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일APC(승일자동화정밀, 대표: 황일섭)는 35년 가까이 오로지 단추공급장치 개발에 매진해오면서 국산화에 성공한 토종 국내기업이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동사는 지하 1층, 지상 3층 높이의 자체 사옥에서 사무실을 비롯해 개발실, 테스트 및 조립실, 쇼룸 및 A/S 등 전체적인 업무를 일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 처음 접한 재봉기, 그 매력에 빠져들다.
황일섭 대표가 처음 재봉기를 접한 것은 종로2가 ‘미치엘 복장’이라는 봉제공장에서 부터다. ‘미치엘 복장’은 일본 수출오더인 나이트가운을 생산하는 보세공장으로 작은 형이 미싱기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기름 순환이 되는 ‘자노메’ 고속미싱을 사용하고 있어 재봉기 중에서도 고급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수많은 부품들로 이루어진 재봉기가 마냥 신기하고 새로웠던 터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무급으로 한 달 동안 출근하며 기술을 배울 정도였다.
이후 동대문 평화시장 3층에서 고종사촌 형이 운영하던 미싱가게로 옮겨와 랍빠 기술을 익혔고, 인근 ‘삼양미싱’에서 재봉기 수리를 도왔다. 한창 재봉기 기술에 재미가 들릴 무렵 고등학교 친구가 찾아와 ‘한국공업미싱(현재 썬스타)’에 실습생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으니 함께 들어가자고 권유했다. 친구와 함께 한국미싱으로 자릴 옮기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 당시 신당동 한국미싱에는 일본 도요다 미싱에서 ‘마사오 호타’라는 기술자가 기술교육 차 3개월 동안 상주하면서 기술 지도를 하고 있었다. 당시 베드, 하리보, 후다마다, 롯트 등을 거쳐 왔기에 남들보다 습득이 몇 단계나 빨랐다. 그런 그를 ‘마사오 호타’는 불과 한 달 보름 만에 재봉기 점검 최종파트 자리까지 올려주었다.
# 맨몸으로 단추공급장치 개발에 뛰어들다.
81년 1월 4일 군복을 생산하는 ‘동아진흥’에 미싱기사로 입사를 했다. 230명 규모로 전투복과 사관생도복, 장교복 등을 생산하는 비교적 규모가 있는 공장이었다. 하지만 미싱기사가 없었던 탓인지 손볼 재봉기가 넘쳐났다. 6개월여 만에 어수선하던 기계들을 모조리 손 보고 생산라인까지 안정적으로 자릴 잡아 놓았다. 그 당시 봉제공장은 10시까지는 잔업을 하고, 12시까지는 철야, 새벽 4시까지는 풀타임 작업을 하고도 다음날은 정상적으로 일해야 하던 시절이었다. 매일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단추를 손으로 집어넣다가 깜빡 졸면서 발판을 밟아 바늘이 손가락에 그대로 박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너무나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바늘대가 내려와 누르고 있고, 그 상태로 모터는 계속 돌아가고 있어 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런 사고를 자주 목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자동 단추공급장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사 후 1년만인 82년도부터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가며 단추공급장치 개발에 손을 댔다. 당시 월간 봉제계에 챈들러라는 미국산 단추공급장치가 소개된 걸 본적이 있었으나 주소나 연락처가 없었다. 도저히 알아낼 방법이 없어 미국에 지인을 통해 수소문한 결과 문을 닫은 회사였다. 단추공급장치에 대한 정보나 자료 하나 없이 맨몸으로 뛰어든 셈이다. 당시 파스피다를 만들어 주는 업체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단추의 종류가 천차만별 다양하다 보니 단추를 선별하는 볼(Bowl)만 420파이나 됐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단계 무렵인 84년도에 답십리에 소재한 와이셔츠 생산업체 ‘한성실업’에 간적이 있는데, 그곳에 ‘JUKI BR-1’이라는 와이셔츠전용 단추공급기가 눈에 들어왔다. JUKI 제품은 군복 단추나 다른 단추 외에 오로지 와이셔츠 단추만 전용으로 선별되는 장비였다. 그때 비로소 다른 제품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고 복합적인 단추공급장치를 제품화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 두세 번의 위기 봉착, 오뚜기처럼 일어나다.
