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 상상을 현실로, 의류용 디지털프린터를 주목하라

지난해 5월 영국 런던 시내의 프리메이슨 홀에서는 여성복, 남성복, 스트리트웨어, 홈데코 분야의 패션쇼가 3일간 열렸다.
텔아비브, LA에서 이어 열린 ‘코닛 런던 패션위크’다. 행사의 이름만 보고 코닛이 런던패션위크를 스폰서하는 행사로 짐작했었다. 정작 행사장에 가보니 코닛이 주최하는 행사였다.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받아 코닛의 ‘의류용 디지털 프린터’와 ‘원단용 디지털 프린트’로 인쇄한 작품들을 무대 위에 올렸다. 날염업자에게 기계를 판매하는 회사가 패션쇼를 주최자가 된 것이다. 충격이었다.
코닛은 자사의 프린터로 런 어웨이 무대에 올릴 정도의 수준 있는 퀄리티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과 물을 사용하지 않는 프린팅 기술로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패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패션업계에 전했다.
코닛(Kornit)의 프린팅 기술과 제품 특성을 소개한 본고는, 코닛 한국대리점인 메이비원(주) 황상윤 대표에게 묻고 설명을 듣는 형식으로 구성했음을 밝힌다.

 

Q. ‘코닛’을 간단히 소개하면? 또 코닛은 최근 ‘베스트 퀄리티’라는  표현 대신 ‘패션 퀄리티’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떤 배경인가?

코닛이 디지털 프린트를 개발하여 판매한 것이 20년이 넘었다. 코닛은 텍스타일용 디지털 프린트만 개발하여 판매하는 가장 크고 오래된 회사이며 나스닥에도 상장되어 있다. 그간 코닛의 주요 고객은 중저가 티셔츠 생산 업체였다. 그래서 발색이 좋고 견뢰도가 보장된 제품을 빨리 생산하는 프린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것이 ‘베스트 퀄리티’였다.

코닛은 지난 2022에 잉크를 쌓아 인쇄하는  3D 프린팅 기술이 적용된 ‘아틀라스 맥스’라는 기종을 시장에 내놓았다. 원단에 3D로 잉크를 프린팅 하면 마치 자수를 놓은 것과 같은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자수 스티치와 같은 느낌으로 그래픽을 하여 프린트하면 시각적으로는 물론 만졌을 때도 자수로 착각할 정도로 섬세하게 프린트를 한다. 원단에 실로 자수를 놓으면 윗실과 밑실의 당김 현상으로 원단이 우는 파커링 현상이 나타나고 두꺼운 원단이 아니면 원단 뒷면에 부직포를 덧대어 자수를 놓게 되어 느껴지는 이물감이 코닛의 3D프린팅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이 원단에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티셔츠에 프린팅을 한 후 여기에 자수를 놓는 아트웍을 통해 고급감을 더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재단물이 봉제공장에서 날염집으로, 날염집에서 다시 자수집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코닛 ‘아트라스 맥스’로 프린트하면 한 번에 이러한 작업을 이동없이 한 곳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아틀라스 맥스’는 단순한 그래픽을 찍는 프린터가 아니라 아트웍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프린터이다. ‘패션 퀄리티’를 표현하는 프린터가 된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 설치된 ‘아틀라스 맥스’는 ‘시스템 옴므’ ‘마인’ ‘아더에러’ ‘준지’ ‘엠유 스포츠’ ‘뮤지엄비지터’ 같은 고가 브랜드와 작업을 하고 있다. 브랜드와 작업을 한다고 표현한 것은 단순한 하청 개념이 아니라 패션 브랜드와 디자인 개발 단계에서 부터 대등한 관계에서 커뮤니케이션하며 일을 한다는 개념이다.

 

Q. 코닛의 기술은?

코닛은 원단에 전처리를 한 후 전처리액이 마르지 않은 젖은 상태에서 잉크를 뿌려 인쇄한다. 이 기술 덕분에 별도의 전처리 공정없이 전처리와 인쇄 공정을 통합한 코닛만의 특별한 기술이 탄생했다. 프린트 내부에서 팩세이션(Fixtaion)이라는 전처리 용액을 원단에 분사하고 여기 위에 바로 잉크를 분사하며 인쇄를 한다.

