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적을 두고 현지 봉제현장 문턱을 분주히 넘나드는 열혈맨, 이종찬씨를 자카르타가 아닌 서울 제기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연단기 메이커 세명정밀과 소각보일러 메이커 위너텍코리아의 인도네시아 에이전트社인 ‘PT.PERDANA ABADI SUK-SES’의 대표이다. “1년에 한두번 서울을 다녀갑니다. 남매가 공히 고려대 공대에 유학(?) 중이라서요.” 그랬다. 그는 서른살 되던 해인 1992년 인도네시아로 건너갔다. 당시 직장은 반월공단에 소재한 원단염색회사였다. 별도의 봉제공장도 두고 있었다. 이 봉제공장은 이미 80년대 초에 인도네시아로 건너와 3년만에 봉제로 돈을 많이 벌었다.
“봉제가 잘되어 여유도 생기다보니 사장님이 생각을 한 겁니다. 내 봉제 오더 가지고 가는 업체들 한테 내 원단까지 넣으면 되겠다 생각하여 현지 봉제공장 옆에다가 염색공장을 차린 겁니다. 그때 저를 포함, 다섯 명이 공장 셋업을 위해 투입됐습니다. 자카르타에 첫 발을 딛게 된 겁니다. 한 1년 정도면 일 끝내고 한국으로 복귀할 것이라 생각했죠. 1년이 채 안되어 4명은 귀국했어요. 그때부터 나 혼자 남아 공장관리를 도맡았습니다.”
인니 현지에서 가공된 원단은 한국 봉제진출공장들이 주 고객이었다. 로컬 기업들에게도 공급되었다. 당시 거래하던 봉제공장만 150여 군데나 됐다. 그렇게 바쁘게 생활하다보니 14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러버렸다. 그러다가 2004년 통신 관련 개인사업을 시작하면서 원단과 봉제 영업 쪽 일에서 잠시 손을 놓았다. 한국에서 단말기를 가져다 팔았다. 재미가 쏠쏠했지만 2010년 경 중국산 단말기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메리트가 사라졌다.
이후 한국산 전통주 수입에 손을 댔다. 이슬람권이라 주류 수입권 따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용케도 기회가 와 2년 정도 열심히 했다. 그러던 중 인니 정부가 전 주류수입업자에게 세금을 200%나 올렸다. 소비자가격이 오르자 소비가 확 줄었다. 그즈음 한 식당에서 우연히 소각보일러 업체, 위너텍코리아 송규식 대표를 만났다. 지인 소개로 수인사를 나누고서 이런저런 대화 중 보일러 얘기가 오갔다. “어떻게 보일러에 대해 그렇게 잘 알고 있습니까”(송대표) “큰 공장에서 가스보일러, 석탄보일러, 열매체보일러 관리만 몇 년을 했는데요.”
(이대표) 당시 소각보일러 수요가 많은 인도네시아야말로 송대표로선 영업의 보고였다. 그러나 현지 영업 파트너를 제대로 만나지 못해 속앓이를 하던 차에 이종찬 대표를 만나게 된 것. 이 대표 역시 주류 수입에 태클이 걸리기 시작하던 때라 송대표의 에이젼트 제의에 “일이라는 건 말이 앞서면 그렇고 일단 3개월 해보고 맘에 들면 에이젼트 계약합시다”라고 말했다. 그때가 2012년 경이었다. 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25년 같이 일하고 있는 직원이 있어요. 전기, 전자, 기계에 해박하죠. 그 친구가 있어 스타트를 했죠. 설치에 시운전까지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는 걸 송대표가 보고 안심을 하게 된 거죠. 불과 2년 만에 덩치 큰 소각보일러를 20대 이상 팔았습니다. 이에 탄력받아 베트남 쪽 영업도 요청해왔으나 당시 우리집 아이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닐 때라 인도네시아만 커버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사양했지요. 다행히 초창기 많은 도움이 된거 같아 저 역시 기분이 좋았습니다. 대신 베트남에도 전기와 전자를 잘 아는 현지인을 두어 우리 방식대로 세팅하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제안했지요. 그래서인지 호치민과 하노이 쪽에 열중해 많이 볼륨이 많이 커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쩍 잦던 송대표의 인도네시아 출장이 뜸해졌습니다. 믿고 맡길만 하단 판단이 선 때문이지요. 영업과 설치 그리고 A/S까지 알아서 다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이종찬 대표가 봉제공장을 상대로 탁월한 영업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봉제공장에 원단을 공급하면서 연을 맺었던 150여 봉제기업들이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인심을 잃지 않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동 연단기 메이커 세명정밀 김종철 대표와의 연결고리 역시 원단의 성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봉제현장에서 늘 맞닥뜨리는 게 원단이고 연단 그리고 재단이다. 특히 연단기 작동에 관심이 많아 재단실에 들어서면 매의 눈으로 연단기를 살펴 보는 습관이 생겼다.
