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공장 엿보기 | 솔로몬패션

“봉제공장의 스마트화, 사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죠”

2009년, 아이폰 초기모델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다. 엄지와 검지를 화면에 대고 오므리거나 벌리면 이미지가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기능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이름하여 ‘핀치 줌’ 기능이다. 당시 일반 핸드폰을 소지한 사람들은 핀치 줌 기능을 마술 같다고도 했다.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제 핀치 줌 기능은 전혀 특별한 게 아닌 세상이 되었다.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이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던지면서 ‘스마트팩토리’가 촉발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980년대 이후 오랜기간 익숙하게 들어오던 ‘공장자동화’란 말은 이제 ‘스마트팩토리’에 바톤을 넘긴 분위기다. 어느 순간, 모든 산업에 걸쳐 스마트팩토리가 대세로 등장한 것이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만 들리던 ‘스마트팩토리’가 어느샌가 봉제인들 사이에서도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었다. 대형 봉제기업 몇 곳은 선도적으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소규모 봉제공장들도 시스템공급사와 지원 기관의 적극적인 안내에 힘입어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에서는 제조현장의 경쟁력제고를 위해 신규 구축 및 고도화 사업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지원해오고 있다.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지원받을 수 있다. 여기에 부응하여 재봉기를 비롯 주변 봉제기기 메이커들도 스마트팩토리에 대응하는 프로그램을 속속 개발, 힘을 보태고 있다. 문제는 소규모 봉제업체들의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이해도다. 마술 부리듯 신통방통 하기만 하던 스마트폰의 기능이 이젠 모두에게 익숙해져 더할 나위없이 편해진 것처럼, 봉제공장도 좀 더 스마트하게 바뀌어야 한다는데는 절대 공감하나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손 대야 할지 난감해 하는 게 사실이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손 대야 할지~

▲ 솔로몬패션 김성규 대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작게라도 시작했으면 좋겠다. 스마트팩토리라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한번 추진해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작은 부분부터 시작을 하는 게 맞다. 그런 부분들을 개인적으로 퍼즐이라고 표현한다. 하나하나의 퍼즐이 만들어져서 그 기업의 전략과 그리고 비즈니스모델과 융합된다면 장기적으로 볼때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수년 전만해도 소규모 공장들의 반응은 썰렁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늘어나면서 다수 봉제인들도 귀동냥을 통해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 금천구에서 여성의류를 생산하는 ‘솔로몬패션’도 그 중 하나다. 지난달 초 동사의 생산현장을 방문했다. 김성규 대표는 스마트팩토리化의 첫단계로 생산정보의 네트워크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봉제공장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마트팩토리’가 답”이라며 “급변하는 봉제생산환경에 대응키 위해 자동화 생산 시스템 구축은 필연”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작업자들의 평균 연령대는 50대 중반이다. 앞으로가 염려스럽다.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마트팩토리화를 위해 일단 공장 내 환경을 개선했다. 생산시설도 그에 맞게 교체했다. 또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갖추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젊은 인력도 들였다”고 했다. 생산현장 전면에는 대형 모니터(위 사진)가 설치되어 있고 실시간으로 생산 관련 다양한 정보가 표시되고 있었다. 개인별 생산실적이 그래프로 나타나는가하면 그날의 목표 실적 가운데 현재 달성한 실적이 수치와 그래프로 나타난다. 관리자는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보고되는 데이터를 통해 생산현황을 체크한다. 모든 생산장비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현재 진행 중인 오더의 생산 진행 상황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봉제업체들이 숫자만 나타나는 생산현황판에 익숙해 있었다. 숫자 외에는 어떤 것도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말그대로 생산현황판일 뿐이다.

스마트팩토리에서 답을 얻기로 결심

하지만 MES(제조실행시스템,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와 연동되는 생산정보 모니터는 이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기서는 얼마만큼의 생산자재가 사용되었는지 파악해 필요이상의 생산자재가 쌓이는 것을 막을 수도 있고, 생산 공정이 실시간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적재 적소에 최상의 공정을 계획할 수 있으며, 현재 생산 중인 제품 하나하나의 완성 시점을 바로 알 수 있어 정확한 납기일을 미리 예측할 수도 있었다. 스마트팩토리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김성규 대표는 이렇게 전했다.

