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 나원기계, 중국 정부로부터 씸실링기 550대 발주 쾌보

방호복 수요 급증에 씸실링기 수출 ‘대박’

코로나19로 해외 봉제산업 관련 주요 전시회도 멀찌감치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국경이 통제되고 하늘길도 막혀 의류봉제 관련 원부자재 납품은 물론 봉제기기 영업활동 차질도 현실화됐다. 그야말로 전시 상황이나 다름없다. 분주히 오가던 해외 출장길도 막혔다. 대다수 봉제주변기기 메이커의 주고객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 봉제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터라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누구도 안정화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다. 이렇듯 온통 우울한 소식들만 넘쳐나던 지난 3월 13일, “중국 정부가 한국 나원기계로부터 씸실링기 550대를 사갔다”는 반가운 소식을 입수했다. 엔드 유저가 아닌 중국 정부가? 그것도 무려 550대를?

코로나19 창궐 와중에 중국서 날아든 쾌보

나원기계 서기원 대표

자초지종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자유로를 달려 경기 파주 출판문화단지 끝단에 자리한 나원기계(대표: 서기원)를 찾았다. 동사는 아웃도어용 봉제품의 스티치 부위를 방수처리하는 씸실링기 메이커이다. 방호복 생산공정에서 박음선과 이음선을 테이핑해 밀봉하는 심 실링(Seam Sealing) 작업은 필수다. “사실입니다. 코로나19와의 사투로 방호복 수요가 급증한 중국은 방호복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정부가 직접 나서서 챙기고 있었습니다. 저희 중국 청도공장(청도나원기계유한공사)으로 긴급 협조 공문이 날아든 거죠. 550대의 씸실링기를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 납품해주길 요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희 청도공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잠시 망설였죠. 기존 진행 중인 오더도 많이 밀려 있던 터라 무턱대고 넙죽 받을 수가 없었지요.

나원기계 본사 공장. 컨테이너에 싣기 위해 준비 중인 씸실링기.

중국 현지에서의 자재수급도 원활치 않은데다 기존 거래처 납품 스캐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존 받아 놓은 오더가 없는 상태라면 한국 파주와 중국 청도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면 부하가 걸리지 않을 양입니다. 그러나 받아놓은 오더가 많았고 이미 작업라인에 물려 있어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이었지만 중국 측 요청에 흔쾌히 응하겠다고 답을 주었습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전량 정상가에 구매할테니 다른데로 나갈 수출물량을 한시적으로 중지시키고 한국 본사(나원기계)와 함께 중국 정부의 노력에 협조해달라는 답을 보내왔습니다. 기기를 이미 주문한 고객사에게 납기가 조금씩 딜레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정히 바쁘다고 재촉하는 곳은 에어로 실어보내기도 했지요. 다행히도 대부분 업체들이 이러한 사실 설명에 기꺼이 양해를 해주었습니다.”

중국신문과 방송매체에서 나원기계 관련 내용을 대대적으로보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기도.

그 즉시 나원기계는 한국 파주 공장과 중국 청도 공장을 24시간 풀가동 체제로 전환했다. 중국은 춘절 이후 지금까지 의료진이 입어야 할 방호복이 하루에 최소 10만 장 넘게 필요했다. 코로나 초기, 중국 내에서 하루 3만 장 밖에 생산이 안되었다. 결국 의료진은 출근해도 방호복이 없어 업무를 볼 수가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 납품해야 할 이유였다. 춘절 전 코로나19가 터지고 난 후 중국은 발빠르게 방호복 수요를 체크했고 곧장 방호복 제작에 필요한 씸실링기와 재봉기 메이커 수배에 나섰던 것. 그땐 중국 정부가 코로나 창궐로 일반 공장들은 일체 문을 못열게 할 때였다.

