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웅전기 | 산업용 다리미 전문家

창밖으로 축령산이 오롯이 조망되는 공간, 서류장 위에 진열된 古 다리미들과 창틀에 얹어 놓은 新 다리미들이 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산업용 다리미의 요람, ‘세웅전기’ 사옥이다. 교외 분위기 좋은 카페가 연상되는 이 건물은 오세웅 대표가 무척 공을 들인 작품이다. 여느 공장 건물과는 확연히 다르다. 모던한 외관 디자인에 말쑥한 내부 인테리어가 한층 돋보인다. 이 대목에서 오세웅 대표의 빼어난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감각은 곧 제품디자인에 그대로 반영된다. 기업 로고와 CI(Corporate Identity) 역시 디자인 전문그룹의 작품이라 시쳇말로 있어 보인다.

홈페이지나 제품 카다로그 디자인 역시 프로 냄새가 물씬하다. “특별히 감각이 있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다만 무엇을 하든 ‘프로페셔널’ 정신을 갖고 하자는 게 모토이죠. 사옥을 지을 때도 다리미 신제품을 개발할 때도 늘 열정으로 임하며 최고를 지향했습니다. 또한 건물 잘 지어 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제품 잘 만들어 놓고 카다로그를 비롯 광고 디자인을 소홀히 해버리면 정말 초라해 보입니다. 쉼없이 쓸고 닦아야 건물이 유지되듯 제품 역시 끊임없이 감각있는 디자인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세웅전기는 산업용 스팀 다리미를 제조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토종 기업이다.

교외 분위기 좋은 카페가 부럽지 않은…

1992년 10월, 서울 영등포유통상가 내에 사무실을 얻어 ‘세웅무역’이란 간판을 걸고 무역업으로 출발했다. 3년 정도 무역업무를 보다가 제조를 결심하고 경기도 부천에 공장을 얻어 옮겨 앉았다. 제조라는 게 결코 만만찮다는 사실을 근 3년 간 뼈저리게 느낄 즈음, 서울 월곡동에 있는 다리미 제조업체인 ‘중앙아이롱’과 연이 닿았다. 이 업체는 당시 대구의 ‘선산아이롱’과 함께 보일러용 다리미의 원조격이었으며 ‘은성전기’와 ‘삼진아이롱’이 전기 스팀다리미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던 때다. 이에 앞서 오세웅 대표는 일찌기 ‘은성전기’에 입사, 총무와 경리업무를 해오다가 수출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생산, 개발, 무역업무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하며 관리 능력을 키웠다.


총괄 관리역인 상무직을 끝으로 사직한 후 무역업체를 만들어 독립하게 된 것. “오래 전, ‘은성전기’에 근무할 당시에는 보일러용 다리미 수출은 거의 전무했습니다. 물통 다리미만 겨우 조금씩 수출할 때였죠. 일년에 한번 두번 수출하던 것을 본격적으로 수출해보자 하여 KOTRA와 무역협회를 노크해가며 열정적으로 뛰어 다녔습니다. 다리미 무역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겁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보일러용 다리미도 수출길이 열리기 시작했지요. ‘중앙아이롱’에서 만든 보일러용 다리미를 그대로 가져다가 수출하는 게 아니라 중앙아이롱에 하청을 주어 만들었습니다. 본체만 받아다가 자루나 밸브 등은 조립해서 은성전기 이름으로 수출을 한 것입니다.”

