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화제인물 | 황일섭 | 승일APC 대표

원단 낱장 이송의 난제, ‘점착 테이프’가 풀었다

연신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난로 위에 올려진 주전자 물이 끓으면서 내는 뚜껑 소리였다. 옆에 있던 송곳을 집어들어 신경질적으로 뚜껑을 내리찍었다. 작은 구멍이 뚫렸고 더 이상 달그락 거리지 않았다. 순간,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쳤다. ‘모든 주전자 뚜껑에 증기가 빠져 나갈 수 있도록 구멍을 뚫는다면~’곧장 특허등록을 서둘렀다. 오래 전 일본의 한 평범한 회사원 ‘후쿠이에’의 이야기다. 예상치 못한 ‘주전자 뚜껑의 구멍’은 그에게 부를 안겨다 주었고 지금껏 우리 일상에서 유용하게 쓰여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가졌기에 빛을 볼 수 있었던 것. 아직까지 없던 기술이나 물건을 새로 생각해 만들어 내는 것을 흔히 ‘발명’이라 말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도구나 물건들은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발명품들이다. 이처럼 이들 물품을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형상이나 구조 따위에 새로운 기술적 고안을 한 실용신안 특허가 세상에는 무수하다. 봉제자동화를 위해 전력을 쏟아붓고 있는 많은 개발회사들 역시 이 시간에도 ‘주전자 뚜껑의 구멍’을 찾기 위해 연구&개발에 몰두 중이다. 단추자동공급기 메이커로 잘 알려진 ‘승일APC’(대표: 황일섭)도 다수 봉제자동화장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황일섭 대표를 비롯 개발팀이 최근 세상에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재봉기에 접목시켜 원단의 낱장 자동 이송을 실현해 화제다. 긍금증을 풀기 위해 한달음에 동사로 달려가 황일섭 대표를 만났다.

그는 궁금해하는 기자를 곧장 개발실로 안내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장착되어 작동되는 기기를 눈으로 봐야 이해가 빠를 것이라 했다. 모자 제작용 아일렛 구멍 재봉기에 작업물(원단)을 한 장씩 이송시키는 장치다. 황 대표가 시연을 위해 스타트버튼을 눌렀다.

“그간 작업물(원단)을 손으로 집어 노루발 아래 세팅시키고서 양 손으로 원단을 눌러 밀며 페달을 밟지요. 봉제작업자들은 이러한 동작을 수없이 반복합니다. 제 아무리 자동화 기능이 탑재된 재봉기라도 사람의 손이 가지 않고선 다음 공정으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왜일까요? 재단된 원단 작업물을 정확히 한 장씩 집어 제 위치에 옮겨 놓아야 하는데 흐느적거리는 원단의 특성 상 자동 이송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죠. 아크릴판처럼 원단이 고형화되었다면 완전 무인봉제가 이미 현실화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껏 원단 낱장 이송을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가 도출되었지만 실제 자동화기기에 접목된 예는 흔치 않습니다. 게다가 이런 방식의 이송은 단언컨대 세상에 없을 겁니다.”

시연 과정을 직접 지켜 보는 기자에게 황 대표는 원단 낱장 이송 부분에 집중할 것을 귀띔했다. 동작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점착테이프 롤을 장착한 장치가 스태커(적재대)에 쌓여 대기 중인 원단 부속물의 맨 위 한 장을 점착한다. 점착된 원단은 재봉 대기 위치로 이송되어 세팅된다. 세팅된 원단은 직선이동장치에 의해 재봉기로 옮겨지는데 이 동작은 마치 작업자가 두 손을 모아 작업물을 투입하는 형상이다. 이때 동시에 종이 심지도 원단 아래로 자동 공급되어 고품질의 아일렛 박음질이 이루어진다. 박음질이 끝난 원단은 집게가 집어서 스태커에 떨어뜨려 차곡차곡 적재된다. 이러한 모든 동작이 사람의 손 을 거치지 않고 연속적으로 반복된다. 이름하여 세상에 하나뿐인 방식의 ‘모자용 아일렛 구멍 자동 봉제기’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는 ‘점착테이프’다.

