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2일부터 14 일까지 중국국립전시컨벤션센터(상하이)에서는 Intertextile Shanghai, Home Textiles, Yarn Expo Spring, CHIC 2019(China International Fashion Fair 2019, Spring) 등 4개 전시 행사가 동시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회는 세계적인 소재 및 패션 트렌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메머드급 전시회였다. 전시 이모저모를 화보와 함께 엮어 본다. <편집자주>
뭐부터 보아야할까? 다 볼 수는 있을까? Yarn Expo, 섬유 소재, 패션 관련 4개 전시가 동시에 개최되는 이번 Intertextile Shanghai Apparel Fabrics Spring Edition 전시가 열리는 중국 상해 홍차오 공항 인근의 중국국립전시컨벤션센터에 도착해 보면 누구나 처음에 드는 생각일 터다. 총 13개관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인 만큼 전체를 모두 보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 신체적인 한계도 분명히 감안해야 할 노릇이었다. 메인 전시회라 할 수 있는 인터텍스타일은 20개 국가에서 3,274개 전시 업체가 참가해 16만 스퀘어미터 면적에서 개최되었다.
이 전시 참가업체들은 패션부터 소재, 기술 혁신 솔루션 등 섬유 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범주의 전시물을 선보였다. 특히 이번에는 지속 가능한 솔루션, 기능성 원단, 디지털 인쇄 분야에서 많은 업체들이 참가했으며 패션 부자재, 액세서리를 비롯해 데님 등이 소개되어 패션 업체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제품에 대한 욕구를 반영했다. 패브릭 분야에서는 면, 울, 실크, 린넨, 니트, 기능소재, 레이스 자수물 등이 전시되었고 텍스타일과 연관되어 프린팅을 비롯해 캐드, 캠 시스템, 품질관리, 디지털 프린팅 관련 장비와 솔루션도 많이 전시되었다.
특히 디지털 프린팅 장비는 지난해 스프링 시즌 전시회에 비해 더 많은 업체들이 참가해 이 분야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반증해 주었다. 현장에서 직접 디지털 프린팅 장비가 패브릭을 인쇄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관련 장비의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주최측은 섬유 분야의 국제적인 환경 관련 규제 동향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해 참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데 지난해 개최된 All About Sustainability Zone의 Forum Space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올해는 새로운 OEKO-TEXⓇ100 표준 규정이 발간되었으며 이에 All About Sustainability 존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유럽 섬유 패션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환경친화적인 섬유 제품이 필수적이며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많은 업체들이 유기농 린넨과 같은 지속 가능한 패브릭 등 친환경적인 소재를 들고 나온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방문객들이 환경 친화적인 섬유 제품에 대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접하게 함으로써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는 세계적인 녹색 패션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섬유 소재의 기능성은 이제 그 한계가 어디인지 점칠 수 없을 정도로 발전을 거듭해가고 있다. 전시 업체 중에는 착용할 수 있는 생체 인식 모니터링 패브릭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심전도, 심박수 및 일일 활동 기록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화재 방지 기능을 제공하는 내화성 패브릭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선보였다. Beyond Denim관은 각종 데님 제품을 비롯해 완제품 실물을 보여줌으로써 가장 보편적인 소재인 데님의 최신 유행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각종 새로운 워싱 기법으로 제조된 이색적인 무늬나 색감의 원단을 선보여 관심 있는 업체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환경친화적 섬유제품에 관심 지속가능성, 그린산업 부각
섬유 패션산업의 한 축으로 빠질 수 없는 각종 부자재관 역시 전체 전시관 중에서 비중 있는 규모로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는 버튼, 레이스, 리본, 자수, 라벨, 라인 석, 비즈, 스팽글 등 각종 부자재를 제조하는 450개 이상의 중국 및 해외 출품 업체들로 구성되었다. 부자재관의 많은 업체들을 돌아보니 벌써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이번 전시 참관 일정은 전시주최인 메쎄프랑크푸르트의 프레스 투어로 2박 3일 일정이다.
전시 전날 오후에 상해에 도착한 관계로 실제로는 2일 정도 밖에 전시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부지런히 돌아도 전 13개관을 다 돌아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전시관은 규모가 컸다. 첫날 오전 3개관을 훑어보듯이 다녔는데도 벌써 이 지경이다. 본 게임은 시작도 안했는데 선수가 지쳐버린 꼴이다. 첫날 주최측에서 제공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전시관으로 부지런히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는 국제관이 있는 5.1H로 향했다. 이 전시관에는 International Hall을 비롯해 SalonEurope이 자리 잡고 있다.
