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리뷰]중국 상해봉제기기전시회(CISMA 2023) 안팎 스케치

떡 벌어진 잔칫상, '영양가'가 궁금한데…

떡 벌어진 잔칫상, ‘영양가’가 궁금한데… 

▶CISMA Show는 중국 상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봉제 장비 전문 전시회로, 이번 ‘CISMA 2023’은 코로나 여파로 4년만에 열리게 되었다.(제1출입구)

지난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 상해 엑스포센터에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봉제 장비 전문 전시회 ‘CISMA 2023’가 성료되었다.

1996년에 시작된 CISMA Show는 신제품 전시, 기술 혁신, 비즈니스 상담, 채널 확장, 자원 통합, 시장 개발, 국제 협력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본지는 이번에도 전시 참관단을 구성, 2박 3일 일정을 동행하며 전시 이모저모를 스케치했다.

오래간만에 전시 참관 출장이다. 이른 아침, 공항 출국장은 여행객들로 넘쳐났다.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일 때, 과연 마스크를 벗어던질 날이 오긴 올까? 걱정했었는데, 그런 날이 왔다. 열에 아홉은 노마스크다. 보딩 존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만나 수인사를 나눴다. ‘CISMA 2023’ 참관을 위해 상해로 향하는 봉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다. ‘CISMA Show’는 중국 상해에서 격년 주기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봉제 장비 전문 전시회다. 이번 ‘CISMA 2023’은 코로나 여파로 4년만에 열리게 되어 더욱 관심이 쏠렸다.


▶본지와 함께한 전시 참관단(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르르~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일부만 단체 인증샷을 남겼다.

색동 날개에 몸을 실었다. 군데군데 좌석이 빈 채로 이륙했다. 옆자리도 비어 있어 운신은 편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항공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던데… 왜일까?

2시간 날아 도착한 상해 푸동공항에서 입국수속에만 2시간이 걸렸다. 입국심사 대기줄은 꼬불꼬불 끝간데 없는데 심사관은 대여섯이 전부다. 심사 부스는 절반 넘게 비워둔 채로. 가히 ‘만만디’의 끝판이다.

 

1일 차.

본지가 주관한 이번 전시 참관 일정에 동참하게 된 인원은 50명. 이 중 인도네시아, 베트남, 부산에서 각각 출발한 인원들이 먼저 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긴 기다림에 지쳐 있을 법 한데, 목적이 같은 동지적 시점 때문일까, 서로들 밝은 표정으로 눈빛을 교환했고, 서둘러 버스에 올라 인원 체크 후 상해 신국제엑스포센터로 향했다.

일행을 실은 버스는 1시간 가까이 달려와 전시장 앞에 멈춰 섰다. 전시 1일차인데도 전시장 입구는 참관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상해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는 실내 전시면적만 20만㎡인 매머드 종합전시 컨벤션센터다. 이번 ‘CISMA 2023’도 전시장 규모에 걸맞게 총 18개 홀(W1~5, E1~8, N1~5) 중, 무려 12개 홀을 채웠을 만큼, 규모면에서 만큼은 세계 최대다.   

▶높은 천장에서 늘어뜨린 사인보드 구조물들은 시선을 압도했다. 내부 기둥이 없는 구조의 전시장이라 전시공간은 더욱 넓어보였고 모든 부스가 한 눈에 들어왔다.

‘GT Korea 2023’(국제봉제기계 섬유산업전시회) 준비로 노심초사 중인 전시실무자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규모는 ‘넘사벽’이라 부럽기 그지없다.(GT Ko-rea 2023은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경기도 고양 킨텍스 8홀에서 개최)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 나눠받은 전시장 출입카드를 목에 걸고 일행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려 단체 인증샷을 남기고선 곧장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SNIEC에는 총 3곳의 출입구가 있다. 우리 일행이 들어선 곳은 W1관과 E1관 사이에 있는 제1 출입구. 여기서부터 각자 전시홀을 둘러본 뒤 17시 정각에 제1출입구 대형 전광판 앞에 모이기로 하고 흩어졌다.

부스 위치도를 입수해 아이템별 전시 부스부터 파악했다. W1~5홀과 E1~3홀은 재단/봉제/완성공정에 필요한 장비류, E4~5홀은 자수/프린팅 장비류, E6~7홀은 부품, 부속, 봉제공구류가 전시되고 있었고, N1~3홀에서는 섬유 세탁, 가죽 관리, 청소 기술 및 장비 전시회인 중국세탁전(Texcare Asia & China Laundry Expo)이 동시 개최되고 있었다.    

첫날 참관 시간은 오후 반나절만 남은 터라 개략적인 전시규모 파악 위주로, 관심있는 부스를 둘러보는 발품은 내일 왼종일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전시를 효율적으로 참관하기 위해선 우선순위와 시간 관리가 절대로 중요하다는 사실, 다년간 전시장을 둘러보며 쌓은 나름의 노하우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중국 다수의 재봉기메이커와 세계 유수 봉제장비 메이커의 전시부스가 기선을 제압하듯 웅장하게 버티고 섰다. 높은 천장에서 늘어뜨린 사인보드 구조물들은 시선을 압도했다. 내부 기둥이 없는 구조의 전시장이라 전시공간은 더욱 넓어 보였고 모든 부스가 한 눈에 들어왔다.