= ‘점착테이프’ 아이디어가 기발한데
“앞서, 드레스셔츠 커프스를 완성해 적재함에 쌓아 놓으면 하나씩 들고가서 양쪽에 단추구멍을 치는 자동기가 있었다. 이것 역시 작업자가 원단을 한 장씩 손으로 집어서 올려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했다. 그땐 핀 타입 방식을 적용했다. 서로 반대되는 각도로 핀을 삽입해 원단을 들어 올려 옮겨주는 방식이다. 핀이 흠집이 나서 원단을 상하게 했고, 핀이 원단을 제대로 뚫고 들어가지 못해 원단을 못 집는 에러가 잦아 이건 아니란 생각에 대안으로 말랑말랑한 ‘실리콘 패드’를 떠올렸다. 몇번 사용하다가 점착력이 떨어질 때 물로 싹 닦으면 다시 또 점착력이 좋아지는 게 실리콘패드의 특성이다. 원단 점착력도 좋아 이를 원단 이송에 적용하려 했으나 봉제현장과 전혀 맞지 않았다. 물로 닦고 또 물기를 건조시키는 공정이 추가되어야 하는데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 그 방식은 접었다. 그러다가 봉제현장에서 많이 쓰는 넘버링 종이 테이프가 퍼뜩 떠올랐다. 넘버링 작업이 끝난 다음, 종이테이프를 제거하는데 이때 테이프를 뗀 원단 부위에 끈적임이 전혀 남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일반 사무용 스카치테이프와 다른 특수 접착제라 잔량이 절대 묻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 바로 이거다’ 즉시 테이프 업체에 연락했다. 용도에 맞게 가공해 공급할 수 있다고 해 본격 개발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 특허 신청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었다던데
“특허청에서 신청서류를 보더니, ‘이거 너무 일반적이다. 원단을 테이프로 붙여 들어올린다는 것인데 이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고~’라는 반응을 보였다. 얼마뒤, 특허심사를 보류하겠으니 보정을 해서 다시 제출하라는 통보가 왔다. 실제 이와같은 특허가 있는지, 일본까지 샅샅히 체크해 봤지만 없었다. 이에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이게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여기도 나름 깊은 노하우가 숨어 있다’며 특허심사관의 의구심이나 문제 제기를 해소키 위해 자료를 보완해 다시 제출했다. 그제서야 ‘의미 있다’며 곧장 공보가 떴다. 한 달 간 공보가 나갔고 아무런 이의 제기가 없었다. 2019년 11월 17일에 특허 출원해 2020년 4월 30일 특허 등록이 났다. 속전속결로 처리된 경우다.”

= 가장 먼저 모자용 아일렛 자동 봉제기에 적용하게 된 계기는?
“몇년 전 상해 봉제기계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작업테이블 하나에 2대의 모자 아일렛 재봉기를 배치해 사람이 한 장씩 원단을 집어 투입하는 것을 본 적 있다. ‘왜 사람이 굳이 올려줘야 하나?’라고 물어봤다. ‘원단에 펀칭이 되어 있어 펀칭위치를 정확히 맞춰 줄 수 있는 건 사람 손 밖에 없다’라고 하기에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굳이 그렇게 안해도 되는데…’라고 생각했다. 그런 아이디어를 머릿 속에 넣고 있던 차에 국내 한 재봉기 판매점 대표가 거래처인 모자공장에서 이같은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고 내게 말했다. 때마침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터라, 바로 해결해 주겠다 약속하고 개발에 착수했다. 의뢰자로부터 제안 받아 완성까지 꼬박 1년여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모자 아일렛 재봉기를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낱장 원단을 어떻게 이송시킬까 고민했고, 점착테이프로 이송하는 아이디어에 이르렀고, 세상에 없는 말그대로 유일무이한 원단 이송방식으로 특허까지 갖게 된 것이다.”

