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1 | 국내 봉제업계 코로나 여파 진단

코로나19, 봉제업체들을 어떻게 덮쳤나?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 세계 경제 및 소비가 위축됨에 따라 국내 봉제업계에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장에서는 봉제업계에 닥친 코로나19 사태를 전반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F/W 시즌 준비로 한창 성수기를 맞이했어야 할 봉제업계가 비수기에 준하는 오더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 봉제업 집적지인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는 방문하는 곳마다 직원의 모습이 평소 성수기의 1/2 수준으로 머물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위축된 오더를 실감하게 한다. 오더는 어떻게, 왜 줄었을까? 봉제업체들은 어떤 현실에 직면해 있을까? 세계 경제 위축, 소비 심리 위축 등 거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나 세부적으로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다. ‘2019년 봉제업체 실태조사(4007개 업체 설문조사,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봉제업체들이 제품을 납품하는 거래처는 각각 소비자 직접판매(35.9%), 재래시장(27.1%), 브랜드 업체(14.6%), 타봉제 업체납품(하청, 13.1%), 인터넷 쇼핑몰(5.4%), 프로모션(5.0%), 수출업체(3.9%), 대형 할인점(1.9%), 부띠끄 업체(1.8%)로 분류된다. 각 유통채널 별 봉제업체 현황을 살펴보자. (소비자 직접판매의 비중이 35.9%로 상당히 높은 점이 의아할 수도 있는데, 이는 통계가 매출액이나 의류 장수가 아닌, 업체들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업체의 규모에 상관없이 유통 채널을 조사한 자료이므로 거래 규모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는다.)

3~5월은 시장에서 옷이 가장 잘 팔릴 시기. 그러나 코로나 19로 방문객이 급감한 동대문

1. 소비자 직접 판매

‘소비자 직접 판매’의 경우 남성정장, 유니폼 등을 판매하는 소형 업체들의 자체 판매 비중이 높다. 남성정장 업체의 경우 79.6%, 유니폼 제작 업체의 경우 54.5%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들은 예식 등의 각종 행사 취소, 개학 연기 등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내수, 매장 매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더더욱 취약하다. 이를테면 3월 19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웨딩산업 집적지인 대구 중구 웨딩거리에 50사단 군 병력이 출동, 방역 작업을 벌인 바 있다. 이와 같은 코로나 상황은 매장 출입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2. 재래시장

재래시장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내 최대 의류 시장인 동대문 일대는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방문객이 줄어 코로나 사태 이전 대비 매출이 ‘1/10 토막’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3~5월은 여느때 같으면 시장에서 옷이 가장 잘 팔릴 시기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부터 방문객이 급속도로 줄어 동대문 상인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도매 고객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구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와 그쪽으로 가는 도매 물량이 대폭 감소했다. 퀵서비스 배달 기사들의 배달 일감이 감소한 것으로도 매출 가뭄, 오더 가뭄을 짐작할 수 있는데, 원단, 부자재, 완제품 전달에 자주 활용되는 퀵 배달이 코로나19사태 이전과 비해 30%이상 줄었다.

곳곳에서 일감이 없는 상태로 하염없이 대기하는 퀵 배달 기사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동대문 시장으로도 확산된 ‘착한 임대인’ 운동이 그나마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상가 입주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인들이 점포 임대료를 10~25% 인하하기로 자체 결정한 것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동대문 4개 시장·상가에서 임대인 261명이 약 470개 점포의 임대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한편 이와같은 흐름에 도리어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동대문 두타몰에 입점한 일부 매장은 3월 14일부터 문을 닫고 파업에 들어갔는데 입점 상인들로 임시 구성된 ‘두타입점상인연합회’와 두타 간 임대료 갈등이 벌어진 탓이다. 양 측에 의하면 상인연합회는 임대료 50% 인하를 요구했으나, 두타 측은 2월 20%에 이어 30% 인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 브랜드 거래 업체

본래 F/W 시즌 옷을 생산하는 성수기지만 봉제업체의 오더 가뭄은 심한 편이다.