“5~6년 전부터 사업이 내리막길 분위기라 뭔가 변화를 주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죠. 그렇게 한 3년 지나면서 사업은 마이너스와 제자리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 금천구 지역 내 봉제 관련 협회 일을 보면서 여러 정보를 취하게 되었지요. 이런 정보들에 힘입어 변하기 위한 시발점을 찾았습니다. 고령화로 인해 계속 생산성이 떨어지니까 이에 비례해 매출도 눈에 띄게 떨어지더군요.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원인을 찾다보니깐 데이터가 필요했던 겁니다. 기존 생산방식대로 하면서 떨어진 매출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변화의 여건 마련이 절실했지요. 지금껏 수기에 의존해 왔는데 데이터를 만들려면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습니다. 그즈음 스마트팩토리에서 답을 얻기로 결심을 굳혔죠. 그때부터 저희같은 규모의 봉제공장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해주는 업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만난 회사가 (주)코아입니다.”

코아는 봉제공정 및 생산장비의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 수집해 다양한 솔루션에 활용하도록 제공하는 회사다. 1년 7개월 전, 솔로몬패션 김성규 대표는 코아 개발팀과 만나 머리를 맞댔다. 코아는 솔로몬패션의 현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해 맞춤식 시스템 구축을, 솔로몬패션은 코아의 원활한 연구개발을 위해 기존 생산공정 등의 정보를 오픈하는 등 본격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코아 측에서는 먼저 각 작업 테이블에 OP(Ope-rator Panel)를 달아 테스트하면서 솔로몬패션 측이 원하는걸 찾아 전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불편한 사항, 꼭 있어야 될 것과 첨가해야 될 것 등을 끊임없이 제안하였으며 코아 개발팀은 이러한 내용을 적극 수용해 가며 맞춤식 프로그램 개발을 이어갔다. 그 과정만 거의 6개월이 소요됐다.

“6개월 간 이어온 작업은 신규 단계에서 가능한 정도여서 그 이후로 데이터 통계를 낼 수 있도록 요청해 현재 MES 연동 수준에 이르렀으며 스마트팩토리 고도화 사업에 포함되는 단계까지 올라섰습니다. 개발팀 관계자는 생산현장의 소소한 애로사항 같은 것은 잘 모를 수 있지요. 그런 부분은 저희와 함께 풀어가며 거기에 맞춰 연구개발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지금껏 이어 온 겁니다. 개발팀과 저는 긴 시간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이곳 현장에서 만나 미팅을 가졌죠.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직도 보완할 게 많죠.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달리면 됩니다’ 라고 할텐데 실제 완벽한 통계에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좀 부족하다며 데이터를 더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공정으로 봤을 때 80~90%에 와 있습니다. 이제 최종 완성단계가 눈 앞입니다.”

현재, 생각한대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계획했던 것보다는 아직 더딘 부분이 있으나 계획대로 갈 것이란 확신은 듭니다. 현장에 젊은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런 의도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현장 여건이 열악하고 근로조건을 제대로 못맞춰 주니깐 젊은 인력들이 오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 더욱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죠. 소규모 봉제공장도 이런 시스템을 갖추다보면 젊은이들도 더불어 관심을 보이게 될 겁니다. 지금 저희 현장에는 30대 초반 의류패션학과를 나온 직원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사용하는 것이 매우 익숙하죠. 이해와 속도가 빠릅니다. 제가 원했던 게 결국 이런 겁니다.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결국 젊은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마도 적응 못하고 갔을 것이나 생산 관련 데이터를 운용한다는 자부심으로 매우 열심입니다. 봉제공장에 청년들이 면접보러 온다는 건 희망이지요. 고무적인 것은 이들이 컴퓨터 재봉기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것에 관심을 보이며 봉제공장을 찾는다는 사실입니다.”

솔로몬패션의 스마트팩토리화에 대해 원청사도 반기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생산 관련 데이터가 모든 설비와 장치로 실시간 전송되고, 전 공정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한 원청사는 우리 회사에 더욱 신뢰를 표하며 여러가지로 신경을 써주는 분위기다. 원청사 입장에서도 공장관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며 기대감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동사 현장에는 곧 자동재단장비(CAM)도 들어온다. 이는 정부의 제조업 지원 프로그램인 고도화사업과 맞물려 있다. 김 대표는 “CAM이 들어오면 일단은 재단의 정확성이 보장되어 시접봉제를 조절하는데 용이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작업자들의 노동 강도도 좀 더 개선될 것”이라고도 했다. 생산캐파가 CAM을 가동할 만큼 넉넉치 않아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주변의 우려에, 김 대표는 “우선은 우리 현장에서만 사용하고, 익숙해지고 나면 아마 같은 건물 내 고만고만한 규모의 공장 재단물을 받아 잘라 주는 것도 가능하리라 본다. 물론 일감을 맡길지는 각 공장이 판단할 것이나 이웃해 있는 공장들은 서로를 잘 아니까 사용 소재에 대한 정보도 곧바로 파악할 수 있어 그런 점에서 상호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