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人 | 화제의 책 ‘세계의 옷 공장, 북한’이 뭐길래 | 김승재 YTN 보도국 선임기자

대북 의류위탁가공 관련, 그 흐름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세계의 옷공장, 북한’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현 YTN 보도국 김승재 선임기자의 두 번째 저서다. 베이징 특파원 시절, 현지 네트웍을 통해 파악한 북한 옷 공장 관련, 놀랄만한 내용들을 이 책에 오롯이 공개했다. 이에 저자 김승재 기자를 만나 책 내용을 토대로 대북 의류위탁가공의 실상과 책을 내게된 배경을 직접 들어 보았다. <편집자주>

책 제목에서부터 끌림이 강했다. 봉제산업 전문지 시각에서 제꺼덕 촉이 발동했다. 의류생산과 관련하여 북중 접경지역의 거래 양상이 늘 궁금하던 차였다. 책의 첫머리는 “CJ가 홈쇼핑에서 북한산 옷을 팔았다” 로 시작된다. 2018년 말 중국의 대북사업가로 부터 전해들은 이 한마디가 이 책의 씨앗이 되었다고 저자는 밝혔다.

2018년이란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2017년 9월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 결의에는 ‘북한산 섬유제품 판매 금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유엔 회원국은 북한산 섬유제품을 사거나 팔아서는 안된다. CJ가 북한산 옷을 판게 사실이라면 한국 대기업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버젓이 위반한 꼴이 된다. 여기서부터 탐사 보도로 길들여진 저자의 네트웍이 작동을 시작한 것. 북한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베이징특파원 시절(2010~2013), 공교롭게도 북한 김정일이 무려 4번이나 방문했다. 그러다보니까 본사(YTN)에서도 북한 관련 소식을 많이 요구했다. 이후 북한 인사들과도 더러 어울리는 등 접촉이 잦아졌다.”

= 북한 접촉과 관련해 장애요소가 없지 않았을 텐데?
“당시가 MB정부 시절이었다. 물론 신고도 철저히 하고, 전문가 자문을 구해가며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접촉했다. 북한 인사를 접촉, 취재하면서 더러 오보도 있었지만 특종도 다수 챙기다보니 북한 정보에 푹 빠져 들게 됐다. 북한 관련 기사에 대한 반향이 한국을 떠나 미국과 일본에도 전해지면서 점점 더 흥미를 갖게 됐다.”

= 북한 접촉 내용들을 책으로 엮게된 계기는?
“베이징특파원 임무가 끝나갈 무렵, 북한 관련 전문가들이 내게 ‘특파원 끝났다고 훌훌 털지 말고 이쪽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한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당신의 유니크한 경험을 살려 반드시 기록을 남겨라’고 부추겼다. 고민 끝에 ‘그래, 맞는 얘기다. 기록을 남기자’라고 결심했다. 본사로 복귀해 경험있는 주변 동료들한테 이런 내용으로 책을 내도 될지에 대해 답을 구했다. 때마침 ‘주간동아’ 기자가 요약 내용을 보더니 흥미롭다며 주간동아에 먼저 기고할 것을 제안해 왔다. ‘주간지에 기고 후 나중에 이를 종합해 한 권으로 묶으면 된다’고 했다. 반응이 꽤 괜찮았다. 그때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북한 관련 글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접하게 되었다. 정세현 전 장관이 당시 원광대 총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정 전 장관은 그에게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의 초빙교수직을 제안했다. 그만큼 김승재 기자의 정보 소스는 북중관계에 해박한 전문가도 인정할 수준이었다. 이는 그가 자신감을 갖고 북한 관련 책을 펴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처음엔 특파원 기간 동안 취재한 내용만 모아 책을 낼려고 했었다. 그렇게 책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인도에서 24살 때의 김정은을 만났다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했고 오랫동안 검증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내정되기 전인 24살 때 인도에 갔었고 인도에서 한국사람이 사진을 찍었고 그때의 대화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인도에 등장한 김정은, 그후의 북한 풍경’으로 정했다. 그렇게 그의 첫 번째 책이 나왔다. 이 책을 준비하며 중국에 있는 취재원들과 수년간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북한산 의류 관련 정보를 자연스레 접하게 됐다. 바로 두 번째 책, ‘세계의 옷공장, 북한’의 틀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의류생산 루트와 관련해 본격 정보 수집에 나서자, 그간 구축해 놓은 중국의 내밀한 소식통들이 그가 필요로 하는 기밀 문건과 정보를 속속 알려주었다.

“더러 중국 공안한테 잡혀 수모를 당하기도 하고 신변 위협도 느꼈지만 발굴해서 취재하는 게 좋았다.”

2004년 전후해서는 여러 한국의 봉제인들이 합법적으로 단둥에 사무소를 두고 평양을 오가며 옷을 만들어오기도 했다. 이후 대북제재조치 강화로 여러 조치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발이 묶이게 된 것이다.

