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단가인하 요구, 자구책 마련 ‘고심’

봉최근 해외진출 봉제업체들이 바이어들의 무리한 생산단가 인하 압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이어들은 지난 10년간 거의 해마다 전년보다 생산단가를 5~10% 이상 깎아 내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보다 더한 단가 인하 요구를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봉제는 원가 자체를 맞출 수 없는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수출 봉제업체마다 단가 하락에 대응할 방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으며, 다양한 원가절감 방안을 내놓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바이어들의 생산단가 인하 요구는 사실 매년 있는 연례행사이기는 하지만 특히 최근 몇 년간 그 체감 정도가 심한 편이다. 남녀 재킷 및 아웃도어 우븐류를 베트남에서 생산해 미주나 유럽 등지로 수출하는 N社의 한 관계자는 몇 년간 전반적인 오더 시장에서의 분위기가 일단 단가를 깎고 보자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봉제업체들이 대거 진출해왔습니다. 기존의 아시아, 중남미를 비롯해 이제는 아프리카까지 세계적으로 의류 소싱처가 확대되면서 시장구조가 바이어 위주로 완전히 전환되고 있어요. 대체 소싱처가 확대됨에 따라 바이어들이 먼저 대폭적인 단가인하 요구부터 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정례화하고 있습니다.”

바이어들의 생산단가 인하 요구는 2005년 섬유쿼터 해제에 따라 무한 글로벌 경쟁 체제로 바뀌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됐으며, 최근 TPP(환태평양 자유무역협정)를 겨냥한 무차별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3년 전부터 대형 바이어급인 ‘GAP’이 거래 벤더 수를 반으로 줄이면서 대신 남은 대형 벤더들에게 오더를 몰아주는 형태를 통해 생산단가를 25% 수준까지 인하시켰다.

이 전략이 성공적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국 바이어들에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수출 봉제업체들은 적정 수준의 단가인하 요구는 협상을 통해 조절하면서 원가절감 등의 대응책 마련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기준 생산단가는 공개되어 있다시피 한 상황에서 가장 우선적인 방법은 적절한 협상을 통해 가격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또 다른 대응전략은 역시 생산성 향상을 통한 수익성 확대다.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한 대응책이기는 하나 주어진 여건 하에서 생산성 저해 요인을 찾아내고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SG세계물산 베트남 생산법인 ‘SSV’의 정규열 법인장은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이 말처럼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 것이기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봉제공장에서 원가절감의 핵심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전체 소요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생산성을 올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체 근로자 중에서 직접 생산인원이 70%를 충족해야 하는데, 정확한 통계와 수치를 통해 간접 생산인원을 줄여나가고 직접 생산인력을 효율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산 효율성 제고를 위한 일괄 생산 시스템 구축 외에 업체들이 시행하는 것이 원부자재 소싱 방법 전환이 동원되고 있는데 과거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바뀌고 있다.

적절한 원부자재를 발굴하고 소싱하는 능력이 곧 업체의 경쟁력인 만큼 관련 분야 인력확보와 해외 구매 법인이나 사무소 설립 등 전문성을 갖추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밖에 대응 전략은 적절한 해외 생산기지의 활용이다. 특히 한 국가에 집중하지 않고 분산 투자한 봉제업체들은 이들 공장들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 원가부담을 커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소싱 경쟁이 심화되면서 바이어들의 생산단가 인하 요구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을 전망되는 가운데 결국 이를 극복해낼 수 있는 방법은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해외 생산 기지 탄력적 운용 등의 방법이 중시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보다 고부가가치 아이템 개발과 자동화 도입에 따른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張喜雄 記者] chang@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