= 모자용에 이어 적용 아이템을 확대할 계획인가?
“물론이다. 자동화로 가는 선두아이템은 청바지 쪽이다. 청바지 뒷주머니 입술을 말아박을 때 작업자가 한장 한장 집어서 작업테이블에 올려 놓는다. 올려진 작업물은 콘베어를 타고 가면서 헤밍처리 되어 체인스티치 후 스태커로 떨어진다. 이 공정이 무인 자동화로 가려면 바로 점착테이프 이송장치가 필수다. 드레스셔츠 앞주머니 입술을 박아주는 공정 역시 마찬가지다. 드레스셔츠의 마이다대 같은 경우, 사람이 일일이 집어서 넣고, 다 박을 때까지 손으로 잡아주어야 한다. 또 무인화하기 용이한 셔츠 플라켓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원단 조각들을 원하는 공정 또는 장소로 이송시킬 수 있어 그 활용 범위는 매우 넓다. 한 장 한 장 집어서 말아박는 카펫이나 타올 봉제공정에도 이 장치를 적용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사람들은 봉제자동화를 말하면서 다들 로봇만 생각한다. 그런데 로봇이 원단 소재를 섬세하게 한 장씩 집지는 못한다. 우리의 이 장치가 안들어가면 안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인력과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데
“북실을 교환해 주거나 윗실이 끊어져 작동이 멈추면 조치하기 위해 한 사람이 필요하다. 즉 한 사람이 5대에서 10대까지 관리가 가능해 인력과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따라서 소수 인원으로 엄청난 생산량을 커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사람이 접근하지 않아도 잘 돌아간다는 확신이 서면 경쟁력 있는 시스템으로 판단할 것이다. 반면, 사람이 늘 지켜봐야 한다면 그걸로 끝이다. 앞으로 전자와 비전시스템이 융합해 사람이 지켜보는 것 같이 업그레이드해, 비전카메라가 ‘어, 이건 그렇지 않은데~’ 하면 바로 스톱되는 수준까지는 갈 것이다. 국내에서 제조는 원부자재나 인건비 등 제조단가 상승 요인이 커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중국 주하이에 있는 협력사 공장을 통해 생산할 계획이다. 초기 모델은 모자용 아일렛 자동기에 맞춰져 있지만 향후 적용 아이템이나 소재는 아주 다양하다. 어떤 소재, 어떤 크기이든 그에 맞는 전용 기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를테면 셔츠 앞판 크기 정도의 원단도 거뜬히 들어 옮길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앞판 전체를 수평으로 들어 옮기는 작업도 가능하나, 대부분의 작업물(원단)은 작업이 가해지는 포인트가 있다. 그 기준점을 중심으로 정렬을 시켜주면 되니까, 다시말해 한 장씩 들고 다음 공정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 점착력은 원단 소재나 두께에 따라 차이가 날텐데
“그렇다. 원단소재의 종류는 상당히 다양하다. 실크에서부터 면소재 등 두께가 2mm나 되는 골판지 같은 원단도 있다. 반면 테이프의 종류는 하나다. 대신 소재의 무게가 많이 나간다면 테이프가 원단에 붙는 면적을 많이 주고 또 테이프 롤러 스테이션 갯수를 추가하면 된다. 모자용 원단 조각 크기라면 테이프롤러가 3개면 충분하다. 즉 소재나 크기에 맞춰 테이프롤러의 갯수 조정이나 롤러의 회전 빈도 조정으로 일정하게 점착력을 유지할 수가 있다. 또한 따뜻한 나라, 추운 나라에 따라 점착력이 틀려진다. 원단 소재에 따라, 작업장에 분진이 많고 적음에 따라, 테이프 접착 빈도수를 1:1로 할 거냐, 아니면 한번씩 테이프롤러를 회전시켜 접착을 할 거냐, 열번을 한 다음에 테이프를 이송할 거냐 등 현장 환경에 맞게 세팅을 할 수 있다. 열번을 점착하고나서 한번을 움직이더라도 얼만큼 움직여 줄 거냐, 접착 면적 대비해 1mm를 움직여 줄 거냐, 10mm, 100mm를 움직여 줄 것인가를 임의적으로 설정할 수 있어 어떠한 작업환경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게 강점이다. 모자용 아일렛 봉제기에 테이프롤러는 약 5mm단위로 회전되게 셋팅되어져 있다. 롤러가 다 돌아가 테이프가 끊어지면 센서에 의해 자동 정지가 된다.”

= 원단 이송 장치가 장착된 자동기의 본격 출시는?
“현재 1호기가 베트남 모자공장에서 가동되고 있다. 모자용 아일렛 봉제 용도다. 성능 체크를 위해 현장에서 계속 모니터링 중이다. 현재 몇몇 개선 사항을 전달 받아 보완하고 있다. 풀 캐파를 위해 앞으로 5대를 더 들여 놓겠다는 이 공장은 자동 아일렛기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 내수시장도 기대한다. 한국은 인건비가 비싼 곳이라 인원절감이 요구되는 부분에서는 필수다. 모자용 아일렛 봉제기의 내수판매 만큼은 판매처를 따로 두고 있다. 처음 이 장치 개발을 의뢰했던 봉제기계 판매점에 대한 배려다. 자동화 장치로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컴플리트 세트 출고다. 재봉기헤드는 유저가 원하는 브랜드에 맞춰 세팅한다.” <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