“최근 출간된 ‘세계의 옷공장, 북한’의 핵심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있다. 국내 유명 쇼핑몰에서 북한산 옷을 판다는 얘기는 종종 떠돌았다. 그러나 입증이 안되기에 ‘그런가 보다’하고 흘려 넘겼다. 그러던 차 2018년 말 ‘CJ가 홈쇼핑에서 북한산 옷을 팔았다’는 상당히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하나씩 하나씩 캐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에 관련된 업체(책 내용 중에서 A,B,C,D社로 표현) 관계자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자신들의 목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의 잣대로보면 아무 문제 없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간 대북제재로 달라진 환경때문이다. 관련 봉제기업들도 이를 알기 때문에 내게 내밀한 얘기를 더욱 못하는 것이다. 자칫 자신이나 회사가 다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실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북한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중국 단둥 소재 의류공장에 연락을 해봤다. 뜻밖에도 얘기를 마구 쏟아냈다. 깜짝 놀랐다. 북한에서 옷을 만들어 납품하는 이 사람이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북한에서 태어난 중국인 즉, 화교였다. 가만히 들어보니 돈 문제가 얽혀 있었다. 하청업체가 임가공비를 안주니까 열을 받은 것이다. 어쨌든 돈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기자를 찾았고 기사를 써주길 청했다. 그렇게 시작이 된 것이다.”

저자는 우선 단계별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했다. 이 사람이 자신의 돈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초로 여러 회사를 통해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이때부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사람 만나 설득하고 저 사람 만나 답변을 얻어내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 다행히 첫 단추가 쉽게 풀렸다. 추적과정에서 제보자의 말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처음엔 북한에서 만들어 온 옷이란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던 CJ도 나중엔 말을 바꿔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고 했다.

“나도 큰 기대 안했는데 책을 낼 만큼 이렇게까지 깊게 들어갈 수 있었던 건 내부적으로 불거진 돈 문제가 도화선이 됐다. ‘그래! 너 이거 해결 안하면 대사관 가서 다 불고 기자회견 할 거다’라며 시작된 불만이 단초가 되어 결국엔 은밀한 협업의 꼬리가 밟힌 것이다.”

= 책을 펼치면 작업지시서를 비롯 의류공장에서 쓰이는 각종 서식들도 다수 실려 있다.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내밀한 내용들이라 입수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그렇다. 확보에 오랜시간이 걸렸다. 여기 실린 문건들은 나름 모두 내부 기밀자료라 확보하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다. 당사자들이 선뜻 내어 줄리가 없지 않는가. 진정성을 실은 설득이 필요했다. 탐사 취재시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해 주어야 한다’를 제일 원칙으로 삼는다. 그런 이유로 CJ 외에 책에 등장하는 중소의류업체는 전부 이니셜 처리해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

이처럼 내밀한 자료를 대거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설득이었다. ‘절대로 취재원 노출하지 않고, 당신 이름 밝히지 않고, 허락하는 거 외에 쓰지 않겠다. 당신의 워딩 그대로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서 쓰겠다’고 약속했다. 처음엔 잘 안 믿었다. 뭐 하나 쉽게 꺼내 놓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불같이 화를 내며 나가라 소리치기도 했다. 팩트를 담보할 자료들이 없으면 책을 낼 수가 없기에 굴하지 않고 끈질긴 설득 끝에 자료를 확보하게 되었고 비로소 책을 낼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이시각에도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에 아랑곳없이 북한산 의류와 인력들이 여전히 북중경계선을 넘나들고 있을 것이라 했다.

“뭐랄까, 이런 거 취재하면서 딜레마라고 할까, 북한 노동자에 대해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중국 공장들이 이들을 이용해 임금을 가지고 장난치기도 하고, 성적 괴롭힘을 가하기도 해 안타깝다. 북한노동자들이 일터에서 혹사 당하는 내용의 내가 쓴 기사를 본 중국 정부 관계자가 노동자 인권 유린에 대해 철저히 대응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취재과정에서 느낀 봉제분야는?
“내게 봉제는 생소한 산업이었다. 베이징 특파원을 거치면서 새삼 봉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의식주’에서도 입는 것이 먼저이듯 절대로 사양산업일 수 없다는 걸 느꼈다. 북한 옷공장 관련 취재에 빠져든 이유도 북중 접경지역의 북한 노동자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옷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대북 제재 속에서도 2019년 기준, 북한 봉제노동자를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는 한 해 2조 원이 넘는다고 들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재주는 북한 노동자가 부리고 실리는 중국이 챙겨가는 구조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북한이 봉제분야로 잘 융합되면 어쩌면 세계 어느나라도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 이 책의 전 내용은 2021년 1월호부터 본지를 통해 장기 독점 연재됩니다. ]

세계의 옷 공장, 북한 연재에 즈음하여

봉제 문외한이던 제가 봉제에 관심 가지게 된 것은 북한 취재 때문이었습니다. 중국에 파견된 북한 여성 노동자가 옷을 만드는 현장을 취재하면서 봉제에 대해 알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발간한 두 권의 북한 관련 서적에는 모두 북한 봉제 노동자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저서 ‘세계의 옷 공장, 북한’은 북한 봉제 노동자가 어떤 옷을 만드는지 본격적으로 다뤘습니다. 저는 기자로서 최대한 팩트를 추적해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월간 봉제기술’에서 제 두 번째 책 내용을 연재해주신다니 감사드립니다. 제 책 내용 가운데 의견이 있으시면 이메일(phantom386@daum.net)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답변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엄혹한 코로나19 상황에서 부디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