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발판 삼아 국내 시장을 넘어세계를
베트남 호치민시 서쪽편의 롱안성에는 국내 대표적인 타월 메이커인 송월타월의 베트남 법인공장(SONGWOL VINA )이 자리잡고 있다. 111,000스퀘어미터, 3만3천평 규모의 대단위 공장인 송월비나는 고품질 타월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전천후 생산기지이다.
현재 송월은 국내 양산 본사 공장을 비롯해 베트남을 주력 생산기지로 삼아 타월 분야에서 국내 최대 기업 위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해외수출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타월 생산공장은 일반 봉제기업과는 다르게 원사를 가지고 직조, 염색, 봉제, 포장 등 서로 다른 제조시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이다. 생산 시설의 규모를 보면 장치산업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건물 규모와 기계 설비가 크고 중후하다.
타월은 면원사를 이용해 직조하고 염색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만큼 도심 공단에 건설할 수 없고 염색이 가능한 지역만 설립이 가능하다. 국내 본사가 양산에 있지만 염색은 따로 분리하여 시설을 활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
타월 제조에 있어서 직조 염색도 중요하지만 봉제 공정 역시 품질에 있어서 중요한 공정으로 꼽힌다. 직조 염색 공정은 장비 선택이 상당히 중요한데 최근에는 다양한 메이커에서 좋은 장비들이 공급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유럽,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제품이 주로 사용되었다면 최근에는 중국 등의 후발주자들도 장비 제조 기술이 많이 향상되어 제법 쓸만한 기계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특히 봉제기계는 유럽이나 일본 제품을 주로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중국의 자동화 기계도 많이 도입하는 추세라고 한다.
타월은 봉제공정이 테두리 정도 처리하는 것이어서 단순하고 완벽히 자동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사람 손으로 재봉기를 통해 봉제하는 것을 더 고급제품으로 쳐준다고 동사 박순환 법인장은 이야기한다.
“타월의 양끝을 자동화 재봉기로 처리하면 직선으로 매끄럽게 박히지 않고 봉제선이 약간 비뚤어지는 모양이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봉제하면 봉제선이 직선으로 깔끔하고 예쁘게 나오기 때문에 바이어들이 수봉제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저희 생산 제품의 절반 이상은 인력에 의한 수봉제에 의존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송월비나 현지 법인은 약 800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중 봉제 포장 인력이 그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도 봉제 공정에서 아직 인력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직조, 염색 분야는 어느 정도 자동화되어 있어서 인력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
현재 송월타월은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약 3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타월 브랜드들이 다수 있지만 2위와의 격차가 큰 편으로 독보적이라 할만하다.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국내, 혹은 일본 시장으로 수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베트남 현지 시장도 현재 공략 중인데 수출기업인만큼 국내로 제품이 들어갔다가 다시 수입하여 판매하는 형태로 진행 중이다.
타월이라고 하면 최근까지 일반인들은 행사에서 사은품으로 나눠주는 선물이거나 판촉물로 생각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과거에는 재래시장을 비롯해 대리점주들이 각종 행사를 겨냥한 오프라인 시장에서 활약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타월 판매나 유통 루트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송월타월의 판매율 1위부터 10위까지 판매대리점들이 모두 온라인에 기반을 둔 업체들이라고 한다. 온라인 판매가 대세가 된 것은 이제 타월이 사은품이나 판촉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선택하고 구매한다는 의미이다.
“지금 MZ세대들은 타월을 격조 높은 욕실문화의 한 아이템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행사 기념 로고가 박힌 타월이 아니라 디자인이 고급스럽고 타월의 촉감이나 소재가 고급스러운 제품을 선호합니다. 색상도 하나로 통일해서 여러 장을 깔맞춤한다는 식으로 욕실장에 배치하기도 합니다. 타월 소비가 예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타월은 이제 수동적으로 받는 제품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소비자가 디자인과 소재, 품질을 확인해서 골라 사용한다는 것이다. 송월비나는 올해 연말까지 홈쇼핑용 제품 생산스케줄이 벌써 꽉 있다. 동사 제품이 홈쇼핑에서 소위 ‘대박’이 나면서 인기 제품으로 등극했다는 것이다. 방송때마다 완판을 하면서 베트남 법인도 바빠졌다고 한다.