그 즈음 나원기계 청도공장에 협조공문이 날아들었다. 가능하다는 나원기계 측 사인이 나자, 곧바로 중국 위생 관련 공무원들이 경찰을 대동해 청도공장에 나타났다. 씸실링기 제작에 투입될 전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기 위해서다. 만약에 업자와 이 정도 물량을 거래하였다면 가격이 다소 깎여 진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 의료물자보장팀은 오히려 급하게 발주하는 물량이라면서 기존 가격에서 10% 업 시켜 주었다. 중국 정부는 씸실링기 제조에 필요한 부재료 등 필요 물품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나원기계 측에 협조공문을 전했다. 기계를 만들려면 한국 본사로부터 자재를 공급받아야 한다. 또 중국에서도 일부 자재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럴때 이 공문을 세관에 제시해 신속한 통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나원기계에 보내온 감사장.

말하자면 긴급 물자 생산에 투입된 업체들을 정부에서 특별관리해 주었다. 마치 전시 상황에서 응급 구급 조치와도 같았다. 이는 우리 정부 당국자가 마스크공장을 찾아가 대책없이 마스크 생산을 늘리라고 주문하는 것과 대비된다.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생산설비가 따라주어야 하고 부재료 공급이 받쳐줘야 한다. 무턱대고 늘리라고만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자기들이 무얼 해결해 주어야 생산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현장에 방호복이 모자란다고 하자 정부차원에서 방호복 생산에 필요한 장비들을 무조건 사들여 일반 공장은 물론, 거대 인력이 있는 교도소에까지 재봉기와 씸실링기를 넣어 필요한 양을 조속히 만들 수 있도록 신속 조치하는 치밀함을 발휘했다.

공장 풀가동 두달반만에 550대 만들어 보내

당시 중국에서는 모터나 공압, 전기 등을 취급하는 재료상이 문을 열지 않아 필요한 대부분의 자재를 한국에서 실어 보내야 했다. 매주 월요일과 토요일에 각각 40퓨터 한 컨테이너씩 한달 보름을 실어 보냈다. 자재만 보낸 게 아니다. 한국공장에서도 완제품 조립이 되는 족족 실어 보냈다. 두달 넘게 양쪽 공장을 풀가동해 약속한 물량을 기한 내에 납품 완료했다. 중국 현지 여러 방송채널과 신문매체가 관련 내용을 동시다발로 내보냈다. 나원기계 서기원 대표는 “청도 공장의 직원들이 졸지에 스타가 되었을 정도였다.”며 “중국 정부는 고마움의 표시로 감사장과 함께 보건용 마스크 10,000장을 선물로 보내오기도 했다. 그 중 7,000장은 대구로 내려 보냈다.”고 밝혔다. 이번 중국 정부의 긴급 방호복생산설비 협조 프로젝트에는 씸실링기 메이커로 한국의 나원기계 외에 중국 메이커인 H&H와 재봉기 메이커 ZOJE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원기계 중국 청도공장. 청도시청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기도 했다.

다수의 중국 씸실링기 메이커가 성능의 문제와 제조에 필요한 부재료를 확보하지 못해 기한 내 납품을 할 수 없어 참여치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이번 건은 550대 납품으로 끝났지만 중국 측은 “나원기계의 씸실링기가 다량 생산현장에 깔린 이상, 부품 공급과 유지관리 등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나원기계와 여러 모로 서로 돕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자”고 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방호복, 마스크 등의 업체가 시설투자를 하면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나원기계는 방호복을 만드는 건 아니지만 방호복 생산 장비로 충분히 중국 정부에 기여하였기에 감사의 뜻으로 나원 청도공장이 시설투자를 늘린다면 투자비의 50%를 지원해주겠다”고 제안을 해왔다.

나원기계는 그렇지않아도 청도공장에 7~8억원 규모로 시설투자를 생각하고 있던 터라 적극 검토키로 했다. 청도 공장의 현재 생산캐파는 4~50명의 작업인원이 월 100대 정도 생산 가능한데 시설투자가 이루어지면 2배로 늘어 나게 될 것이다. 나원기계는 마스크생산 장비도 만들고 자체 마스크 생산라인도 갖출 계획으로 이미 장비 개발에 들어갔다. 서기원 대표는 “5월 경에는 마스크 생산 장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월 100만 장 생산 가능한 자체 생산라인을 갖출 계획이다. 마스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서울 근교에 규모를 갖춘 마스크 공장이 하나쯤 더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