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뷰 | 이지윤 | 컨트롤클로더 대표

작업지시서부터 납품까지, 의류생산플랫폼 FAAI(파이)

컨트롤클로더 이지윤 대표가 전개하는 FAAI(파이)는 디자이너에겐 “생산 전 과정”을, 봉제공장에겐 “오더확보 및 패턴·원부자재 준비까지” 대행해 주는 의류생산 플랫폼이다. 지난 2018년 8월 서비스를 오픈해 2020년 현재 3,680개 공장을 통해 누적 120억 원에 달하는 오더를 받은 바 있다. 이지윤 대표를 만나보자. <편집자주>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와 맞춰, 봉제공장과 바이어를 스마트하게 연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사실 바이어의 입장에서 오더에 걸맞는 최적의 공장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봉제공장은 소화 가능 수량, 취급 복종, 만드는 공정, 제품 품질 등에 따라 서로 다른 특징을 갖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국외에도 봉제공장은 많지만, 정말 내가 필요한, 괜찮은 봉제공장을 찾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거래처 물색 및 협상, 원단 선택과 구매, 품질 관리 등 공장을 찾은 뒤에도 신경 써야 할 문제는 많다. 쇼핑몰을 새로 시작하려는 창업자나 신진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 노하우를 습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봉제공장 측에서도 마찬가지로, 취급 복종, 수량 등 전문 분야에 딱 맞는 오더를 찾는 건 힘들다.

결국 서로에게 맞는 거래처를 찾고 유지하는 과정은 ‘발품’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자금력이 탄탄하지 않은 디자이너나 쇼핑몰의 경우 노하우를 쌓기 전까지의 힘겨운 시행착오를 버티지 못해 쓰러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력, 시간, 자금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봉제공장의 일감도 덩달아 사라진다. 그런데 만약 봉제공장과 소규모 바이어를 매칭해 발품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 “2013년도에 디자이너 매니지먼트 컨셉으로 컨트롤클로더를 설립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을 고객으로, 생산·홍보·유통·마케팅을 대행하는 종합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 이지윤 대표는 열일곱에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시작, 다년간 패션모델과 디자이너 브랜드 CEO로 업계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이 대표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산부터 유통까지 거쳐야 하는 다양한 과정을 대행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는데, 이는 지금의 서비스보다 훨씬 넓은 영역의 사업이었다. “처음 시작했던 사업은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규모의 사업이 아니었어요. 생각보다 생산 쪽의 할 일이 너무 많았고요.” 그래서 이 대표는 생산 부분에 집중해 서비스를 개편, 2018년 8월에 FAAI(파이) 서비스를 론칭했다. FAAI는 패션 인공지능(FAsion AI)이란 의미다. 사실 이전에도 봉제공장과 디자이너를 연결하고자 하는 시도는 여러 번 있어 왔다.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을 직접 매칭하는 형태의 서비스들인데, 문제는 이런 형태의 서비스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림에 불과한 디자인이 옷이 되려면, 아이디어를 패턴으로 구체화시키고, 원단을 선택하고, 거래처와 협상하고, 각 공정 단계에서 문제는 없는지 검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브랜드들은 능숙하게 해내는 과정이지만 처음 옷을 만들고자 하는 디자이너나 쇼핑몰에게는 쉽지 않은 프로세스다.

봉제공장 입장에서도 양식이 통일되지 않은, 서투른 작업지시서를 따라 옷을 만드는 건 곤욕스러운 과정이다. 따라서 초보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을 직접 매칭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온갖 사고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직접 매칭 서비스가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다. 한편 FAAI는 접근 방향이 달랐다. 처음엔 모든 과정을 대행하려고 마음먹었던 만큼 FAAI는 생산 관리를 ‘대행’하는데 초점을 뒀다. “사실 저희는 ‘생산 대행’이라는 측면에서 프로모션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생산 관리는 노하우 싸움이거든요. 저희는 평균 18년 경력의 생산매니저와 고객을 매칭해 생산의 전 과정을 도와드려요.” FAAI는 기본적으로 디자인 의뢰를 받으면 원부자재, 패턴, 작업지시서, 생산공정 관리 등 전 과정을 대행하며 디자인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FAAI 홈페이지, FAAI는 생산이 시작되면 디자이너에게 실시간으로 공정 현황을 알려준다

