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1 | 의류생산 플랫폼 업계 현황 및 전망

해당 기사는 본지 신년특집, ‘형태 뚜렷해지는 패션봉제 플랫폼사업’에 일부입니다. 1월호 발행 이후 독자분들의 성원이 이어져, 일부 내용을 재편집해 온라인으로 총3회에 걸쳐 매주 게재합니다. 해당 특집 전문은 봉제기술 2021년 1월호(통권 553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의류생산 플랫폼, 견고한 사업모델 확보?

산업환경 적응하며 서로 닮는 플랫폼 업체들

소규모 바이어와 봉제공장을 중개하는 의류생산 플랫폼 사업은 2010년대 후반부터 활발하게 시도되어 왔으나 소규모 업체의 생성·소멸을 반복하는 데 그치는 경향이 있었다. 한편 최근 몇 개 업체에서 뚜렷한 성장세가 감지된다. 플랫폼 업계의 내부를 파헤쳐본다. <편집자주>

‘비대면·온라인 의류생산 대행 플랫폼’을 표방하는 패션산업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의 사업모델이 안정화되고 있다. ‘사업모델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해당 영역에서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한 스타트업이 존재하고 이를 모방한 새로운 플랫폼이 출현하거나, 기존의 다른 사업모델을 가졌던 플랫폼들이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서로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은 보통 처음에는 새롭고 유일한 것이다.

‘배달의 민족’으로 대표되는 배달앱의 경우도 그렇다. 처음에는 새로운 시도였던 사업모델이 성공적인 것이라고 증명되면, 그 뒤를 따르는 경쟁업체들이 생겨 ‘업계’라고 부를 만한 생태계가 탄생한다. 의류생산 플랫폼 영역에서는 바로 지금이 ‘업계’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이런 의류생산 관련 스타트업을 한데 묶어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쉽지 않았다. 저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나 범위가 상이해 하나로 묶기 어려웠고, 사업모델이 정립되지 않아 소규모 업체들이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대형플랫폼 사업모델 안정화 수순 최근 3년간이 업계의 ‘태동기’

의류생산플랫폼 매칭서비스인 ‘오슬’

특히 사라진 업체들의 수가 만만치 않다. “O2O 서비스로 유통 마진을 줄이겠다”며 나선 사회적기업 오르그닷의 ‘디자이너스 앤 메이커스(D&M, 2016년 출시)는 웹 페이지에 공장 정보를 직접 제공해 디자이너들이 연락할 수 있는 방식이었는데, 최근까지 홈페이지가 유지되고 있었으나 2019년 초 홈페이지가 폐쇄됐다. 사라진 서비스 중에는 2016년 말에 이커머스 전문기업 DCG와 서울봉제산업협회가 손잡고 개발한 ‘소잉 마스터(Sewing Master)’도 있다. DCG는 국내 UX, U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손꼽히는 기업인 ㈜투비소프트의 자회사로, 당시 “봉제공장과 동대문 도소매상을 연결, 품목별 패턴, 상세정보, 트렌드 등 제조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수요자의 니즈에 맞춘 단납기에 대응한다”며 서비스를 출범했다. ‘소잉마스터’ 서비스는 2018년 이후 중지됐다.

이외에도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1억 4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서울 메이커스’는 민간 영역 침해 논란을 키운 후 소식을 감췄고, “1,000개 공장과 제휴해 공장에서 직접 만든 옷을 직도매로 판매한다”는 스타트업 ‘잇츠팩토리’도 웹 페이지가 폐쇄됐다. 의류 디자이너 출신 대표가 창업하고 IBK 창공(IBK 은행의 스타트업 창업 투자·지원기관)의 지원을 받은 웨이브스앤코의 의류 생산 중개 플랫폼, ‘메이크잇(make it, 2018년 출시)’은 창업지원 성공사례로 소개된 적도 있으나 2019년 4월 이후 홈페이지만 남겨둔 채 활동을 안 하고 있는 상태다. 2020년 초 연락했을 때 “사업 정리 수순에 있어 섭외에 응하기가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

어느새 사라지는 플랫폼 업체들 성과 얻은 기업은 극소수

의류생산플랫폼 디자이너-봉제공장 일감연계 서비스인 ‘어바옷(대표: 지승현)’

