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라운지 | 박승만 | 청운 대표

봉제, 이제는 스스로 사는 길 가야

봉제가 위기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엎친데 덮친격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나가는 업체도 많다. 서울 중랑구 용마산로에 위치한 청운(대표: 박승만)은 독창적인 아이디어 제품을 생산, 판매해 어려운 이 국면을 잘 대처해 나가고 있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동사 박승만 대표를 만나보았다. <편집자주>

전례 없는 코로나 사태를 맞고 있다.  코로나가 봉제업을 고사 직전까지 몰아가고 있다. 외출 자제나 여가활동 축소 등의 여파로 소비가 줄어 물량 감소가 뚜렷하다. 때문에 오더가 없는 봉제공장들의 휴•폐업이 지속되고 있다. 주변 공장들을 보아도 일하는 곳보다 가동을 멈춘 곳이 더 많을 지경이다. 그나마 우리는 자체 생산하고 판매하는 품목이 있어 힘겹지만 버티고 있다. 임가공만 하는 업체들은 물량 줄고 가공임이 바닥이라 정말 힘들다.

청운 박승만 대표

-주로 어떤 아이템을 생산하나?
원래 이너웨어를 전문으로 했다. 그 중에서도 기능성 제품을 많이 했다. 예를 들면 냉감 소재를 사용한 기능성 내의류를 비롯해 여름용 잠옷 등이다. 지금은 특수 기능성 원단을 활용한 레깅스를 비롯해 두건, 마스크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생산한다.

-이너웨어 분야에서 한 때는 상당한 규모로 사업을 한 것으로 안다.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과 익산 등지에 3개 공장이 있었고 약 300명의 직원이 있었다. 연간 매출만 많을 때는 60억원 가량을 했다. 직장 생활을 잠시 경험한 후 젊은 나이에 일찍 사업을 시작했다. 운이 있었던지 외환위기 전까지는 완만히 사세를 확장했다. 잘 나가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거래하던 브랜드사 9개 중에 7개 업체가 부도를 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부도를 내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의 분위기였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대혼란기였다. 다행스럽게도 부도를 내지 않은 2개사 중에 거래처 중 메인업체였던 ‘제임스딘’을 생산하던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제임스딘은 우리가 생산하던 전체 물량 중 약 20% 가량을 차지하던 곳이다. 차지하던 물량이 컸는데 부도를 내지 않아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외환위기를 거친 후 빚더미에 올라앉아 수습하느라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있던 집과 토지를 팔아 빚을 갚고 난 후 안정세를 찾아가다가 2003년 3억원 가량의 부도를 또 맞았다. 그 때 부도가 외환위기 때 맞은 부도보다 더 치명타였다. 부족한 자본으로 재기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이다. 회사 규모를 줄이고 이곳 면목동으로 이전하면서 다시 재기를 시작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터를 잡은 것이 약 10년가량 되었다. 그동안 봉제는 계속 하락세를 탔다. 물량도 계속 줄었고 임가공비도 제자리걸음을 쳤다. 봉제업의 하향세를 계속 지켜보며 모진 세월을 견뎌냈다.

-청운어패럴은 독창적인 아이디어 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업체로 주변에 알려져 있는데 생산 방식은 어떤지?
자체 판매 물량 생산과 임가공, 완사입 제품을 두루 생산하고 있다. 자체 물량과 외부 오더의 비율이 40:60 가량으로 아직은 외부 물량이 많다. 외부 오더는 특수 기능성 원단을 활용한 의류나 골프용 특수 용품을 주로 생산 납품한다. 현재 임가공, 완사입 물량이 여전히 많기는 하지만 자체 판매가 늘어나면 앞으로 계속 줄여나갈 생각이다.

청운의 효자아이템인 특허등록된 레저용 레깅스

-외부 오더를 줄이고 자체 물량을 늘려 가겠다는 것인지?
현재 임가공이나 프로모션 오더는 예전과는 질적, 양적으로 봉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임가공 오더는 대부분 소량에 납기가 급하거나 품질이 까다로워 작업하기 힘든 것 밖에 없다. 이런 제품을 생산하다보면 이윤도 거의 없고 골치만 아프다. 사이즈 오차도 허용 범위가 너무 작아 공장에서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클레임 맞을 공산이 크다. 아예 안 하니만 못한 것들도 많다. 이런 현실 때문에 앞으로 외부 임가공 오더는 계속 줄이다가 궁극에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데 임가공 오더를 안 하겠다고 하니까 오히려 더 해달라고 요청하는 업체가 많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헛심만 쓰는 임가공 오더 할 바에는 그 시간에 내 제품 생산에 공을 들이는 것이 낫다.