복종에 맞는 원단 선택부터 적재적소의 거래처 협상, 각 공정현황 제공 등, 사실 FAAI는 브랜드 회사의 생산관리 부문만 딱 떼어내어 플랫폼화 한 것에 가깝다. 디자이너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재적소의 봉제공장을 선택할 수 있으니 좋고, 봉제공장 입장에서도 FAAI가 표준화한 작업지시서를 통해 일감을 받으니 의사소통이 수월하다. 플랫폼화의 장점은 소량 생산에 훨씬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저희가 받는 수량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100장 수준의 오더예요. 이런 수량의 오더는 공장에서 잘 안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이런 오더를 소화할 수 있는 공장은 따로 있어요. 부부 2명이 공장을 운영하는 정도의, 아주 소규모 업체들요.” FAAI는 3,600개 정도의 거래 공장을 규모, 복종 등 세분화해 분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FAAI가 거래처를 선정하는 방식은 꽤 까다롭다. 계약서도 세부항목을 갖춰 까다롭게 작성하고, 거래처 선정 시 실사를 나가 공장 환경을 살필 뿐만 아니라 대표가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와 같은 수치화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조사한다. “종종 공장에 쓰레기더미가 많아 부자재를 분실한다던지, 공장 사장님들이 술에 취해 재단을 안해줘서 납기가 늦어진다던지 하는 사고도 발생하거든요.” 이를 바탕으로 FAAI는 의류 생산 플랫폼으로서 드문 실적을 올렸다. FAAI가 진행한 총 의뢰액은 120억 원, 납품된 의류는 30만 장에 달한다. 미주 오더를 받아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등, 해외 거래도 활성화되고 있다. LG패션, 코오롱, 안다르 등 대기업과 브랜드도 고객사로 유치한 바 있다. 리오더율도 83%에 달한다고 한다.

FAAI는 국내 공장 자동화를 위한 스마트팩토리 구축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단납기, 반응생산을 위해선 국내 공장의 역량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을 추구한 결과, 코로나19 사태에도 매출이 줄지 않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브랜드들이 원래 거래처에 발주를 못 내는 상황이라, 저희에게 의뢰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요. 지금으로써는 불경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지금은 일일이 생산 매니저분들이 봉제공장을 관리하는 구조지만, 앞으로는 봉제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배포해서, 각 공정을 디자이너들이 직접 확인하고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정비할 거예요.” FAAI가 개발한 앱은 고객사 측에서 발주 정보가 나오면, FAAI 내부의 세분화된 공장 분류에 따라 3~4개 정도의 공장에 발주 정보가 가고, 그 공장들이 입찰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다. 생산이 시작되면 디자이너와 실시간으로 공정 현황을 공유할 수 있다.

대행 서비스로부터 시작했지만 자동화 매칭에 가까운 환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생산 라인 현황을 고객들이 직접 파악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면 시간낭비와 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 공장의 라인 현황을 세부적인 것까지 파악해 공장이 쉬는 일이 없게끔 오더를 배분할 수 있다. 소량 오더가 대량 오더에 밀리는 상황도 방지 가능하다. “걱정되는 요소는 공장 사장님들이 얼마나 이런 앱을 받아들일 수 있으실지 모른다는 겁니다. IT기기에 약하신 분들도 많고요. 그래서 앱을 이용하시면 장비를 지원한다던지, 아이패드와 같은 기기를 지원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어요.” 이 대표는 앱 개발이 끝나 올해 중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했다. “저희가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건 2주 생산, 단납기, 반응생산이 가능한 비대면 플랫폼이에요. 기존의 의류 생산방식은 사장님과 디자이너의 의사소통 횟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죠. 저희는 그걸 줄여나갈 방법을 찾다 보니, 조금 더 공장 자동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FAAI는 국내 공장 자동화를 위한 스마트팩토리 구축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단납기, 반응생산을 위해선 국내 공장의 역량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FAAI에서 자체 패턴 캐드, 자동화재단기를 도입하는 것도 이 사업의 일부다. “앞서 말씀드렸듯 부부 사장님 두 명이서 공장을 꾸려나가는 영세사업자들이 많아요. 이런 공장들의 문제는 재단이 안 되는 거예요. 자체 재단을 할 수 없으니까 다른 공장에서 재단된 걸 받아 할 수 밖에 없는, 하청으로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인 거죠. 저희가 만약 직접 자동화설비로 재단까지 완벽하게 끝내서 공장으로 보낼 수 있으면, 사장님들은 봉제만 하면 돼요. 오더, 패턴, 원부자재, 재단까지 다 해서 봉제만 하면 되게 사장님들에게 분배해드리는 거죠. 저희는 렉트라 장비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자동 재단, 연단이 되니까 사장님이 직접 하는 것보다 시간과 품질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봐요. 공장의 비어있는 캐파와 매칭했을 때 납기속도가 훨씬 빨라지겠죠.”

<취재: 이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