실내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가동되어 무척이나 시원했다. 하지만 실내 공기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참관객들로 붐비는 전시장은 환기 시스템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부스 내 상담 테이블에서 흡연하는 모습도 곧잘 목격됐다. 이렇듯 군데군데 여전히 민낯을 드러내는 ‘중국스러움’은 풀어야 할 숙제다.

첫날이니만큼 주마간산 격으로 전시홀을 옮겨다니며 현장 모습을 눈에 담았다. ‘상다리가 휠만큼 잔뜩 차려진 밥상’인 것은 분명한데 과연 ‘영양가’는 어떠할지 자못 궁금했다.

 

▶전시홀 대부분을 중국 재봉기 브랜드가 점한 가운데 일본 재봉기 브랜드들은 강력한 인지도를 무기로 참관객에게 차별화를 어필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참관객은 “십수 년 전, 중국 봉제기기전을 보고 ‘가짓수는 많으나 브랜드만 다를 뿐, 기능은 거기서 거기’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로봇화와 AI 기술이 접목된 중국산 기기들을 보며 세계 봉제기기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견된다”며 염려하기도 했다.

봉제기기 전시 관점은 제각각이다. 최종 사용자는 편리성을, 보전관리자는 내구성을, 개발자는 부가기능을, 딜러는 가격대를, 오너는 이 모두를 포함한 가성비에 포인트를 두지 않을까?

▶상해 남경로 패션가 야경

각각 흩어져 참관하던 일행들은 오후 5시가 되자, 어김없이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누구는 전시 부스에서 득템한 에코백에 카다로그를 욕심껏 챙기느라 진땀 흘렸다 하고, 누구는 해외현장 생산라인에 적용할 아이템을 찾았다며 희색이 만면했고, 또 누구는 협력사 부스에서 상담 지원하느라 혼이 쏙 빠졌다고 했다.

버스에 올라 인원을 점검했다. 몇 자리가 비었다. 몇몇이 관련된 회사의 디너 행사에 초대되어서다. 단체로 움직일 때 시작과 끝은 머릿수 파악이다. 퇴근시간과 맞물린 탓인지 상해의 교통체증도 장난 아니다. 전시장과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했지만 저녁식은 상해의 다운타운, 남경로 인근 레스토랑으로 정했다. 식사 후 남경로 패션가 야경을 눈에 담기 위해서다.

근사한 호텔식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자릿수에 맞춰 회전식 원탁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푸짐하게 차려진 현지식을 맛보며 건배와 함께 참관담도 자연스레 오갔다. 같은 목적으로 만난 동종업계 분들인지라 금세 가족같은 분위기다. 식사를 끝내고서 삼삼오오 남경로를 거닐며 잠시 이국의 몽환적 밤풍경에 빠져들기도.

이른 새벽에 집 나서느라, 두시간 가까이 선 채로 입국수속 받느라, 또 전시장에서 열일(?) 하느라 다들 피곤했을 터. 서둘러 버스에 올라 숙소로 향했다.

2일 차.

먼저, 한국 봉제기기 메이커들의 부스가 위치해 있는 E3홀로 들어섰다. 한국봉제기계공업협회(회장: 서기원) 회원사인 나원기계(심실링기 外), 로이바(단추뿌리감기 外), 성우정밀(재봉기용 감속기), 승일APC(단추공급기, 자동 시보리 정리기), 은성전기(공업용 다리미 外)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기들로 참관객을 맞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CISMA Show’는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등지에서 열리는 봉제기기전시회에도 줄곧 참가할만큼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한국관 한 켠에서 한국봉제기계공업협회 회장단과 ‘GT Korea 2023’ 홍보 지원에 나선 GT Korea 전시준비실무팀이 만나(우측 사진), 중국 업체 유치와 바이어 초청 건 등을 체크하고 점검했다.

한국관에서 만난 나원기계, 로이바, 성우정밀, 승일APC, 은성전기의 모든 신제품은 오는 11월 30일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GT Korea 2023’에서 만날 수 있다.

 

▶E3 전시홀 내 한국관. 나원기계, 로이바, 성우정밀, 승일APC, 은성전기가 참가했다.

 

중국의 산업용 재봉기와 봉제주변 기기에 대한 자동화 및 스마트화 노력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중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혁신과 자동화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이러한 노력은 섬유 및 봉제산업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중국은 세계적으로 섬유 및 의류 제조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자체 기술력을 꾸준히 향상시키고 있다. 그 결과물을 이러한 전시회를 통해 선보임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SunSir’와 ‘SunSure’는 한국 재봉기 브랜드 ‘SunStar’와, ‘JAKI’와 ‘JUKU’는 일본 재봉기 브랜드 ‘JUKI’와, ‘STOBER’는 독일 재봉기브랜드 ‘STROBEL’과혼동되기 십상이다.