또한 각종 봉제조합 및 단체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한 적 있으나 눈에 띄는 결과를 낸 곳은 없다. 각각의 플랫폼이 내세운 구호를 살펴보면, ‘디자이너-봉제공장 일감 매칭’, ‘의류생산 대행’, ‘신진디자이너 소량 생산 특화’, ‘디자인부터 판매·마케팅까지 원스톱으로’, ‘유통 마진 줄여 이익을 되돌려주는 사회적 기업’ 등등이다. 이들의 서비스가 제공하는 핵심 가치나 실질적인 내용이 서로 상이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됐지만 성과를 얻은 기업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최근에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몇몇 업체들이 불확실성을 뚫고 살아남아 실질적인 수익을 내고 있으며, 또한 살아남은 플랫폼들에게서 공통적인 특징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활발하게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들은 ㈜컨트롤클로더(대표: 이지윤)의 의류생산플랫폼 ‘파이(FAAI)’, ㈜위아더(대표: 강상구, 구 ㈜위플)의 공장 찾기, 매칭서비스인 ‘오슬’, 그리고 디자이너-봉제공장 일감연계 서비스인 ‘어바옷(대표: 지승현)’ 등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현재 사업의 주 동력을 단순 매칭 시스템이 아닌 적극적 생산대행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즉, 프로모션에 가까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각 스타트업의 시작점이나 비전은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다.

불확실성 뚫고 수익내는 몇 개 업체들 적극적 생산대행 서비스 공통적 제공

이를테면 파이(FAAI)의 이지윤 대표는 “디자이너들을 고객으로, 생산·홍보·유통·마케팅을 대행하는 종합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원래 구상한 사업은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어서, 생산 쪽에 집중해 서비스를 개편했다”고 본지와의 인터뷰(’20년 5월호)에서 밝힌 바 있다. 어바옷 지승현 대표는 “브랜드 창업가, 신진 디자이너를 봉제업체와 직접 연결해 다품종 소량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돕는다(’19년 2월호 인터뷰)”는 취지로 서비스를 출시했다. 한편 최근 본지와의 취재과정에선 “단순 매칭보다는 적극적 생산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이를테면 신진 디자이너는 대량 생산에 적합한 ‘제품’보다는 (단가 상승의 원인인)디테일이 많은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고, 이는 공장에게 있어 까다롭고 어려운데, 수량은 작고 단가도 높게 부르지 못하는 ‘애매한 오더’다. 한편 생산에 관한 노하우가 많지 않은 디자이너에게 단가를 무조건 높게 부르거나, 납기를 지키지 않거나, 품질 관리가 되지 않는 공장 또한 많다. 이런 이유로 ‘어바옷’의 초창기 서비스인 ‘단순 매칭’이 탄력을 받지 못한 것이다.

거래공장 선별하는 플랫폼 업체들 국내 봉제환경에도 영향 미칠까

의류생산플랫폼 ‘파이(FAAI)’

한편 ㈜위아더(구 ㈜위플)가 서비스하는 ‘오슬’의 경우, ‘카카오 택시’와 같은 서비스처럼 작업지시서가 들어오면 특정 업종의 봉제공장에게 ‘콜’이 가고, 봉제공장이 수락하고 단가를 제시하면 다시 의뢰자가 최종 승인하는 자동화시스템을 목표로 했다(’20년 3월 인터뷰). 동사의 조형일 이사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동화가 70% 정도 진행된 상황”이라면서도, “생산을 처음 진행하시는 분들의 경우 작업지시서를 완벽하게 작성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경우 컨설팅을 통해 작업지시서를 수정/보완해 봉제공장과의 의사소통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요 업체들이 바로 자동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는, 적극적 생산관리를 표방하거나 중간 단계로 삼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실제로 오슬은 특집기사 보도 이후인 1월 11일, 생산대행 서비스인 ‘생산메이트’를 오픈했습니다.) 상이한 비전으로 출발한 업체들이 비슷한 사업모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재미있다. 놀라운 점은 각각의 업체를 미팅해 보면 경쟁 업체가 정확히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지 잘 알지 못할뿐더러,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플랫폼 업체들이 서로 닮는 건 적극적인 벤치마킹의 결과라기보다는 시행착오를 거쳐 현실에 적응한 결과라고 파악된다. 한편 살아남은 업체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앞서 언급한 업체를 포함해 대부분의 플랫폼이 “거래 공장을 줄이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 거래처를 늘리기보다는, 고객과의 신뢰를 쌓고 전반적인 거래 중개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의 온라인·플랫폼화는 선진국 봉제의 필연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배달 앱이 ‘앱 주문’이라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배달 음식 업계의 생태계를 모조리 바꿔놓은 것처럼, 의류생산 플랫폼도 순식간에 국내 의류생산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다. 의류생산 플랫폼 업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취재: 이백현 기자>

[특별기획 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