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 (주)아이보리 전무

1986년 설립, 창립 32년을 맞이하는 (주)아이보리(대표: 박종락)는 내수와 수출을 병행하는 봉제기업으로서 두 가지 수익구조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그동안 눈부신 성장세를 구가해왔다. 동사 김종대 전무를 만나 빠른 성장의 비결과 향후 전망 및 계획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 아이보리의 성장세가 눈부십니다. 가파른 성장세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매출 구조가 일반 수출기업과는 조금 다릅니다. 내수 오더가 차지하는 매출이 약 65% 가량이고 나머지가 주로 미주지역의 수출입니다. 아웃도어 의류를 비롯한 우븐, 니트를 주로 생산해 왔고 다운의류 분야도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회사의 성장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내수만 주력으로 해오던 차에 편중된 매출 구조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고자 수출을 병행했는데 이 분야 역시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내수와 수출을 합해 전체 매출 규모가 지난해에 약 2,500억 원 가량이었습니다.

 

 최근 아웃도어 시장이 정체기 내지는 하향세인데 영향을 받지는 않는지?
아웃도어 뿐만 아니라 국내 의류시장 전반이 침체기입니다. 저희 역시 국내 경기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것이 사실이고 이것은 지난해 매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호황기에 저희 회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시장이 좋을 수는 없을 것이라 예상했고, 그 대비책으로 미리 내수 거래선을 골프나 캐주얼 등으로 다각화시켰습니다.

지금은 과거 아웃도어 호황기에 비해 거래업체 수는 많아졌는데 실적은 비슷한 상황입니다. 거래업체 수가 늘었으니 당연히 직원도 늘고 부서도 늘어났습니다. 다행인 것은 저희의 내부 역량이나 시스템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고객사 클레임 때문에 회사가 조용할 날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1년 통틀어서도 클레임 제기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임직원들이 노력한 덕분이기도 하고 국내외 본사와 오프쇼어간의 소통도 원활해졌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건실한 성장에 노력한 직원들에게 이미 여러해 전부터 봉제기업으로는 드물게 연말 인센티브를 지급해 노고를 위로해주고 있습니다.

 

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 투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해외투자 상황은 어떤지?
해외 투자는 두 나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우선 중국은 오프쇼어가 아닌 한국 본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지사가 진출해 있습니다. 중국 지사는 현지 내수 오더를 핸드링하는 임무와 원부자재 소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비롯해 현지 오더로 약 30억 원대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 밖에 원부자재 수출로 약 80억 원대 매출을 올려 전체적으로는 130억 원대의 매출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중국 지사는 적은 인력에도 알토란같은 역할을 수행해주고 있습니다. 생산은 주로 베트남 하노이 인근 4개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노인 인근 타이빈에 우븐 24개 라인을 갖춘 2개 공장에서 4,000명 인력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태화 지역에 3,600명 규모의 니트라인을 갖춘 1개 공장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찌어선에 우븐16개 라인을 갖춘 공장이 가동 중인데 현재 니트도 16개 규모의 라인을 갖춘 공장을 증설 중에 있습니다. 니트라인 증설이 완료되면 베트남 현지에서만 대략 1만 2천명 정도를 고용하게 됩니다.

 

 베트남에 투자가 집중된 것 같은데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을지?
근래 들어 내수 사정이 좋지 않아 우리로서도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 그래서 베트남에 투자를 집중한 면이 있습니다. 베트남 투자는 사실 TPP 협정의 수혜를 어느 정도 볼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한 면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당선으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만약 TPP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베트남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의류 수입현황을 보면 대중국 수입이 아직도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베트남은 아직 12%선에 불과합니다. 중국이 인건비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인데 만약 TPP가 발효되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입니다. 사실 지금도 중국과 베트남의 의류 수출 단가를 비교해보면 중국이 수출업체에 적용하는 조세 제도 때문에 미미한 차이가 날 뿐입니다. 우리가 기대했던 베트남의 수출 경쟁력 향상은 물 건너갔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곳만한 봉제 투자지가 없는 것으로 저희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인근 캄보디아나 인도네시아를 보더라도 오히려 베트남보다도 더 급속히 인건비가 오르고 있습니다. 미얀마의 경우에는 향후 미주 수출이 활성화된다면 국내 내수오더가 설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희는 내수와 수출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미얀마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투자 매력도가 떨어집니다.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해 투자 편중 위험을 낮추기 위해 향후 방글라데시 투자는 심도 있게 검토 중입니다. 이곳 역시 내수 생산은 문제가 있지만 수출에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 아이보리는 내수와 수출을 병행하는 흔치 않은 기업인데 두 분야를 함으로써 얻는 장점은 무엇인지요?
내수, 수출 중 어느 한 가지만 가지고 1년 내내 공장을 정상 가동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를 병행하면 수출 비수기에 내수 오더를 할 수 있고, 그 반대로 내수 성수기에 수출은 한 템포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공장 운영하는데 내수 수출을 병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요. 사실 수출과 내수를 병행하던 공장이 과거에는 저희가 유일했지만 지금은 적지 않은 업체들이 저희와 같은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내수에서 1억 2천만 불 가량하고 수출에서 우븐에서 1억 불, 니트에서 1억 불 가량을 올리는 것이 근래 목표였는데, TPP가 물 건너가면서 잠재적인 성장 동력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여기에 온라인 판매 증가로 우리와 거래가 많은 전통적 오프라인 소매 판매업체들의 실적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단가 인하 압박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여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대처해 나가야만 합니다. 성장세인 온라인 판매업자들의 의류 소싱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생산단가를 맞춰나가는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습니다. 계속 성장해 나기기 위해서는 내수도 중요하지만 수출이 뒷받침해 주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은 상황입니다.

 

 인공지능이 흔한 말이 되었고 로봇이 일상화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앞으로 봉제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3D 프린트가 간단한 셔츠 정도는 일반인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봉제기업들은 앞으로 3D 프린트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프린트가 할 수 없는 품목만 봉제기업들이 하는 시대가 급작스럽게 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아이보리가 설립 32년을 맞이했는데 앞으로 100년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시대환경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너무나 절실해졌습니다. 너무 빠른 기술의 발달로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역할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