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 봉제 보조의자 보급사업 ‘공정성 논란’, 어떻게 된 일?

“국비로 민간사업 영역 침해” vs “먼저 연구개발, 상급기관의 선정 받아”

자동화 재봉기, 시스템 재단기 등, 봉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은 오랫동안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한편 작업자들의 편의와 건강을 위한 기술은 그동안 소외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봉제인들의 의자도 마찬가지. 수십 년간 현장에서 공원 벤치와 별다를 바 없는 의자에 앉아 장시간 근무하면서 척추나 다리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위한 기술개발이 이루어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봉제 의자를 개발하고 제작·보급하는 지원사업이 때 아닌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된 사업은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지원하고 창신소공인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0 소공인 봉제의자 보급사업’이다.

봉제 의자 최근에야 기술개발 물살, 지원사업이 ‘공정성 논란’ 휘말려

D사 제품

이 사업은 소공인센터 및 SBA의 지원을 받아 민간 여성복 업체 S사가 개발한 봉제 보조의자를 창신, 장위, 독산동 일대 105개사에 지원하는 사업으로, 개당 38만 원에 총 210개(7,980만 원)의 의자를 지원한다. 그런데 독자적으로 2017년부터 봉제 보조의자를 제작, 판매해온 D사가 자사 제품(25만 원)보다 ‘기능적인 차이는 별로 없으면서’ ‘가격은 더 비싼’ 제품이 경쟁과정 없이 독점적으로 보급되는 것을 보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D사와 S사의 제품은 사진과 같다. 창신소공인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D사의 제품은 다음과 같이 언급되고 있다. ‘통풍장치, 수납함, 25만원, 내구성 없음(마모성 높음), 높이 조절 불편(바닥 나사 조절)’ 한편 D사의 봉제의자 공동 개발자는 S사의 제품을 ‘알루미늄 재료. 길이 조절 안됨. 스마트폰 충전 할 수 없음. 높이 조절은 의자만 가능’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D사의 제품은 ‘프레임이 쇠로 되어 있음. 좌우 조절 및 기둥에 맞춰 나무 성형 가능. 스마트기기 충전할 수 있음. 땀을 배출할 수 있는 쿨링팬 설치, 의자 밀림방지용 고무패드 설치’라고 언급하고 있다.

기자가 파악한 두 제품(S사/D사)의 차이는 주재료(알루미늄/나무, 철), 높이조절 기능(사무의자처럼 의자만 높이조절/바닥 나사로 전체 높이 조절), 쿨링팬 설치 유무(팬 없음/있음), 충전용 멀티 탭 유무(없음/있음), 그리고 가격(38만 원/25만 원)이다.

 

D사 대표는 “원래는 개발 생각이 없었는데, ‘봉제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자’라며 공동 개발자가 제안해 개발에 착수했다. 돈을 벌려고 만든 제품이 아니다. 주아이템은 봉제 관련 주변기기다. 고작 20만 원짜리 제품을 개발해서 납품한다고 얼마나 이익이 나겠나. 그래도 공장에 시험 삼아 제공해 보고, 불편한 점을 피드백 받아서 개선하는 과정을 수차례 거쳐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개발비도 2,000만 원 이상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더 비싼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니 납득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공공사업에서 민간 사업자가 만든 제품을 배제하고 국비로 더 비싼 제품을 개발·지원해 단독으로 보급하는 건 민간사업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며, “지원 사업을 할 것이라면 민간 입찰 등, 동일한 조건 하에 경쟁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창신소공인센터 및 SBA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해명을 내놓았다. “S사의 의자는 2016년 창신소공인센터가 진행한 ‘의류생산 공정개선연구 지원사업’에 의한 결과물로, 민간 기업인 S사를 지원해 개발했고 2017년에는 ‘소공인 등받이 봉제의자 보급사업’을 통해 창신동에 일부 보급된 바 있다. 2018년에는 창신소공인센터가 SBA가 공고한 ‘도심제조업 이종산업간 융·복합 지원사업’에 봉제 보조의자 관련 내용으로 참가해 사업에 선정되었다.

“사업구조상 입찰 과정 없었다”,  “내년부터는 사업 보완하겠다”

S사 제품

이후 SBA의 지원 하에 2019년, 2020년 ‘소공인 봉제의자 보급사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SBA의 2018년 융복합 지원사업은 센터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공모한 것으로, 민간 입찰을 진행한 사업은 아니었다. D사의 제품을 창신센터가 인지한 건 2018년 하반기 봉제 관련 전시회에서가 처음인데, 인지한 다음에도 이미 SBA로부터 선정된 창신센터의 봉제의자 관련사업을 포기하거나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요약하자면 사업 구조상 공개입찰이 진행되는 사업은 아니었으며, 개발 자체는 S사 측이 더 빨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행정과 절차상의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한쪽 업체만 지원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여전히 가능해 보인다.

또한 SBA측은 기자가 2018년 ‘도심제조업 이종산업간 융·복합 지원사업’ 심사 과정 및 심사 위원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자, “SBA 윤리규정 상 심사위원의 명단을 제공함으로써 심사위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와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심사위원별로 ‘심사위원 확인서’를 통해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목적을 강의, 회의에만 이용하겠다고 서명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목적 외로 제공할 수 없음에 대해 양해 바란다”라고 전하며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한편 창신센터 및 SBA 측은 “D사의 제품은 이미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지원하는 작업환경개선 사업에 참가하고 있어 SBA 측에서 다시 지원하면 중복 수혜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저희 측에서 인지하지 못한 봉제 보조의자 제품이 또 있을 수 있으므로, 내년부터는 소외되는 업체가 없도록 사업을 보완하겠다”라고 말했다.

[취재: 이백현 기자 / bhlee@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