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복 리서치 | 정만선 | 평강어패럴 대표 인터뷰

방호복 일감은 ‘가뭄에 단비’ 원단 확보가 관건

전대미문의 사태로 지구촌이 난리다. 세계경제는 위기의 적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대부분 나라들이 봉쇄와 이동제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어 집단 근로가 필수인 생산공장들의 시름은 깊다. 일감마저 뚝 끊긴 국내 소규모 봉제공장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그렇다고 마냥 재봉기를 멈춰 둘 수도 없다. 일부 공장들은 천 마스크와 방호복 일감을 수주해 버텨내고 있다. 일감 찾아 동분서주하는 이들에게 방호복 오더는 그나마 ‘가뭄에 단비’인 것이다. 방호복 관련 특집을 빌미로 찾은 평강어패럴(대표: 정만선)은 방호복과는 거리가 먼 여성복 생산업체다. 여성복 핸드메이드가 전문인 이 회사는 코로나 사태로 일감이 끊겨 난감해 하던 차, 방호복과 연이 닿았던 것. 첫 방호복 일감을 수주해 작업하면서 겪은 경험담을 정만선 대표의 ‘1인칭 시점’으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해당 특집의 다른 기사는 월간 봉제기술 2020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정만선 평강어패럴 대표

“방호복 일감이 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나?” 천 마스크 작업으로 분주하던 3월 어느날,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선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방호복 20만 장 오더가 있는데 생산에 참여할 생각이 있으면 이틀 뒤 함께 만나 계약하러 가자는 것이었다. 그 선배가 나를 찾은 것은 금호고속 전직원 근무복을 독점계약해 몇 년간 성실히 진행해 온 경력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미 작업 중인 천 마스크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긴급 투입된 물량이었지만 생산이 마무리되어 방호복 작업을 생산라인에 투입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30년이 훨씬 넘는 봉제 이력을 가졌지만 방호복은 처음이라 은근히 신경은 쓰였다. 이틀 뒤 선배를 만나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J코포레이션이란 회사를 방문했다.

부피 큰 방호복, 쌓아둘 곳 감안해야

방호복 20만 장 생산 관련 계약서를 유심히 살폈다.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방호복은 부피가 큰 편이라 1차 집하장이 있어야 한다. 집하장에서 원단을 각 공장으로 보내고 생산이 끝나면 모아서 집하장으로 가져와 적재해야 하는데 집하장은 40퓨터 컨테이너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야지 공항이든 항구든 바로 실어 보낼 수가 있다. 그런데 갑자기 덜렁 계약을 하다보니까 이런 걸 놓쳐버렸다. 50명 규모 봉제공장에서 하루 1천~1천 2백 장 정도의 방호복이 생산되는데 쌓아둘 공간이 없다. 생산 즉시 집하장으로 보내야 한다. 그런데 물류비를 비롯, 생산 외적인 경비가 가공 단가 속에서 빠져 있었다.

20만 장을 생산하는데 1개월 남짓 걸렸다. 우리가 한 방호복 작업은 2본침 오버록 작업과 바이어스 작업으로 각각 10만 장씩 박았다. 60인치 기준해서 한 피스에 원단은 4.4야드 들어간다. 덧신 포함해서 공임은 4,650원이었다. 이 금액 안에는 우리가 구매해서 쓰는 재봉사, 지퍼, 테이프 등 부자재 비용 600원 정도가 포함되어 있다. 결국 3,950원에 일은 한 셈이다. 일부는 4군데 공장에 외주를 보내가며 하루 6,000장씩 열심히 만들어 기한 내 납품을 완료했고 결제까지 마무리지었지만 들인 공에 비해 마진이 박했다. 오로지 일감에만 급급해 단가를 꼼꼼히 살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호복 봉제라는 새로운 경험을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방호복을 진행하는 공장들의 공간은 대개 100평 미만의 소규모다. 첫 방호복 작업을 끝낸 후로 주변에 누가 방호복 작업에 대해 물으면 “어느 정도의 적재 공간이 필요하다”며 “쌓아둘 곳 마땅치 않으면 결코 쉽지 않다. 잘못하면 다 안고 넘어질 수 있다”고 경험을 전하게 된다. 그나마 우린 박스트럭이 있어 집하장까지 그때그때 실어 옮길 수가 있었다. 다시말해 일이 없어 공장 놀리는 거 보다야 낫겠다는 생각에 덜렁 받아서 작업했다간 ‘죽쒀서 개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겨 둘 필요가 있겠다. 한달 넘게 20만 장 만들어 1천만원 이익 냈으니 뭐가 되었겠나? 계약만큼은 꼼꼼하고 신중해야 한다. 100만 장을 하기 위한 워밍업이다 생각하고 지금은 다시 2차분 오더를 상담 중이다. 2차분은 심실링 공정이 추가된 방호복이다. 1차 샘플 작업에 들어갔다.

심실링 장비 갖춘 공장, 수배 힘들어

문제는 심실링 작업인데 샘플은 외부에 보내 심실링 처리를 할 수 있지만 본 오더로 이어질 경우, 대량의 심실링 작업을 맡길 수 있는 공장도 없거니와 직접 수십대의 심실링 장비를 갖추는 것도 무리라 묘안을 찾고 있다. 2차분 방호복 생산 의뢰는 대형 병원에서 들어 왔다. 의료진용 방호복은 심실링 처리가 필수다. 상담 결과, 납기내 필요 수량인 100만 장을 맞출려면 심실링기계가 100대 가까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봉제공장 다 뒤져도 한꺼번에 100대 갖춘 공장은 없다. 한두대씩 보유한 공장들을 수배해서 조금씩 나눠 작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원활한 제품 관리가 되질 않는다.