한편, “중국 업체들의 제품 카피가 우려되어 익히 잘 알려진 글로벌 브랜드들이 ‘필살기’는 공개하지 않은 것 같다”는 참관객의 반응이 흥미롭다. 카피는 원본 제품 또는 브랜드의 디자인, 특허, 상표, 저작권 등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카피는 경쟁력 있는 기업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중국에서 유명 봉제기기 브랜드의 로고와 디자인을 카피해 판매하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오리지널 브랜드는 명예와 신뢰가 훼손되어 치명타를 입는 경우가 그간 허다했다.

지금은 로고와 디자인을 똑같게 카피하는 사례는 줄어든 듯. 하지만 아직도 로고와 제품 디자인을 살짝 변형시켜 사용자 혼동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가 곳곳에 눈에 띄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본 중국 재봉기 브랜드 중 ‘SunSir’나 ‘SunSure’는 한국 재봉기 브랜드 ‘SunStar’와 혼동하기 십상이고, 또한 ‘JAKI’와 ‘JUKU’는 일본 재봉기 브랜드 ‘JUKI’가, ‘STOBER’는 독일 재봉기 브랜드 ‘STROBEL’이 연상될만큼 브랜드 로고의 글자체나 색상 그리고 제품디자인이 빼닮았다. 물론 기자는 이 재봉기들이 오리지널 재봉기의 기능을 다 갖추고 있는지, 요구되는 성능과 내구성이 좋은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도 사용자 혼동은 물론 오리지널 브랜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것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CISMA Show’는 멀지않아 집안 잔치에 그칠지도 모를 일이다.

봉제기기 전시 12개홀과 세탁전시 3개홀을 왼종일 누볐더니 무려 2만보에 가깝다. ‘GT Korea 2023’을 준비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볼때 전시규모는 한없이 부럽지만 참관객 입장에서 보면 워낙 방대하여 산만한 분위기라 관심 분야에 집중하기가 쉽지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 바깥에 전시홀을 잇는 승합차 이동 서비스가 있어 이용해 보았으나 기다리는 시간이 긴데다, 땡볕 더위에 오픈카인지라 참관객들의 반응은 시큰둥해 보였다.

참관 2일 차에도 각자 관심분야를 찾아 발품을 판 일행들이 5시가 되자 어김없이 약속장소에 모였다. 일행들과 함께 저녁식사 후 황포강변을 거닐며 상해의 랜드마크인 동방명주 타워를 비롯 고층빌딩들이 뿜어내는 화려한 불빛을 보며 전시참관으로 지친 삭신을 다독였다.

3일 차.

이틀간 묵었던 숙소를 체크아웃 했다. 오전 반나절 동안 전시를 더 보기로 한 몇몇은 캐리어를 호텔 프론트에 맡겨둔 채 전시장으로 향했다. 남은 일행은 막간을 이용해 상해 옛거리와 신천지 그리고 대한민국 상해임시정부청사를 둘러보기로 했다.

‘CISMA Show’참관을 위해 상해에 오면 십중팔구 들렀던 곳이 ‘예원 옛거리’라 매우 낯익다. ‘예원’은 명나라 고위관료 ‘반윤단’이 부모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20여 년에 걸쳐 지극정성으로 가꿨다는 중국식 정원이다. 중국 전통 건축물과 그 사이로 우뚝 솟은 상하이타워가 신구의 상징처럼 눈에 들어왔다.

서둘러 다음 코스, ‘신천지’로 이동했다. 상해에도 ‘신천지’가 있나? 의아해 하겠으나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신천지’가 아니다.

상해 신천지는 과거 식민지 조계 시기에 건축된 스쿠먼(石庫門) 주택들을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한 대표적인 도심재생지역이다. 내부는 현대적으로 개조한 후 카페, 명품점, 레스토랑, 박물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어 최근 핫플레이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단다. 신천지를 걸으며, 중국 공산당 창립장소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예원’은 명나라 고위관료 ‘반윤단’이 부모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20여 년에 걸쳐 지극정성으로 가꿨다는 중국식 정원이다. 중국 전통 건축물과 그 사이로 우뚝 솟은 상하이타워가 신구의 상징처럼 눈에 들어왔다.
▶길 건너에서 임시정부 유적지라 적힌 허름한 건물 벽면만 멀거니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천지를 뒤로하고, 걸어서 인근에 위치한 대한민국임시정부 유적지를 찾았지만 아쉽게도 내부 개방시간이 아니라 바깥만 서성이다 돌아섰다. 수년 전에 내부를 둘러 본 적은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일행들과 함께 길 건너에서 임시정부 유적지라 적힌 허름한 건물 벽면만 멀거니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더우기 이 일대가 재개발 예정지로 확정됐다. 우리나라에서 임정청사를 보존·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긴 하나 정부차원에서 아직까진 뾰족한 해법을 마련한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상해 일정을 마무리해야할 시간, 출국을 위해 서둘러 푸동 공항으로 향했다. ­<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