동사 제품이 홈쇼핑에서 인기를 끈 것은 단순히 가격적인 메리트만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법인장은 회사의 오랜 품질에 대한 고집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타월만 70년 이상 만들어왔지만 그 세월 동안 회사는 항상 좋은 원사만을 고집했습니다. 타월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생산과정에서도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좋은 원사에 있습니다. 1등급과 2등급 원사의 가격 차이는 상당합니다. 원사 가격이 비싸서 판매 마진이 줄어들더라도 꼭 좋은 것을 사용하라는 것이 창업자와 회사의 한결같은 방침이었습니다.”
품질을 고집하다보니 타월은 자연스럽게 고급화되었다는 것이 박법인장의 설명이다. 이제 국내시장이나 고급 제품 수요에 있어서 동사에서 최초 시장에 선보인 규격인 40X80 사이즈가 대세로 굳어졌다. 과거에는 이보다 작은 사이즈가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동사가 내놓은 표준 규격화된 타월이 대부분 판매된다.
타월 중량 역시 품질 고급화로 무거워지는 추세다. 타월의 원사 중량이 높아질수록 두꺼워지고 수분의 흡수 효과도 높아지기 때문에 200그램에서 220그램까지 중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내수시장은 여전히 시장을 장악하는 편이며 일본 수출 역시 꾸준한 편이지만 최근 엔저 현상 때문에 일본 바이어들의 주문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엔저 효과로 수입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바이어들이 물량을 다소 줄였기 때문이다. 엔저 문제는 바이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동사는 새로운 시장 확보와 새로운 제품 개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노력 중이다.
“시장은 항상 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기호도 새롭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에 맞춰 항상 새로운 제품 개발과 기술 향상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재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동남아를 비롯해 다양한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역시 중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가장 큰 타월 생산 업체는 저희와 비교하면 대략 10배 이상 덩치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업체의 한달 생산량이 저희의 1년 생산량과 맞먹을 정도로 규모의 차이가 있습니다. 기술력 역시 최근에 많이 향상되었고 특히 자국에서 다양한 기계 설비가 생산되다보니 여러가지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이러한 업체와 향후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한시도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됩니다. 지금은 그나마 타월이 관세가 있어서 우리가 유리한 편인데 앞으로 관세가 철폐되거나 줄어들면 상당한 경쟁력 약화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기술 및 제품 개발 노력과 품질 향상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동사는 기술적인 우위 확보를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타월과 관련해 세계적인 기계 설비 동향을 민감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장비가 적시적기에 설비되도록 노력 중이다. 향후 베트남 역시 인력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판단에 자동화 장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외 각종 봉제기기 전시회에 빠지지 않고 관계자들이 둘러 보고 있는데 관련 장비의 동향에 정통한 편이다.
타월 전문업체답게 송월비나에는 타월 전시관이라는 다소 특이한 장소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동사에서 생산하거나 개발된 수많은 관련 제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종류도 수백가지에 이른다. 타월 뿐만 아니라 목욕 가운 등 동사가 취급하고 있거나 개발 중인 다양한 아이템이 전시되어 있다. 타월이 결코 값싼 사은품이나 판촉물이 아니라 고급 생활문화를 이끌어가는 훌륭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송월타월의 생산시설을 두루 둘러볼 시간도 가져본다. 묵직한 직조 소음이 울리는 제직 시설과 열기를 더하는 염색공장, 그리고 많은 이들이 모여 봉제를 하고 있는 봉제라인, 그리고 포장동 등 주요 시설이 활기차게 가동되고 있었다.
송월은 앞으로 베트남에 생산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새로운 판로도 개척하고 제품 아이템도 다양화하여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이 적지라고 현재로서는 보고 있다. 국내 공장은 자동화 위주로 가고 베트남을 주력 생산기지로 삼아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다.
규모에 놀라고 타월 생산 현장이라는 새로운 볼거리에 흥미진진했던 취재를 마치자 롱안성의 거대한 송월비나 공장 뒤로 저녁 노을이 붉게 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