인터내셔널홀에는 한국관을 비롯해 일본, 대만관 등이 밀집해 들어서 있다. 한국관은 규모에 비해 전시업체 수는 약 67개에 달해 다양한 소재를 선보였다. 일본관은 전시업체 수는 20여 업체로 적었지만 고품질 소재를 전시해 많은 참관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했다. 한국관은 대만관과 일본관을 바로 코앞에 두고 전시했다. 한국관에는 소재업체들 외에도 한국섬유마케팅센터를 비롯해 경기섬유산업연합회의 공동관 등도 설치되었다.
한국관 소재 업체들 몇 곳을 둘러보며 이번 전시회 참가에 대한 간략한 소감과 분위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또한 최근 한국 패션소재 업체들의 전반적인 경기 상황과 산업 환경도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한국 섬유소재 업체들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은 바로 전시장 안이기도 했다. 이 전시장에 참가한 수천 개의 중국 패션소재업체와 국내에서 참가한 60여 한국 패션소재 업체가 말해주는 것이다.
수적, 양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열세를 보여준다. 지금 한국 소재업계는 중국의 대규모 자본에 의한 물량 공세와 가격 경쟁, 그리고 일본의 고품질 고부가 제품의 틈바구니에서 샌드위치 신세라고 한다. 물량과 원가 경쟁에서는 도저히 중국을 따라갈 수 없고 고기능성, 고품질 제품을 추구하는 일본 제품에 비해서는 아직 한 수 아래라는 국제적인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결국 국내 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들 경쟁국이 할 수 없는 틈새 시장 공략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대량생산 위주가 아닌 한국 기업만이 가진 장점을 살린 원단 개발과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들은 이런 전략으로 중국을 비롯해 유럽 바이어들에게 어필하고 있으며 다소간 성과도 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섬유산업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대구 지역은 경쟁국인 중국의 물량 공세로 전반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시설 투자도 지속되어야 하는데 그럴 의욕마저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개발과 시설투자를 해도 그만한 결과를 낼 수 있어야 실행에 옮기는데 지금은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패배의식이 업계 전반에 만연하고 있다고 전시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이야기한다.
화려한 홈텍스타일 인테리어 봉제기기류도 일부 선보여
섬유산업을 둘러싼 국내 환경이 결코 쉽지는 않다는 것을 전시 현장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많은 참가업체들은 새로 개발한 최신 소재를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적극 홍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새로운 소재 개발이나 기술 향상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난관을 타파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한국관과 일본관이 나란히 마주보고 있어 자꾸 양 전시관의 참관객 동향을 비교하게 된다. 전시관에서 상담하는 표정들이나 양 전시관에 있는 참관객수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살롱유럽관은 아예 전시장을 아무나 출입할 수 없도록 높은 벽으로 사방을 둘러싸고 비밀스럽게 전시했다. 선진 제품이라는 유럽의 자존심을 나타내 보이기 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소재에 정통하지 않은 기자의 눈에는 여타 제품과 별반 다를게 없어 보였다. 5.1H의 바로 위층 전시관인 5.2H에는 홈텍스타일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침장 전문 전시회인 이 전시장은 각종 침구류를 비롯해 타올, 실내 인테리어 제품 등이 전시되었다. 다양한 침구류 완제품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아기자기하면서도 화려하게 꾸민 침실이 다양한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화려하게 꾸민 침대를 보면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피로감이 쌓인 몸을 그대로 눕히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았다. 화려해 보이는 부스 몇 곳의 침대에 소심하게 앉아보는 것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홈텍스타일 전시관에는 침구류 뿐만 아니라 관련 봉제기기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각종 관련 전시회에 단골손님으로 참가하고 있는 중국의 자동화 봉제기기 전문업체인 ‘리치피스(Richpeace)’도 침장봉제 자동화기기를 전시했다.
