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 떠난 고생길, 보상도 ‘찔금’

“개성 떠난 후 다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철수 이후 베트남 하노이에 새로 공장을 이전한 N사의 대표는 해외로 이전한 대부분 공장들이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채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얼마간 고통이 뒤따를 것이지만 묵묵히 이 상황을 견뎌내고 있다며 근황을 전해왔다. 동사는 철수 이후 여러 지역을 물색하다가 하노이에 기존에 사용하던 공장을 매입해 가동한지 이제 1년 1개월여 지나고 있다. 1년을 넘겼지만 아직까지 흑자 전환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년 동안 적자 속에서 한국 본사 자본금만 계속 까먹고 있다.

새로 설립한 공장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만족할 만한 생산성과 품질이 나오기까지는 아마도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 중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크게 2가지가 있다. 우선 공장 내적으로 생산성과 품질이 좀처럼 올라와 주지 않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가 영업적인 측면이다. 개성공단이라는 안정적 생산처가 있었을 때에는 임가공비가 비교적 높은 유명 브랜드의 물량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해외 이전 후에는 영업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생산성과 품질 낮은 신생공장, 낮은 생산단가 제시에 암울

기존 거래 업체들은 국내와 베트남, 그리고 개성공단 생산단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생산단가가 낮아 자칫 앞뒤 재지 않고 오더를 받았다가는 생산하면서 손실을 만들어내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과거 개성공단이 국내 단가와 해외 단가의 절충점에 있었기 때문에 형편없는 단가를 요구받는 지금, 개성 진출업체들은 그 시절이 그리울 수밖에 없다. 개성 철수업체들은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지만 가장 크게 아쉬워하는 부분은 과거와 같은 형태의 영업망을 복구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철수업체들은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회사 매출 창출 구조가 크게 변화되었다. 개성 철수 후 호치민 인근에 진출한 한 내의류 업체 역시 개성에 있던 당시와는 회사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개성에서 생산해 자체적으로 통신판매 등을 통해 판매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완사입 생산해 납품하는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개성 생산이 불가능해지면서 자체 생산 판매 물량이 많이 줄어들어 이익구조에도 치명상을 입었다. 동사 역시 개성 생산이 줄면서 베트남으로 생산루트를 변경했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는 품질과 낮은 생산성 때문에 애를 먹었다.

정부 보상도 지지부진한 편, 기존 영업환경 복구 어려워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고는 있으나 개성 시절만큼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개성에서 나와 해외로 발길을 돌린 봉제업체들은 이처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고정자산과 유동자산에 대한 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노이에 진출한 N사 대표는 정부에서 약속한 수준의 보상만 해주었더라도 이처럼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정자산은 파악된 금액의 90%까지 70억원 한도 내에서 보상해주었고 유동자산은 피해금액의 70%선에서 최대 10억원까지 보상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유동자산은 50% 정도 밖에 보상받지 못했습니다.

당초 약속한 70%를 보상해주지 않아 업체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습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요구한 보상에 비해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은 50%에도 미치지 못한것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고정자산, 유동자산의 보상 보다 더 큰 문제는 개성공단 철수로 하루아침에 거래선이 끊기고 영업활동이 멈춰진 업체들의 밥줄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자산 손실보다 당장 영업활동 중단에 따른 손실이 장기적으로 더 큰데 이런 부분에 대한 보상은 정부 측에서는 생각지도 않는 것 같아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공약으로 내걸었던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입주업체들의 희망은 최근 북한의 핵실험으로 사실상 날아가 버렸다. 재입주의 희망도 멀어져간 개성공단을 생각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놓인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앞뒤 좌우 볼 겨를이 없다는 관계자의 한 마디 말에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의 모습이 녹아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李相澈 局長] lee@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