 설비의 필요성]
업체들이 향후 필요하다고 생각한 스마트 설비에 대한 자료다. 인력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봉제 자동화 등의 설비가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ERP(주문관리 프로그램), MES(생산관리 프로그램) 등 관리에 초점을 맞춘 기술도 의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실 봉제 자동화기술은 상용화 단계가 아직 한참 멀었거나, 소규모 업체가 쓰기에는 적합한 기술이 아니다. 적절한 기술이 있다면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반드시 도입하고 싶은 기계이지만 근시일 내에 도입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는 설비이므로, 개발 동향을 잘 모르는 업체들이 해당 응답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ERP나 MES는 현재 단계에서도 도입할 수 있는 종류의 기술인데, 소규모 업체가 많은 국내 환경에서는 ERP나 MES의 필요성이 크게 인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응답이었다.

· 향후 도입하고자 하는 기자재를 살펴보면, 3점이 중간값으로 3점 이상을 필요하다고 인지한 것인데 봉제자동화, 연단자동화, CAD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행거와 옷 접어주는 기계, 원단 자동검사기, 완제품 품질 자동검사 장치의 필요 정도는 중간값 3점 미만으로 보통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서울디자인재단ㆍ한성대학교 산학협력단]
이 연구 자료에는 봉제인의 목소리도 담겼다. 아래의 코멘트는 현장 인터뷰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처럼, ‘패션의류제조기업 혁신성장 활성화 방안 연구’ 사업은 봉제인들의 현실과 목소리를 성실하게 담으려 했다는 점이 느껴진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국내 의류제조업체들의 스마트화 전략을 제안하는 단행본을 제작, 관련 정부기관 및 부서, 업계와 학계에 배포할 예정이다. 이는 스마트화 관련 후속 사업, 연구의 점진적 확산을 위한 것으로, 봉제인들의 목소리가 닿아야 할 곳에 닿게 하기 위해서다. 국내 봉제업체의 스마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들이 모이고 모여서, 돌파구가 마련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본다.

<취재: 이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