이번에는 지난해 인수합병의 결과 ‘상공 리치피스’ 회사명을 걸고 전시에 참가해 동사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리치피스는 이 전시관 뿐만 아니라 CHIC 전시회에도 부스를 설치해 각종 전시 마당발임을 확인해보였다. 섬유 패션 소재관과 홈텍스타일 전시장을 5개관 정도 보고 나니 슬슬 지겨워지면서 뭐 좀 색다른 볼거리는 없나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곧장 발길을 8.2H 전시관으로 돌렸다. 8.2H은 얀엔스포(Yarnexpo)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관은 케이컬파이버, 코튼 얀, 팬시 얀, 울 얀, 린넨 얀 및 기타로 구분되어 있다. 또한 원사의 주산지인 인도, 파키스타은 국가관을 구성해 전시했다.
총 12개국에서 468개 업체가 참가한 얀엑스포는 사류만 따로 전시관을 구성한 전문 전시회이다. 이 전시장에는 한국의 반사소재 전문업체인 HJ Lite도 참가했다. 인터텍스타일 상하이는 섬유 소재의 최대 생산지이자 가장 성장세가 빠른 소비시장인 중국에서 바이어를 만날 수도 새로운 구매자를 만날 수도 있는 이상적인 플랫폼을 제공하는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전시장에는 한국 참관객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지나가다 한국인인 듯한 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어김없이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이다.
전시장 전관을 채운 메머드급 4개 전시회 동시 개최해
아마도 이들은 패션 소재를 소싱하기 위한 목적 아니면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동향 파악이나 트렌드를 점검하기 위해 전시장을 방문했을 것이다. 주최측은 세계의 패션산업을 이끌어갈 중국 시장과 그리고 현지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서 이 전시를 적극 활용하라고 강조한다. 글로벌 네트웍 구축이 섬유 패션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바로 그 시발점이 이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텍스타일 관련된 8개 전관을 돌아보는데 하루가 다 갔다. 꼼꼼히 보기 보다는 훑어보는데 걸린 시간이다. 아마 꼼꼼히 보아야 한다면 전시 3일 내내 보아도 소화하기 힘들 규모였다. 전시 첫날 저녁에는 전시장과 인접한 인터콘티넨탈 상하이 호텔에서 전시주최측이 개최한 만찬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는 메쎄프랑크푸르트 및 중국 면방직업계 관계자가 나와 그간 전시의 발전상과 성과를 발표하고 공연 등 축하 행사가 개최되었다.
전시 둘째날은 인터텍스타일과 동시에 열리고 있는 CHIC 2019 (China International Fashion Fair 2019, Spring) 전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 전시장만 하더라도 총 5개관을 할애해 열리는 만큼 만만치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패션 페어의 특징답게 전시관들도 화려하게 꾸며져 있으며 패션쇼장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참관객들의 발길이 심심치 않았다.
패션쇼가 진행되는 요란한 음악이 각 전시관을 메웠으며 곳곳에서 행사에 참가하는 모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전시장에는 한국에서도 섬유산업연합회 주관하에 프리뷰인차이나 공동 전시관을 꾸몄다. 한국의 신진 디자이너들과 신생 브랜드들이 참가한 이번 프리뷰인차이나에서는 K-Fashion의 멋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프리뷰인차이나와 같은 한국관 외에도 이태리, 프랑스, 홍콩관이 별도로 꾸며졌으며 다양한 중국 현지 브랜드들의 대규모 전시관 설치로 세계 패션 시장의 치열한 각축장을 축약해 보여주는 듯 했다.
중국 브랜드들 대형 부스 참가 대규모 패션쇼도 곳곳 개최
패션쇼장에는 동양계 중국 모델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온 서양 모델들도 많이 보여 국제적인 패션 행사장임을 실감케 한다. CHIC 전시 역시 중국 외에 많은 해외업체들이 참가하기는 했으나 수많은 현지 브랜드들이 대거 참가해 그들만의 리그 혹은 각축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서 참가한 프리뷰인차이나 한국관이나 이태리, 프랑스관이 오히려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 부스에 패션쇼장을 별도로 설치해 많은 현지인들이 몰려든 곳은 대부분 중국 브랜드 부스였다. 인터텍스타일이나 CHIC 전시장을 둘러보면 중국업체들끼리 그들만의 리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제전시회지만 중국업체의 참가 비중이 월등히 높고 참관객도 현지인들이 많기 때문에 드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점점 커지고 세련되고, 발전하고 있는 중국을 보는 이방인의 머리속 한 켠의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