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봉제 라운지 | 서원호 | 재미얀마한인봉제협회 회장, 골든샤인 대표

코로나 이후, 반전을 대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크나큰 피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봉제산업, 그 중에서도 해외에 진출한 한인 봉제업체들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를 겪는 해외진출기업들의 상황을 들어보기 위해 먼저 미얀마에 진출한 한인기업들을 대표해 재미얀마한인봉제협회(KOGAM) 회장인 서원호 골든샤인 대표에게 긴급히 연락해 보았다. <편집자주>
서원호 | 재미얀마한인봉제협회 회장, 골든샤인 대표

갑작스런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미얀마 진출기업들은 잘 견디고 있는지요?
미얀마 현지 로컬기업이나 중국 등 타 외자기업들보다 한국계 봉제업들은 그나마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불미스럽게 공장을 폐쇄하거나 경영진이 사라지는 일은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계 공장에서 이런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발생해 업계에서도 비상한 촉각을 세우고 추이를 살피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견디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 어떤 과정을 거쳐 왔나요?
올 초 중국에서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이곳 공장들은 대부분 원부자재 수급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중국 국경이 통제되어 물류 운송이 막히면서 대부분의 원부자재 수급 통로가 차단된 셈이 되었습니다. 초기에 이런 상황을 겪게 되자 한인업체들은 조업단축 등의 방법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러다가 중국 상황이 점차 호전되고 물류 운송도 재개되면서 원부자재 수급 상황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주요 수출지역인 유럽이 코로나 영향권에 급속도로 휩싸이면서 바이어들의 오더 축소, 취소나 선적 보류 등의 상황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유럽의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서 EU 바이어들도 진정 국면을 대비해 오더도 다시 예전 수준으로 회복시켰습니다. 그런데 유럽 상황이 진정되자 이번에는 미얀마 내에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다시 어려운 국면에 빠진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긴 띤잔 축제 휴가가 끝나고 근로자들이 업무에 복귀하려는데 미얀마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공장 오픈을 연기 하거나 조업을 중단하라고 권고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납기가 5월, 6월로 코앞인 오더가 많은데 이런 것이 취소되면 그 이후 오더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려되는 상황이었지요. 지금까지 한인 기업들은 다른 나라의 외투 기업들보다 특유의 돌파력으로 잘 버텨왔는데 미얀마 내 코로나 확산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아 또다시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KOGAM, 코로나로 어려움 격는 미얀마 병원에 방호복 지원