일감만 수주했다고 작업이 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원단 확보’다.

그렇다고 100만 장 이후 지속적으로 오더가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는데 심실링기를 다량 구매해 작업한다는 건 무리수다. 통상 심실링기 한대로 하루에 80~100장 정도 처리한다. 그러니 하루 1만 장이 봉제되어 쏟아지면 뭐하나, 심실링 작업이 받춰주지 못하는데. 때가 때인만큼 구름잡는 방호복 오더도 많다. 이번에 20만 장을 만들어 납품하고 나니까 여기저기서 같이 일 해보자는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 100만 장, 500만 장 등 부풀려진 오더도 시중에 나도는데 사기일 가능성도 많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일감만 수주했다고 작업이 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원단 확보’다. 원단 확보는 결코 만만치 않다.

현재로선 조석으로 원단가격이 변하고 있다. 5월 초 기준, FDA 승인이 난 중국산 원단(필름 붙여 가공된 것)이 1야드에 한화로 2,600원이다. 이 원단은 곧바로 들여와 봉제해서 수출하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지만 확보가 힘들다. 중국 정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으로 시중에 가짜 원단이 상당량 나도는 것도 사실이다. 이밖에 1야드에 600원 하던 베트남산 원단이 지금은 1,400원에 거래가 된다. 이것 역시 조석으로 가격이 변하고 있다. 베트남산은 FDA 승인은 없고 시험분석만 나와 있다. 한국산은 대략 1,800~2,000원 선인데 이 역시 정부가 통제하고 있어 아무나 구하지 못한다.

방호복용 원단 가격, 조석으로 변동

국내산 방호복 원단 중에 부직포가 아닌 원단으로 개발된 것도 있다. ‘해리텍스타일’에서 개발한 신개념 방호복 원단으로 1야드 당 1,700~2,000원 선이다. 기존 부직포방식 방호복은 내구성이 약해 쉽게 찢어지는데 반해 이 특수 원단은 부직포보다 인장 강도가 강해 입었을 때 잘 찢어지지 않아 의료진이 입고 뛰어도 될 만큼 활동성이 뛰어나다. 혈액 침투를 막아주는 내수압도 900mm 이상으로 방호효과가 높다. 지난 5월초 FDA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이 원단으로 현재 방호복 샘플을 만들어 테스트 중인데 마음에 든다. 방호복용 원단 봉제 시 주로 가장 가는 7호짜리 바늘을 사용한다.

실 역시 얇은 면사인 치즈사를 쓴다. 원단의 안쪽은 코팅면이고, 겉면은 폴리재질의 부직포다. 따라서 2본침 오버록을 칠 때는 별 문제 없으나 바이어스작업을 할 땐 트러블이 생긴다. 왜냐하면 비닐 코팅된 것이 배배 꼬이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는 기술적인 것으로 재봉기 기종을 바꿔줘야 한다. 방호복 자체가 특수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산 방호복 1장 값으로 중국산이나 베트남산 방호복 5장을 살 수 있다면 우리의 방호복은 품질을 떠나 경쟁력 면에서 아웃이다. 지금이야 코로나 비상 상황이라 가격에 그리 구애받지 않고 물량확보를 우선시 하지만 상황이 안정되면 가격에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방호복생산 공장, 철저한 위생관리 요구

이 때문에 한시적이지 않고 지속 가능한 아이템으로 자리매김 할지, 그렇다면 일반 의류가 아닌 방호복 생산에 올인해도 될지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각 나라들이 마스크와 방호복을 전략물자로 구분하고 있다. 다시말해 이것이 무기가 되었다. 앞으로 누구든 1인 당 마스크 몇 개 씩은 반드시 키핑해 둘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방호복은 앞으로 가격면에서 베트남, 중국, 방글라데시, 미얀마산을 당해 낼 수 없다. 이제 세계가 공히 전략물자로 필수 확보를 한다고 볼 때 중국을 비롯 모든 나라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가 방호복 생산으론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소재개발에 힘써 차별화된 방호복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20만 장 만들어 납품한 건 워밍업 정도라 생각하고 다음부턴 작업공간을 넓혀 방호복 생산에 걸맞는 설비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몇몇 중견 의류기업들도 기존 해외 생산라인에 방호복 아이템을 추가하고 있다. 외국 바이어들이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방역 관련 제품에서 한국산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씨젠의 진단키트 성공으로 방호복과 마스크의 메이드인코리아 주가가 높아졌고 국가 위상도 올라갔다. 이러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부합하는 공장과 작업환경을 갖춰야 한다.

방호복과 마스크는 철저한 위생관리를 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멸균실, 에어샤워부스, 진공포장시스템을 갖춘 클린공장에서 생산되어져야 한다. 보건용 마스크나 방호복이 1회성 소모품이다보니 버려지는 양도 엄청나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환경단체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5천만이 일주일에 너댓개씩 마스크를 버린다고 치자. 그 양은 실로 산더미를 이룰 것이다. 방진복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가 수그러들면 환경오염을 문제 삼을 것이다. 이를 감안한 소재의 연구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