86년도 ‘동보자동화’ 란 간판을 내걸고 실용신안과 의장등록 등 특허를 출원하여 사업시작을 했다. 하지만 자금 문제로 지인을 통해 5천만 원을 빌려 사업자금에 투입했다가 3개월 만에 자금을 돌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갑자기 큰돈을 마련하지 못해 가지고 있던 특허권을 전부 다물려준 후 몸만 빠져 나왔다. 이후 ‘한진정밀’의 협조로 단추공급장치를 생산할 수 있었으나 또 다시 관계가 여의치 않아 사업을 접어야 했다. 89년도 10월 ‘한진정밀’에서 나와 3~4개월 동안 고민에 빠져있을 때 몸담아 오던 군복공장인 ‘동아진흥’ 이정익 대표가 자금사정으로 손을 떼고 나왔다는 얘길 듣고 황 대표를 수소문했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물어보더니 그길로 조흥은행 마포지점에 들러 담보나 보증은 이 대표가 서 주는 것으로 하고 5년 안에 원금 이자 상환하는 조건으로 8천만 원을 대출 받아 주었다. 그것으로 일부는 한진정밀에 돌려주고, 일부는 공장임대보증금, 기타공구 등 준비하여 90년 3월 5일 성동구 마장동에서 새롭게 출발하게 된다. 성동구 마장동에 공장문을 다시 열고 OEM 생산으로 전환해 생산을 이어갔다. 1년 동안 브랜드는 ‘한진정밀’로 나가고, 1년 뒤에 대금 관계를 마무리 짓고 91년 3월부터 ‘SEUNGIL’ 브랜드를 달아 출시되기 시작했다. 3년 만에 8천만 원이란 돈을 다 갚고도 통장에 1억 8천만 원이라는 잔고가 있을 만큼 열심히 했고, 그 무렵 현재의 자체사옥이 탄생했다.

#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경쟁력을 갖추다.
단추공급장치를 처음 상용화하고 2대를 부산 ‘수영제복사’로 납품했다. 가격은 대당 230만 원, 그 당시 프라이드 1대 값이 260여만 원 할 때였는데 프라이드 1대와 거의 맞먹는 가격이었다. 그런데 작업에 투입된 기계의 바이브레이터 통에 부어놓은 단추가 통의 옆면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었다. 정전기 현상이라고 판단했지만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철수를 시켰다. 그 후 이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가 의외로 단순한 것에서 답을 찾았다. 밀가루를 손에 묻혀 단추를 잡았다가 놓으면 와르르 풀어진다는 사실에서 정전기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단추공급기의 핵심 포인트는 다양한 단추모양이나 여러 규격의 단추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양한 크기의 단추를 간단한 조작만으로 선별할 수 있어야 하기에 신제품 ‘BM-737S’ 같은 경우에는 두께 1.5mm에서 7mm까지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98%까지 단추 선별이 가능하다. 앞뒤 모양이 똑같은데 한쪽에 로고가 새겨져 있거나 모양이 똑같은데 한쪽 색깔이 다른 경우 등 선별이 불가능한 2%의 경우를 뺀 98%는 선별할 수 있다. 그래서 다양성을 접목시킬 수 있는 호환성이 뛰어난 장비라는 게 차별화의 핵심 포인트다. 현재 주력기종인 ‘BM-737S’ 모델은 경쟁사 기기와 비교했을 때 가격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초보자도 손쉽게 작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 수요가 활발하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단추가 바뀌었을 때 작업자 스스로 아주 쉽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최대 메리트다. 최근에는 드레스셔츠 공장뿐만 아니라 니트의류 공장에서도 단추공급장치 수요가 늘나고 있다. 결국 소재나 의류 디자인에 따라 단추의 모양이나 크기가 다양하게 바뀌기 때문에 어떤 제품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특별한 공급 장치가 아니고선 살아남기 힘들다. 동사가 업그레이드 시킨 최신형 장치는 단추가 수시로 바뀌어도 작업자가 손쉽게 다이얼만 조정해 주면 넓이와 높이 조절이 자유자재로 되기 때문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 다양한 기종 보유, 자동화에 포커스를 맞추다.
단추공급장치가 주 아이템이지만 그밖에도 패턴포머, 앞마이다데 프레스, 환봉용ㆍ쌍침용 우아마이 프레스, 고시우라 프레스, 강력 접착을 요하는 셔츠앞판 휴징 평판프레스 등이 있다. 특히 셔츠앞판 휴징 평판프레스의 경우 타사 프레스에 비해 접착력을 높여 까다로운 미주오더가 많은 중미 지역에 납품이 활발하다.
그 외에도 주문에 의해 생산하는 스페셜 기종들도 있는데, 최근 개발에 성공한 ‘자동 시접 가름 합복기’와 원단만 물려 놓으면 스스로 일정한 거리만큼 이송해서 단추를 달고, 단추가 제대로 달렸는지를 확인한 다음 정리해주는 ‘자동 단추구멍 인덱서’가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다. 앞으로 동사는 1mm 미만의 두께의 단추라든가 모양이 불규칙한 자개단추를 비롯해 정확한 규격이 없는 단추들도 완벽하게 선별이 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주 얇거나 두께 편차가 아주 심한 단추들은 기존 단추공급장치로는 해결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동사는 최종적으로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스마트 팩토리’ 시대를 대비한 무인자동화기기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