브랜드와 거래하는 업체들은 어떨까? 이들은 3~6개월 전부터 오더가 나오기 때문에 조금 상황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코로나 발 경제위기를 염려한 대형 브랜드들이 속속 오더의 규모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가두매장 매출이 평소의 10%~20%도 안 되는 상황으로 번졌고, 명품이야 온라인 매출로 버티고 있지만 대다수의 패션브랜드가 온라인으로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브랜드들이 오더를 줄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매장 매출 감소 탓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업체들은 코로나19가 지나간 후에 찾아올 최악의 경제 불황을 염려하고 있다. 이들은 3~6개월, 그리고 그 이상 앞을 보고 회사를 경영한다.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 세계 경제 위기로 인한 본사 타격 등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매출 확대 대신 돈 새어나갈 곳을 단단히 틀어막는 수비를 선택한 셈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장기 경제 위기를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장기 경제 위기를 예측한 소비자들은 지갑을 걸어 잠그고, 또 소비자들이 지갑을 걸어 잠글 것이라 예측한 브랜드들은 오더를 줄이는 것이 현 상황인 것이다. 이는 사실 봉제뿐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날에 대한 불안은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소비를 ‘미리’ 줄인다. 소비 심리 위축을 예상한 회사들은 신규 발주와 투자를 줄임으로써 ‘선제’ 조치를 한다. 그러면 그 하청업체들은 영업난에 직면해 인원을 해고하거나 폐업에 이른다. 결국 소비자들의 소비력 자체가 줄게 되고, 이는 국가적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불안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하다. 브랜드 거래 봉제업체의 오더 가뭄은 그 과정에 해당한다. 당장도 원래 20명 규모의 봉제업체가 10명도 안 되는 인력을 운영하며, 그조차 한 달에 10일을 가동하는 등, 비수기 수준의 오더에 허덕이고 있다. 문제는 이 시기가 본래 F/W 시즌 옷을 생산하는 성수기였다는 점이다. 성수기 시즌이 끝나고 본격적인 비수기에 돌입하면 폐업하는 봉제업체들이 얼마나 나올지 모른다.

4. 쇼핑몰 거래 업체

텅빈 봉제공장, 자구책이 필요하다

인터넷 쇼핑몰과 거래하는 업체들은 어떨까? 매장 매출이 줄어든 만큼 온라인 매출은 오히려 상승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또한 현실은 달랐다. 쇼핑몰 거래업체들은 거의 브랜드 업체와 비슷한 수준의 오더 가뭄을 겪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공포, 사회적 거리두기, 외출 자제 등으로 사람들과의 접촉이 줄어들면서 옷을 사고자 하는 욕구의 감소한 탓이다. 옷을 외출할 때에만 입는 것은 아니지만, 외출할 일이 없으면 패션에 신경 쓸 이유도 딱히 없다. 이에 따라 패션 쇼핑몰의 대다수가 부진을 겪고 있으며, 주 소비층인 20, 30대가 영화 스트리밍, 게임 등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

5. 수출업체

수출업체는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곳이다. 보통 생산하는 전량을 수출하는 봉제업체들은 거의 없다. 내수를 반 이상 가져가면서 일부를 수출하는 업체들이 대부분인데, 수출업체라고 해도 덩치가 큰 업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수출 물량은 전 세계적인 입출국 금지조치로 인해 사실 상 올스톱 상태다. 바이어 미팅이 불가능한 건 물론이고 이미 계약한 건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6. 기타

업체들의 적자가 계속되며 소상공인 긴급생활자금대출 신청자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무등록 사업자 등 제도권 밖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하고, 보증기관의 심사 등 대출 문턱이 높아 진짜 힘든 업체들에게는 오히려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오히려 자본력이 있고, 정부 지원사업에 노련한 ‘꾼’들이 이 틈을 타 대출, ‘돈놀이’를 한다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반짝 수요’도 있다. 바로 마스크와 방호복이다. 특히 정전기필터를 교체해가며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 면 마스크가 공적 마스크의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마스크 오더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마스크는 단순 작업으로 대부분의 봉제공장이 소화할 수 있고, 당분간 오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마스크 봉제로 공장들의 살림살이가 조금은 나아졌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마스크 수요가 증가하는 이 시기를 틈타 다방면에서 마스크 오더가 들어오긴 하지만 그 단가는 200원 선이다. 1만 장을 만들어야 200만 원 매출이 나오는 셈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팔리는 면 마스크는 가격이 저렴해야 2,000원, 비싸게는 18,000원까지 판매되기도 한다. 건강과 관계된 제품에는 다소 돈을 쓰더라도 좋은 것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그 결과 중간 유통 과정에서 대부분의 마진을 챙긴다. 지금 마스크를 제작하는 공장들은 원래 성수기여야 했을 시기에 오더 가뭄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마스크를 생산하고, 그 돈으로 직원들에게 월급을 준다는 이야기다. ‘그럴 바에야 그냥 쉬는게 낫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정이 있다.

대부분의 봉제업체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대다수의 봉제업체들은 교육부터 시켜야 하는 신규 인력에게 최저입금을 맞춰 줄 여력이 없다. 따라서 수십 년 경력의 숙련공들에게 최저임금보다는 나은 월급을 주면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노령화로 인해 이 인력들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손발이 맞는 지금 인력들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붙들어 놓으려면 어떻게든 오더를 가지고 와야 하는 것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마스크를 재봉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이전부터 장기적인 침체를 겪고 있던 봉제업체들에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란 말이 어울린다. 길게 현 상황을 언급했지만, 언급한 어려움이 전부도 아니다. 대구 코로나 확산, 해외 입출국 금지 등의 요인으로 국내·국외를 가리지 않고 원부자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사태의 심각성이 봉제업계를 포위하듯 좁혀오고 있다. 현장 곳곳에서는 “코로나19 대책뿐만 아니라 경제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봉제공장 밀집지역에서 아직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취재: 이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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