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라운지 | 안 별 | 이음피움봉제역사관 관장

이음피움봉제역사관 개관 4년, 이제 대중 속으로

이음피움봉제역사관이 자리잡고 있는 서울 종로구 창신4가길 26. 언덕길을 올라 자리잡은 곳이어서 자동차로 진입도 힘들고 주차공간도 협소해 방문객들은 1호선 전철 동대문역을 나와 도보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언덕길 중턱 쯤에 자리 잡은 봉제역사관에 도착하면 살짝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가벼운 운동 끝에 봉제역사관을 만나는 것, 상쾌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봄이 오는 길목, 창신동 언덕길에서 봉제역사관 안별 관장을 만났다. <편집자주>

코로나 여파로 봉제역사관이 한동안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인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초기 개관 당시 방문한 이후 오랜만에 내부를 둘러 보았는데 상당히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안 관장은 상당히 신경써서 내부 전시 공간의 변화를 주었다고 말한다. 봉제역사관은 지하 1층에 지상 4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재봉기를 형상화해서 건축되었다. 부지 자체가 넓지 않고 건물 내 전시 공간도 여유롭지 못해 마음먹고 기획 전시도 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안별 관장은 말한다.

지난해 전시 공간이 부족해 역사관 주변의 공간을 할애해 전시를 시도해 보았는데 생각대로 잘 진행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는 산업용 재봉기 역사 전시를 진행 중이다. 이 전시가 끝나면 앤틱 재봉기 전시를 기획 중이라고 한다. 이 역시 전시 공간이 부족해 다양한 앤틱 재봉기를 마음껏 전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공간이 협소해 우리가 기획한 것을 마음껏 보여줄 수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습니다. 앤틱 재봉기를 비롯해 가위나 골무 등 봉제 관련 앤틱 도구를 많이 확보했지만 정작 장소 문제로 일부만 전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봉제역사관이 가지고 있는 한계라 어쩔 수 없지만 주어진 여건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봉제역사관은 처음 창신동 일대 봉제업체들의 애환과 삶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목적으로 탄생했다. 고 박원순 시장 시절, 창신동 일대가 도시재생사업 지역으로 묶이면서 봉제역사관 조성도 본격화되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개관 이후 진행해왔던 ‘창신한마당’ 사업은 중단이 되었다.

여기에 소요되던 예산을 창신동 의류제조 활성화 명목으로 ‘창신아카이브’ 사업에 투입했다. 봉제역사관에서 주도했던 창신아카이브 사업의 결과물로 ‘창신봉제’라는 타이틀로 창신동 봉제공장을 소개하는 형식의 단행본을 발간했다. ‘창신봉제’ 속에는 이 지역 봉제업체 117곳 중에서 55곳의 업체 정보를 제공하여 일감 연계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다. 55곳의 업체 정보 중에서 11곳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창신 봉제인의 생각과 목소리로 창신동의 생생한 스토리를 담았다. 이와 함께 일감연계가 가능한 창신동 봉제공장과의 연결이 가능한 플랫폼과 앱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창신아카이브 사업으로 봉제역사관 구성원들은 정신없이 바빴다고 한다.

인력이 부족하고 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사업에 참여한 인원들이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었다. 봉제역사관이 진행한 창신아카이브 사업은 사실 고유의 업무 영역은 아니라고 안 관장은 이야기한다. “코로나 19 상황이라는 특수한 여건 때문에 ‘창신아카이브’ 사업이 진행되었지만 연속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창신동 봉제업 활성화와 역사관의 고유 업무에는 약간의 괴리가 있습니다. 이제 저희는 고유 업무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창신동 일대 봉제업체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봉제역사관이 어떤 존재 의미를 갖는 것이 필요한가 고민했고 그래서 올해는 봉제와 관련된 전시에 중점을 두고 또한 열린 공간으로 시민들이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오게 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창신동 지역민을 위한 소통 공간을 넘어 일반 시민들이 두루 찾아와 봉제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또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좁은 의미의 공간이 아닌 광의의 열린 공간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코로나 상황이 진전된다면 더 오픈된 공간으로 주변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장소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서울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겠지요. 다양한 체험 행사도 계속 진행하고 지난해 진행했던 ‘찾아가는 봉제역사관’ 행사도 계속할 계획입니다. 찾아가는 봉제역사관 행사는 인근의 초등학교 등을 방문해 간단한 봉제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장소와 시간의 제한을 넘은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고무적인 것은 봉제역사관에 MZ세대의 방문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들 세대에게 역사관 홍보에 힘을 쏟아부은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지난해 젊은 층의 방문이 많았다. 이제 개관 4년을 넘기고 있는 시점에서 젊은 세대 뿐만 아니라 가족단위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더 자유롭게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