부천에서 다리미 제조로 온 힘을 쏟아붓고 있던 차, ‘중앙아이롱’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걸 알았다. 오너가 연로해 더 이상 꾸려가기 힘겨워 인수자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오 대표는 망설임없이 인수하기로 결심했다. 일단 공장을 월곡동으로 옮겼다. 기존에 갖고 있던 금형과 보일러용 다리미 금형을 합쳐 모델이 늘어났다. 월곡동에서 1년 정도 하다가 작업 공간이 협소해 다시 부천으로 공장을 옮겨 1995년부터 부천 공장에서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때마침 미국 바이어 ‘제콥슨’ 측에서 제 소식을 듣고 수소문해 연락을 해왔습니다. ‘제콥슨’은 그간 다리미를 공급받던 E사와 거래가 끝났다며 새로운 공급 메이커를 물색하던 중이라 했습니다. 금형까지 만들어 보내 주겠다기에 흔쾌히 수락했지요.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걸 알고서 넉달치 공급받을 다리미 값도 미리 보내왔습니다. 구세주나 다름없었죠. 사실 그때부터 회사 볼륨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선적이 이루어지면서 공장이 안정적 궤도에 들어설 수 있었고 2001년에 이르러 1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부천에서 기반을 닦은 동사는 2004년 6월, ‘세웅전기’로 사명을 바꾸고 같은 해 10월, 지금의 자리에 사옥과 공장을 완공해 옮겨왔다. 공장이 서울 도심에서 상당히 떨어져(약 50km) 있어 불편한 점은 없냐는 물음에 “납품업체들이 불편해 하는 건 사실이다. 납품업체들과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품질문제를 논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거리가 멀어 자리를 자주 갖질 못한다. 품질유지 측면에서 볼때 외곽에 떨어져 있는게 다소 불편하다. 또 하나, 납품업체가 납품갔다가 회사로 복귀하려면 어떨땐 하루를 날려 버리기도 해 곤혹스럽다. 그런 것 빼고는 다 좋다. 일단 서울에서 멀어지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장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작업 환경도 크게 개선시킬 수 있어 좋다. 생각보다 인력 충원 문제도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산업용 다리미 하나로 30년 훌쩍…

동사의 트레이드마크인 ‘펭귄(Penguin)’은 원래 일본 미니 휴징프레스 ‘썬미트’가 사용하던 마크다. “당시 썬미트가 우리 다리미를 수입해 ‘펭귄’과 ‘펠리칸’을 붙여 팔았는데 지금은 그 회사가 없어졌습니다. 제가 사업 초기 3년 정도 무역업무 만 할때 국내 다리미 메이커인 ‘삼진아이롱’에서 다리미를 같이 해보자는 콜이 들어와 6개월 정도 함께 일한 적이 있었죠. 당시 생각이 달라 ‘삼진아이롱’과 헤어지면서 ‘썬미트’에 공급하던 다리미의 금형은 삼진이 인수하고 트레이드마크인 ‘펭귄’은 저희가, ‘펠리칸’은 삼진이 사용하는 걸로 썬미트의 양해를 구해 지금껏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동사의 생산 아이템은 산업용 다리미(전기 스팀 다리미, 보일러용 다리미)와 주름펴기용 스티머이다.

산업용 다리미는 대개 물통을 매달아서 쓰는 전기 스팀 다리미와 전기 다리미인데 보일러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다리미, 전기 없이 보일러에서 들어온 스팀에 의해 달궈져 스팀을 뿜어주는 보일러용 다리미로 구분한다. 물통없이 스팀이 나오지 않는 다리미는 예전의 가정용 다리미이다. 지금은 가정용도 스팀이 다 나온다. 스팀이 나오지 않는 다리미는 효율이 없어 봉제현장이나 세탁업소에서 아예 안 쓴다. 스탠드형 스티머는 옷을 행거에 걸어둔 상태에서 주름을 펴주는 장치이다. 무엇보다 한 벌 주름을 펴는데 시간이 비교적 덜 걸리고 사용법이 간편한 게 특징이다. 면 티셔츠나 드레스셔츠의 경우 간단한 동작으로도 짧은 시간에 여러 벌을 처리할 수 있다. 눌러 다리는 것과 달리 쫙 펴지는 맛은 덜하나 많은 옷을 다려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주로 매장 디스플레이 용도로 쓰인다.

