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로 현장 혁신 계속되어야
4년 전 기자는 젊은 봉제인인 오렌지캠프 전수훈 대표를 만났다. 요가복, 레시가드 등 스포츠웨어 분야의 알짜기업을 만들어가던 그는 긍정적이고 솔직한 봉제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4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그는 어떤 미래를 대비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를 다시 만나보았다. <편집자주>

여름 휴가를 막 끝낸 오렌지캠프 공장 안은 새로운 준비로 분주하다. 2년 전 입주해 있던 건물이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구리시의 조용한 지역으로 새로 터전을 잡아 이전해왔다. 크지 않는 규모지만 3층 2개동으로 만든 공장은 아기자기 참 잘 꾸며 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1층 재단실 겸 메자닌 플로어에 자리 잡은 사무실 입구를 들어서자, 전 대표의 요즘 취미 중 하나인 엔틱 가정용 재봉기를 모은 전시 공간이 눈에 띈다. 100년도 훌쩍 넘을 것 같은 재봉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좋은 취미 가졌다고 이야기를 하니 요즘 엔틱재봉기 모으느라 여러 가지 관련 내용 공부도 하게 되고 이곳저곳 찾게 된다고 한다. 사무실로 가는 중에 1층 재단실이 한 눈에 보인다. 2대의 연단대 위에는 자동 연단기가 각각 놓여 있고 그 중 한 곳에는 대형 자동 재단기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이 곳 2층이 봉제라인이다. 봉제라인은 2개실로 나눠져 있다. 벽을 세워 갈라놓은 이유가 생산하는 아이템의 작업 성격이 완전히 달라 그렇게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오렌지캠프는 요가복을 비롯해 에어로빅복, 각종 스포츠웨어 전문 제조업체이다. 주로 신축성 있는 원단을 활용해 다양한 관련 제품군을 생산하고 있다.

4년 전에 전수훈 대표를 만난 이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기까지 그동안 오렌지캠프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우선 자체 전개하던 요가복 브랜드 ‘엘프’를 코로나로 인해 접어야 했다. 코로나가 급격히 세를 확산하면서 매출이 급전직하로 떨어졌다는 것. 온라인 판매가 위주인데 코로나가 닥치자 클릭 후 방문은 많은데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코로나로 집에서 온라인 접속은 많이 하지만 막상 실제 구매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온라인 판매는 광고가 필수인데 비용 대비 효과가 점점 떨어지면서 유지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아쉽지만 접어야했다고 한다.

자체 브랜드 사업은 향후를 바라보면서 접었지만 봉제 제조에 관해서는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혁신을 힘차게 펼쳐 나왔다고 전 대표는 밝혔다. 오렌지캠프는 4년 전부터 자동 재단기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사용한지 4년이 지났는데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물어보았다. “봉제공장 자동화의 첫걸음이 캐드,캠의 사용이라고 생각한다. 캐드를 사용할 수 있어야 캠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봉제현장 자동화는 캐드 사용부터 시작해야 한다. 캐드를 사용하면 일단 데이터화가 시작된다. 예전 같으면 손으로 패턴을 뜨고 재단하지만 이제는 캐드로 작업하는 것이 많다.

물론 소량다품종 작업은 캐드가 아닌 손으로 하는 경우가 더 편할 때도 많다. 캐드 캠을 사용하는 것이 앞으로 봉제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작업의 데이터가 바이어와 생산자가 공유되어야 하고 원부자재 업체들과도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 캐드 캠을 사용하면 자동 연단기는 물론이고 휴징프레스, 재봉기 등과도 다 연계되어 데이터를 주고 받고 어떤 작업, 어떤 스타일의 제품이 진행되는지 바로 바로 체크 될 수 있다. 그게 자동화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취재 도중 자동 재단기를 가동하기 위해 묵직한 기계음이 공장 안으로 퍼져 나간다. 그렇다면 자동 재단기 도입 후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인력 비중을 낮췄을까 아니면 작업 효율이 높아졌을까?
“자동 재단기를 도입한 후 인력 비중이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본다. 물론 재단기 도입 후 인위적으로 인원을 정리하지도 않았다. 인력은 현장에서 항상 부족하니까. 대신 자동 재단기 도입으로 재단품질은 확실히 향상되었다. 또한 생산성이 월등히 높다. 사람이 할 수 없는 물량도 자동 재단기는 쉽게 해낸다. 몇 만장 재단하는 것도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2대의 연단기가 재단물을 연단해 놓으면 재단기가 순식간에 작업해낼 수 있다. 작업 시간도 별로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리오더가 계속 나오는 물량에는 더 없이 좋은 것이 자동 재단기 이다. 자동 재단기 도입으로 생산성이 높아 이윤창출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오렌지캠프의 또 다른 공장동에는 날염 관련 협력업체가 2층에 입주해 있고 1층은 원단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재단된 제품에 로고 등의 인쇄나 날염은 자동화된 최신 설비로 하고 있다. 디지털 프린트 작업까지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미국산 수입 장비가 폭염에도 뜨거운 열기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전 대표가 4년 전에도 고민했지만 요즘도 인력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연령은 높아지고 신규 인력은 갈수록 고갈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이 필수인 봉제업의 속성상 이 문제는 여전히 골치를 아프게 만든다. 지금도 봉제 기능 인력이 필요한 만큼 채워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봉제를 하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고 기존의 기능인력은 고령화로 현장을 떠나고 있는 현실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전 대표는 인력을 대신해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껏 그 목표를 향해서 계속 달려왔는데 아쉬운 부분도 많다고 한다.

“봉제가 아닌 다른 산업 분야를 보면 멘토링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그런데 봉제는 그런 것이 없다. 저 역시 자동화나 현장의 혁신 활동을 하고 싶지만 잘 몰라서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을 국가나 지자체에서 도와주면 좋을 것 같다. 봉제업 지원하다고 한정된 예산 가지고 몇 개 업체 선정해 자부담 50%로 언제까지 하라는 식의 지원책은 더 이상 안했으면 좋겠다. 그것보다는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해서 봉제업체들이 솔루션을 받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외 대형공장에서 현장 경험이 있는 공장장이나 법인장들과 같은 분들이 은퇴해서 국내 현장에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도 있을 수 있다. 현장을 혁신을 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공장이 아무리 소량다품종화 되었다고 해도 꼭 필요한 투자를 해야 한다. 자동화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멘토링 시스템이 우리 업계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현장 혁신과 자동화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있는 전 대표는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인맥이나 인터넷 정보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찾는다고 한다. 그렇게 해도 잘 해결되지 않을 때 멘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는 것. 봉제업계 현실이 좀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씩씩하게 현장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봉제인이 있다는 것이 아직도 업계의 희망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