“2014년 어느날 친구가 내게 某 연단기 인도네시아 공급을 제안했어요. 연단기에 관심이 있었기에 기계의 성능과 가격을 꼼꼼히 살펴본 바, 뭔가 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여러 모델을 나름대로 비교 분석해 본 겁니다. 답을 얻었지요. 국내 최초 연단기 개발로 성능이 입증된 ‘세명’ 연단기로 생각을 굳혔습니다. 때맞춰 세명정밀 김종철 대표가 자카르타로 날아왔죠. 일단 일주일 간 여러 공장을 함께 다녔습니다. 기계도 기계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최소한의 시간도 필요했지요. 서울로 복귀한 김대표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에이젼트 계약 합시다’라고요. ‘좋습니다. 자료 보내 주십시오.’ 그렇게 연단기 영업이 시작되어 작년에만 40대를 넘게 판매했습니다. 제 능력이라기보다 주위 분들이 많이 도와 준거라 생각합니다.”
= 현재 인도네시아 생산공장 분위기는?
신발과 가방 쪽은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오더 사정이 좋다는 뜻이다. 가방이나 신발 쪽은 워낙 투자 규모도 크고 노하우도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이라 쉽게 손을 못댄다. 의류 봉제 쪽은 일단 인건비 부담이 크다.(인터뷰 도중 자카르타에서 이 대표에게 문자가 날아 들었다. 11월 10일 인니 노조 총연합회에서 최저임금 20% 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을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특히나 의류 하청공장들은 죽을 맛이다. 메이저 기업인 세아, 한세, 한솔 등은 자체 오더를 하며 영업도 하기 때문에 영업마진 조금 줄이면 그나마 융통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 하청만 하는 공장들은 작년 공임 그대로 받아서 해도 될까말까인데 공임은 그대로인데 월급은 올라가지, 오더는 줄지, 참으로 난감하다.
= 외곽 쪽으로 생산공장 이전이 늘고 있다는데?
그렇다. 인건비 싼 외곽 쪽으로 자꾸 들어가는 편이다. 바이어가 그렇게 요청을 한다. “거기다 공장을 지으면 오더를 주겠다”고. 인프라가 열악한 걸 감안해도 100불 수준인 곳이라 가능하단 계산이다. 예를 들어 3백 불과 1백 불이면 2백 불 차이다. 1만 명이면 한 달에 2백만 불이다. 신발공장 같은 경우 5천~1만 명이 기본이다. 2백만 불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세이브 된다. 이러면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바이어들도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생기게 된다. 외곽 쪽으로 나가 공장을 짓는 이유다. 자카르타는 워낙 인건비가 올라 있다. 예를 들어 이벨루에이션 등에서 벗어나 있는 조그만 하청공장들은 다소 융통성을 부려 조금씩 하고 있으나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 공장들은 모든걸 FM대로 다 줘야 하니 버텨내기 어렵다. 300불을 놓고 봤을 때 중부 자바 인근은 아직도 100불 수준이다. 그런 이유로 내년에도 그쪽으로 이전이 많을 거 같다. ‘한세’도 땅을 알아보고 있고 반둥에 있는 ‘약진’ 역시 중부 자바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 연단기와 보일러 외 아이템은?
가끔 고객사로부터 요청은 받고 있으나 두 아이템만큼이라도 깐깐하게 관리하는게 제 몫이다. 두 메이커 대표 역시 깐깐한 만큼 정확해서 좋다. 물건도 정확하다. 가격은 좀 더 비싸나 당연하다 여긴다. 저품 넣었다가 효율 떨어져 문제 생기는 것 보다 백번 낫다. 저 역시 공장을 관리해 봤지만 내가 공장 오너라면 차는 싼 거 타도 기계는 좋은 걸로 선택할 것이다. <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