어릴 적 어깨너머로 용접도, 보일러 배관도…

다리미는 용도별로 완성용, 중간공정용, 쉐타용, 솔기가름용 등으로 구분한다. 또한 린넨, 청바지, 울 등 소재에 따라 다리미 종류가 달라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다리미는 순증식 다리미이다. 마직이나 청바지 등의 소재에는 전증식 다리미가 맞다. 바지 솔기를 가를 때는 솔기가름 전용 다리미를 사용하고 그외 특수목적용으로 스웨터는 스팀을 대고 누르는게 아니라 위에서 뿌리는 것이라서 바닥 면적이 넓고 스팀홀이 많은 다리미가 쓰인다. 금형에 의한 작업은 대개 외부에서 가공해 들여 온다. 반면에 외주 가공하기엔 단가가 너무 높다거나 외주 줘서 매번 직원을 파견해 관리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라면 자체적으로 가공한다.

주로 용접 부분(용접은 절대 새면 안되니까)이나 스팀홀 공정, 웰딩 공정 등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적으로 가공하는 편이다. 금형에 의해 가공된 반제품이 일단 납품이 되면 자체적으로 용접을 하고 용접과 누수 검사를 끝낸 후 다시 외부로 보내 연마작업(polishing)을 거쳐 들어오면 조립작업이 이루어진다. 다리미 뚜껑의 경우는 납품이 들어오면 다시 도금공장으로 보내져 도금공정을 거쳐 들어온다. 알미늄 다리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알미늄 다리미는 주조가 된 상태에서 들어와 자체적으로 단말처리 한 후 연마작업과 피막처리를 위해 외부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약물처리 과정을 거친 후 조립라인에 올려진다. 이렇듯 다리미는 종류에 따라서 공정이 약간씩은 다르다.

오세웅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라 상과를 전공했다. 그럼에도 불구, 다리미 제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철공소를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오 대표는 철공소를 꾸려 가면서 수도난방, 위생설비, 보일러 설치 등의 일을 해오시던 아버지를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가까이에서 지켜 봤다. 학교가 파하면 용접 일을 거들기도 했다. 이후 상과를 다녔지만 어렸을 때부터 용접 보조도 하고 철근도 자르고, 샤시도 달고, 보일러 설치도 도우면서 자라 공업 쪽 일이 낯설지 않았다. 전 직장인 ‘은성전기’에 입사해 배운대로 경리와 총무 업무로 직장생활을 이어가면서 점차 생산과 개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다리미 제조에 조금씩 빠져들게 되었던 것.

덩치는 작아도 결코 간단치 않은 기술…

스팀다리미에서 스팀이 나와야지 물이 나오면 치명적이다. 옷에 얼룩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두운 소재는 덜하나 희고 라이트한 소재는 물이 튀면 얼룩이 생긴다. 물이 나오지 않게 만드는 것이 기술이다. 이는 재질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오랜 경험과 연구 개발에 따른 기술적 노하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게 오 대표의 생각이다. 이는 어쩌면 어릴 적 아버지의 일을 거들면서부터 싹 텄는지도 모르겠다.

“흔히 다리미를 다른 기계들에 비해 간단한 물건으로 치부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그리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30년 넘게 다리미와 씨름하고 있지만 늘 부족합니다. 퍼펙트한 다리미를 위해선 뭔가 개선하고 연구하고 개발하지 않으면 안되지요. 덩치는 작아도 결코 간단하지 않은 기술 노하우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칼도 쇠를 깎아 날만 세우면 될 것 같지만 재질, 열처리에 따라 크게 품질이 달라지듯 다리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혹자는 다른 아이템엔 관심없이 다리미만 고집하는 이유를 물어 오기도 합니다. 좀 더 개선하려다 보니까 다리미만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다른 아이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거죠. ‘이 정도면 됐어’ 하는 만족감이 오면 다른 아이템에 눈을 돌려 볼지는 몰라도 아직은 아닙니다. 바이어나 유저들의 요구에 의해 아이템을 늘리는 경우들도 주변에 더러 있으나 기존 메이커들과 마찰 빚어가며 그렇게는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 코가 석자인데 즉, 다리미에 신경 쓰기도 벅찬데 또 다른 쪽에 정신을 쏟을만큼 여력이 있지 않습니다.”