미얀마 내 코로나 확산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기는 했지만 이전까지 한인업체들이 비교적 잘 견뎌올 수 있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한인기업들의 짧지 않은 미얀마 진출 역사가 한 몫 했다고 봅니다. 최근 현지 로컬 업체 20여 곳을 비롯해 중국계 공장들이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휴업이나 폐업 절차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반면 한인기업들에게는 아직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래 전 진출한 업체들은 4월에 미얀마의 대부분 공장들이 절반 이상은 일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이 시기에 적자를 면치 못합니다. 한인 공장들은 이미 이런 상황을 감안하고 대응해왔습니다. 물론 코로나가 겹치기는 했지만 이런 특수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중국계 공장 중 일부는 코로나 사태와 띤잔 축제로 인한 긴 휴가기간이 있는 미얀마의 특수한 4월 상황에 대해 미리 대비하지 못했고 막상 그 시기가 다가오자 견디지 못하고 공장 폐쇄를 감행하는 상황을 만든 것입니다. 물론 한인업체들이 모두 잘 버티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 개별업체들의 상황이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용할 수도 있겠지만 5월초가 되면 어느 정도 실태가 알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미얀마 오더 사정이 악화되고 임금 상승 압박 등으로 고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습니다.
한인업체들은 앞서 말했듯이 4월이 시기적으로 어려울 것을 알고 대비했고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4월 이후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예년에 비해 오더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도 잘 버텨 왔는데 문제는 중국계 공장들입니다. 근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중국계 업체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미얀마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무지도 한몫했고 섣부른 대규모 투자도 악재가 되었습니다. 결국 일부 공장들은 철수하거나 기존에 투자했던 대규모 시설들을 축소시켜 캐파를 줄인 공장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미얀마에서 중국계 벤더사들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실제 이들로부터 오더를 받는 한인업체들도 많습니다. 유럽 오더의 상당량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계 벤더사들의 동향은 어떤가요?
유럽 물량이 많은 중국 벤더사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들로부터 오더를 받는 한인공장들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도 유럽 오더 일부를 그들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유럽이 코로나 상황에 빠지면서 오더가 약 5~10% 가량 취소된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이후 안정화되면서 오더 상황은 기존 수준으로 돌아왔고 기존에 부킹되었던 물량은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얀마는 전체 수출 물량 중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75% 가량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의 특수성을 감안해 EU 바이어들은 미얀마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돕기 위해 1차적으로 납기 연장을 허용해 주었습니다. 5~6월 납기 제품을 7~8월로 연장해주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지요. 다음으로 코로나로 인한 대량 실업자 발생을 감안해 퇴사자 급여 지급 등을 유럽연합에서 지원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지원은 기업들 입장에서 역효과를 낼 수 있고 불리하다고 판단해 우리 협회에서는 반대했습니다. 아무튼 EU의 미얀마에 대한 적극적 지원 때문에 향후 오더나 물량 확보 문제 등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코로나로 인해 많은 업체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내부적으로 입은 타격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나 공장 규모 축소 등의 움직임은 없나요?
개별 기업이 나서지 않아도 지금 구조조정은 자연 발생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 이후 이미 미얀마 정부가 지역 간 이동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미얀마의 최대 명절인 띤잔 기간을 마치고 복귀하는 근로자들은 전체 중 70~80% 수준입니다. 매년 이 시기를 거치면 자연스럽게 인력이 이 수준으로 구조조정 되는 수순을 밟아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40~50%의 복귀율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업계의 분석입니다. 각 공장들이 늦어도 5~6월까지 70~80% 수준으로 인력을 회복시킨다고 본다면 자연적으로 20~30% 가량 구조조정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수준의 감소라면 코로나에 따른 오더 감소 등의 여파를 자연스럽게 상쇄시킬 수 있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봅니다.

코로나 극복위해 골든샤인 식당 내 거리두기 모습

코로나 사태는 이미 벌어진 것이고 문제는 코로나 이후 봉제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 인데 어떻게 보시나요?
저희 공장이 전체적으로 65% 가량 유럽오더를 생산합니다. 코로나가 진정되고 난 후 7~8월 정도가 되면 오히려 더 바빠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전을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은 이미 오더가 거의 정상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따라서 7, 8월에 가면 코로나로 인해 하지 못했던 물량까지 더 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대비해 이미 2공장에 라인 증설을 단행해 우븐 11개, 니트 11개 라인까지 늘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추가 물량에 대비해 캐파 증설을 진행 중인 것입니다. 봉제업체들이 지금 당장 힘들지만 코로나 이후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코로나는 언젠가 물러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얀마에서 한인봉제협의회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데 최근 사태에도 업계의 중심에서 각종 산적한 문제 해결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미얀마는 지방자치제가 강하고 주별로 법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 한인기업들은 주로 양곤주에 많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인봉제협회를 중심으로 단합해 양곤주 주지사와 다양한 협의를 통해 기업 경영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띤잔 휴가 기간 후 공장 가동시기를 양곤 주지사와 협의해 결정했습니다. 개별기업들이 철저한 방역활동을 통해 집보다 회사로 출근하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공장 재가동 시기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대사관의 역할도 컸습니다. 앞으로도 한인기업들이 똘똘 뭉쳐 미얀마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되도록 힘을 합쳐 나가야 합니다.

<인터뷰: 이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