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클릭 | 코로나19가 몰고 온 봉제공장 신풍속도

공장을 멈출 수 없어 택한 ‘꿩 대신 닭’

휴대전화가 치를 떨듯 반복 진동음을 울렸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다. 자고 나면 좀 나아졌을까 싶어 뉴스부터 살펴보지만 여전히 우울한 소식들 뿐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코로나 전장에 투입되어 바이러스와 싸우는 방호복 전사들의 지친 모습이 하루하루 눈물겹다. 뉴스 매체는 연일 코로나로 도배되고 있다. 코로나와의 싸움만도 힘겨운데 마스크와 방호복 품귀까지 더해져 사람들은 지칠대로 지쳐버린 모습이다. 이렇듯 지구촌 전체가 패닉상태에 이르렀다. 동대문 봉제 집적지인 창신, 숭인, 보문동 일대 공장을 기웃거렸다.

스팀을 뿜어내던 환풍구는 닫혔다. 원단 롤을 실은 오토바이는 뜸했고 연신 드르륵대던 재봉기음은 사라졌다. 어딘들 어렵지 않은 구석이 있을까마는 소규모봉제공장들의 형편은 난감하기 짝이없다. 동대문패션타운을 찾는 발길이 뚝 끊기면서 가뜩이나 귀하던 일감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중국산 의류원부자재 공급마저 끊겨 너나없이 손을 놓고 있었다. 일대를 기웃거리다 찾아들어선 곳은 보문동 소재 ‘낙산패션(대표: 우병오). 공장 문을 열자, 하얀 소재의 방호복 작업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어라, 이게 아닌데, 내가 알고 있는 이 회사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동대문 일대에서 나름 입소문이 나있는데, 웬 방호복?’ 어찌되었든 재봉기가 돌아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다.

봉제 일감 뚝 끊긴 봉제집적지에는

하지만 우병오 대표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어쩔 수 없어 투입한 작업물이기 때문이다. 낙산패션 우병오 대표의 하소연이다. “중국 춘절 전에는 ‘신상’ 일감이 좀 들어왔어요. 우한 폐렴 얘기가 처음 나올 때 중국만의 문제이지 국내는 별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죠. 그러나 1월 24일부터 30일까지였던 춘절 연휴가 2월 2일까지로 연장되면서부터 원부자재 수급에 브레이크가 걸리더군요. 저희 공장에서는 중국산 원단으로 캐주얼 남성복을 만들어 동대문 apm에 넣어 왔는데 춘절이 길어지면서 원단 공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죠. 춘절이 지났지만 중국 공장은 코로나로 인해 아예 가동이 안되다 보니 그 여파는 곧바로 동대문 인근 공장들에 전해졌습니다.”

중국에서 원단이 일시적으로 소량씩 들어왔지만 금방 소진됐다고 했다. 원단이 들어오면 잠깐 바빴다가 원단이 안들어오면 재봉기도 멈춰섰다. 언제 또 원단이 들어올지 기약도 없이 손 놓고 멍때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차, 대구에 신천지로 인한 코로나 확산으로 지방의 옷가게들까지 올스톱되어 버렸다. “중국서 만든 옷을 사입해 국내 매장에 풀던 상인들의 형편은 더욱 심각해요. 겨울 제품 팔아 봄을 버티고, 봄 제품 작업해서 가을까지 버텨야 하는데 지금 그러질 못해요. 그분들은 상가마다 가게 한두개씩 가지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직원들 다 내보내고 홀로 매장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우 대표는 갑자기 뚝 끊긴 일감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공장을 놀릴 수는 없었다. 때마침 A社(방호복 유통회사)에서 방호복 생산이 가능하냐고 물어왔다. 이것저것 가릴 계제가 아니었다.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A社 담당자는 ‘그간 중국산 방호복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했으나 중국 내 수요급증으로 방호복의 역수출 요청이 들어왔다’고 했다. 우 대표는 기존 생산제품에 맞게 배치된 기종들을 잠시 밀쳐두고 방호복 소재에 맞춰 삼봉과 2본침 오버록 등을 임대해 생산라인을 새로 갖췄다. 소재는 항균 특수코팅 처리된 원단이다. 원피스인 방호복 한벌에 3야드가 들어간다.

방호복 소재에 맞는기종으로 재배치

A社는 이 일감을 몇 곳에 나눠 하루 7,000장을 생산하고 있다. 낙산패션 공장에서 하루 생산량은 700장 정도다. 전체 밀려 있는 오더는 30만 장에 이른다. 오는 7~8월까지 생산해야 할 양이다. 만드는 족족 중국으로 실어내는 중이라고 했다. 방호복 부자재로는 지퍼, 부직포, 시보리, 고무밴드, 1회용 테이프 등이 들어간다. 3가지 사이즈(M,L,XL)이며 특수 항균코팅처리된 원단을 사용하나 심실링 처리를 생략한 방호복으로 공정이 간단해 단순 작업에 가깝다. 가공임은 1벌당 박스포장 포함 3천원선이다.

우병오 대표는 “넘어진 김에 쉬었다 간다는 말처럼, 기존 줄어든 일감은 외주로 잠시 돌려놓고 생뚱맞지만 방호복 생산으로 공장 가동을 유지하고 있다. 잠시 소나기를 피한 후, 코로나 사태가 안정권에 접어들면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 직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昌信社’브랜드로 잘 알려진 낙산패션(주)은 최근 KKFashion(코리아장인이 만든 코리아패션)을 전개, 봉제장인과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디자이너 역량을 키워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동시에 생산, 유통, 마케팅까지 일원화해 청년일자리 창출은 물론 봉제공장 일감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는 업체다. <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