회사 건물은 사무동과 공장동, 창고동으로 나뉜다. 사무동 1층은 업무부서, 2층은 기숙사다. 공장동 1, 2층은 생산1과와 2과가 사용한다. 생산1과는 조립, 검사, 포장 파트로 나눠져 있고 생산2과는 가공파트로 용접, 스팀홀 컷팅, 연마, 세척공정을 담당한다. 이 중에서도 검사파트는 매우 중요하다. 100% 전수검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스팀검사를 하면서 누수검사까지 복합적으로 한번에 이뤄진다. 스팀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온도검사를 하게 되는데 온도를 재려면 열을 올려야 한다. 올라가 있는 열 상태에서 스팀을 뿜어내 스팀 퀄리티를 체크하고 누수를 검사한다. 모든 검사가 끝나면 포장라인으로 옮겨 냉각시킨 다음 포장을 하게 된다. 업무 도큐먼트는 오 대표의 아내 몫이다. 줄곧 곁에서 회사 살림을 도맡고 있다. 해외영업 등 커뮤니케이션은 오 대표가 담당하고 있다.

= Sewoong 브랜드 짝퉁? 
이번 상해에서 열린 CISMA SHOW는 참가하지 않았다. 중국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에서 열리는 봉제기계전시회는 더러 참가한다. 인도의 경우 우리 에이전트에 맡겨서 전시하는 편이고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는 직접 전시하기도 하지만 바이어가 전시하겠다면 현지에 가서 지원해 주기도 한다. 방글라데시 전시회에 나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세웅 브랜드를 단 가짜를 발견했다. 바이어를 통해 가짜를 구해와 살펴보니 감쪽같았다. 중국에서 카피한 것들이다. 한글 로고까지도 똑같다. 심지어 다리미 바닥에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그대로 새겨 넣었다. 그걸 들고 나온 사람들의 답이 가관이다. “너넨 ‘세웅코리아’ 우린 ‘세웅차이나’인데 뭐가 문제냐?”다. 실제로 전시 후 방글라데시 다리미를 전문으로 파는 골목을 찾아 스무군데 가게를 둘러 보았는데 열다섯군데서 가짜 세웅브랜드 다리미를 발견했을 정도다.

= 다리미의 소재? 
대부분 다리미가 알루미늄, 스테인레스스틸로 이루어져 있다. 부속품은 브라스(brass)와 구리가 주로 많이 쓰인다. 그외 손잡이는 플라스틱, 나일론, 나무 등이 쓰인다. 순증식 다리미의 경우 무게는 1.3~1.5kg 사이다. 사용자들 대부분이 가볍기를 원한다. 가볍게 만들면 다리미에 치명적 결함인 물이 나오게 되어 있다. 현재의 다리미 소재로는 더 이상 가볍게 만들기엔 기술적 한계가 있다. 소재 개발이 따라줘야 한다.

= 해외생산에 대한 생각? 
물론 해봤다. 그러나 해외에 공장을 두면 수시로 오가며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가지고 여기서 품질에 더 매진하는 게 더 나을 것이란 생각으로 국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봉제공장이 해외로 가는 것은 인건비와 노동력 때문이다. 그러나 다리미를 제조하면서 인건비를 이유로 해외에 공장을 둬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일부 해외에 공장을 둔 업체들은 그 지역 공장들과의 거래를 위해 옮겨간 것이지 거기서 제작해 전세계로 수출한다는 생각으로 간 것은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