-자체 판매 제품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우리 회사의 효자 품목은 몇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골프나 등산 등 레저 활동에 착용하는 여성용 레깅스이다. 이 제품은 하절기에 햇빛에 다리가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며 냉감 소재를 사용해 시원하게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 레깅스는 팬티 위에 입는 점을 감안해 상부를 메쉬 소재로 만들어 불편함 없이 시원하게 착용할 수 있다. 상반신에 입는 탱크탑 이너웨어도 인기다. 이 제품은 가슴 아래 부위는 티셔츠의 가슴 아래 부위를 없앤 모형이다. 냉감 소재를 사용해 골프복이나 등산복 위에 입고 팔과 목 부위에 햇볕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레저용으로 많이 판매된 제품이다. 이 밖에도 마스크를 비롯해 다양한 기능성 제품들이 많다.

주문 배송을 위한 자체 물류 창고

-이 제품들을 모두 직접 개발했는지?
가장 효자 품목이라 할 수 있는 레깅스는 처음에는 이런 형태의 제품이 아니었다. 한 패션브랜드에서 기능성 이너웨어 제품 의뢰가 와서 임가공 생산해서 납품했던 제품인데 한 번 생산하고는 리오더가 없이 끝난 제품이었다. 그 제품은 지금처럼 팬티 부위가 메쉬로 된 것이 아니라 레깅스 원단으로 전체가 하나의 바지 형태로 된 것이다. 아무래도 팬티 위에 입었을 때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당시 공장에 재고 몇 장이 있었는데 아내가 등산할 때 입겠다면서 가져가 입어 보게 되었다. 입어보고는 너무 불편하다고 호소해 왔다. 반바지 등산복 등을 입으면 레깅스를 그 아래에 착용해야할 필요성은 있는데 내복 같은 형태의 레깅스는 많이 불편하다는 점을 알았다. 그래서 팬티 부위를 매쉬로 만들어 아내에게 선물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몇 장 더 만들어 아내 친구를 비롯해 지인들에게 나눠줬는데 반응이 이구동성으로 칭찬 일색이었다. 그래서 바로 디자인 및 특허 등록을 했다. 팬티 부위를 매쉬로 만든 제품은 저희 제품이 유일했다.

고기능성 아이템 생산에 여념이 없는 현장 모습

팬티스타킹 형태지만 봉제로 만들었고 팬티 부위를 매쉬로 처리한 디자인으로 특허 등록했다. 처음 제품을 출시하자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출시 첫해에 약 5만장을 만들어 판매했는데 나중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유사품이 곧바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여러 곳에서 만들어 시중에 풀리는데 처음에는 내용 증명 보내는 것으로 대응하다가 비교적 판매가 많은 업체 한 곳과는 본격 소송전까지 벌였다. 특허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이었는데 결국 우리가 승소할 수 있었다. 상대측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사 제품까지 찾아와 대응했지만 저희가 만든 제품과는 형태나 디자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특허를 낸 입장이지만 이런 소송은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해가 크다. 장기적인 소모전이다보니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유사품이 많이 나와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우리 나라 법체계는 그런 점에서 참 불합리한 면이 많다는 것을 이번 사례로 깨닫기도 했다.

제품개발 중인 박승만 대표

-아이디어 제품 개발로 결국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것인지?
우리가 개발한 레깅스나 탱크탑 등은 대부분 하절기 골프나 등산 등의 레저 스포츠에 사용하는 것이다. 하절기에는 찾는 이들이 많아 자체 물량으로도 충분한 매출을 올린다. 그런데 문제는 동절기이다. 동절기에는 사실 공장의 오더도 줄고 자체 물량도 많지 않아 매출 유지가 어렵다. 동절기 매출 확보를 위해 수년간 여러 가지 제품을 개발해 보기도 했다. 넥워머를 비롯해 장갑, 발토시 등 다양한 제품을 시도했는데 레깅스와 같은 효자 품목을 아직까지 발굴하지 못했다. 최근 발토시를 새로 개발해볼까 생각중이다. 이 제품은 고급 브랜드에서 패션용으로 개발해 출시했으나 워낙 고가로 판매하다보니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저희는 가격대를 낮춰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실속형 제품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동절기 효자 품목을 몇 개 더 확보한다면 앞으로 임가공 오더 등 외부 물량은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임가공이나 완사입 오더로는 앞으로 봉제공장 꾸려나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최저 임금 오르고 인건비 때문에 일이 있어도 고용을 더 늘리기가 어렵게 되었다. 부가가치 높은 품목을 생산하고 자체 판매할 수 있는 역량을 더 키워나가야 한다. 하절기 품목은 이제 제법 자리를 잡았는데 문제는 동절기 품목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빨리 효자품목을 발굴해 연간 안정적인 매출 발생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현실에 맞지 않은 오더만 쳐다보고 있으면 안 된다. 지금 주변의 봉제공장들 코로나 사태 이후 상당수가 개점휴업 상태다. 브랜드들도 오더를 줄였다. 공장 돌리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 멍하니 있는 상황이다. 봉제업도 이제는 능동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인터뷰: 이상철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