프린트가 된 티셔츠나 원단 만을 접한 분들은 디지털 프린트에 티셔츠나 원단을 넣고 스위치만 누르면 인쇄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티셔츠나 원단에 그냥 잉크를 분사하면 안료가 원단에 제대로 부착되지 않아 인쇄가 되지 않거나 인쇄가 되더라도 잘 떨어진다. 마찰이나 세탁 견뢰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프린트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티셔츠나 원단에 약품으로 전처리(pre-treatment)를 하고 이를 자연 건조 또는 열 프레스로 눌러 건조를 시키는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인쇄를 위한 원단이 준비되면 프린트에 원단을 넣고 인쇄하게 된다. 그런데 원단에 뿌려진 전처리 액의 상태나 전처리액이 고르게 도포되지 않았거나 건조상태 정도에 따라서도 인쇄 품질이 달라진다. 똑 같은 파일을 같은 프린터로 프린팅했는 데도 전처리 상태에 따라 프린트물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코닛은 별도의 전처리 공정을 거치지 않고 프린터 헤드가 잉크를 뿌리기 직전에 픽세이션이라을 먼저 분사한다. 원단이 이 액체에 젖은 상태였을 때 프린트 헤드가 잉크를 분사한다. 바로 코닛이 가진 웻온웻(Wet on wet) 프린팅 특허기술이다. 이 기술 덕분에 프린팅 소재에 약품을 바르는 공정(전처리)을 별도로 하지 않는다. 인건비와 시간 절약은 물론 예측 가능한 균일한 프린팅 품질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안료가 섬유 위에 머무르지 않고 섬유 사이로 들어가 부착되어 여타 안료 잉크를 사용하는 프린트에 비해 소재와 잉크의 이질감이 적게 느껴지게 된다. 특히 섬유표면을 덮어 막아 버리는 라바 잉크나 필름 전사는 공기가 통하지 않지만 코닛의 프린트물은 통기성이 있어 땀이 차지 않는다. 안료가 섬유 사이 사이에 달라붙어 있어 신축성이 있는 원단을 당겨도 잉크가 떨어지거나 부서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코닛 디지털 프린터와 여타 디지털 프린터 또는 아날로그 프린팅으로 작업한 작업물을 각각 놓고 봤을 때는 품질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같이 놓고 보면 한쪽은 부드러운데 다른 한쪽은 뻣뻣하고, 한 쪽은 바람이 통하는 데 다른 한 쪽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 퀄리티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디자이너는 물론 소비자들도 코닛으로 인쇄한 제품과 여타 디지털 또는 아날로그 장비로 프린트한 옷의 퀄리티를 다르게 느끼는 시점이 곧 오게 될 것이다. 마치 쓴 맛 하나 뿐 인줄 알았던 커피 맛을 요즘은 신맛과 단맛을 알게 되고 더욱 세밀하게 느끼기 시작한 것 처럼.

코닛의 또 다른 기술은 바인딩 기술이다.  면은 물론 나일론, 폴리에스터에도 인쇄가 되는 것은 물론 견뢰도가 높다. 원단에 잉크가 떨어지지 않게 딱 붙이는 바인딩 기술이 뛰어난 것이다.

’아발란체 폴리 프로’라는 기종은 폴리에스터 원단을 프린팅하기에 최적화된 기종이다. ‘아발란체 폴리프로’로 인쇄하면 폴리에스터로 만든 운동복에 인쇄한 후  안료가 옆으로 이동하여 서로 섞이는 이염(마이그레이션)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일반적인 날염으로는 잉크 마이그레이션 현상을 막을 수 없어 축구 선수들이나 야구 선수들이 입는 운동복의 백넘버를 천이나 필름을 잘라 붙이고, 자수 앰블럼을 별도로 만들어 가슴에 붙일 수밖에 없었다. 코닛의 폴리에스터 인쇄 기술이 적용된 프린터로 인쇄하면 시간이 지나도 이염 현상으로 옷이 지저분해지는 해프닝이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물론 흰색 폴리에스터 운동복에는 염료를 기체로 바꿔 고착시키는 승화전사로 로고나 번호를 프린팅할 수 있지만 색깔이 있는 운동복에는 승화전사를 할 수 없다. 글자의 외곽선(Vator)이 말끔하지 않고 우둘투둘하게 인쇄되는 것도 승화전사의 한계이다.

’아틀라스 맥스’는 PU나 가죽과 같은 소재에도 인쇄가 잘 되며 동전으로 긁어도 프린팅한 그림이 떨어지지 않고 알콜을 묻혀 닦아도 인쇄가 지워지지 않는다.

 

Q. 패션퀄리티를 가능하게 한  적층기술에 대해…

아틀라스 맥스 기종에는 적층을 형성하기 위해 안료잉크 외에 큐픽스(Q-fix)와  인텐시파이어(intensifier)라는 두 가지 재료를 추가되었다. 원단에 색상 잉크를 뿌리는 전후에 큐픽스와 인텐시파이어를 뿌리게 된다.

큐픽스는 잉크를 패브릭에 빠르게 접착시키는 점착액이다.  큐픽스를 원단에 뿌린 후 인쇄를 하면 잉크가 원단에 더 강하게 접착될 뿐아니라 원단 표면을 균일하게 해 색상의 발색이 향상된다. 또 인쇄 후에 인쇄표면이 오렌지 껍질처럼 오돌토돌하게 되는 현상을 줄여주고 전처리액으로 인한 얼룩도 일정부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특히 접착력이 향상되어 이전 세대의 프린트보다 더 다양한 원단에 인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PU나 가죽에도 인쇄가 되는 것은 바로 큐픽스의 공로이다.

아틀라스 맥스에는 잉크헤드가 꼽혀 있는 2개의 브리지가 있다.  큐픽스는 화이트 잉크를 꼽는 브리지와 컬러 잉크를 꼽는 브리지 모두에 설치 되어 있다.  화이트를 뿌리지 않는 흰색 티셔츠나 화이트 색상 위에  컬러를 인쇄하는 유색 티셔츠 프린팅에 모두 큐픽스를 분사하기 위해서이다.

인텐시파이어(Intensifier)는 잉크와 잉크 사이의 접착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추가된 재료이다.  화이트 잉크 위에 인텐시파이어를 뿌리고 다시 화이트 잉크를 인쇄한 후 컬러 잉크를 뿌린다. 화이트 잉크를 겹쳐 쌓아 3D 효과를 만든다. 인텐시파이어는 잉크와 잉크를 접착시키는 모르타르 역할을 한다. 인텐시파이어는 세탁 견뢰도와 마찰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텐시파이어는 화이트 잉크가 꼽여 있는 브리지에 화이트 잉크와 화이트 잉크 헤드 사이에 헤드가 설치되어 있다.

‘큐픽스’와 ‘인텐시파이어’라는 새로운 재료가 3D인쇄를 가능하게 했고 색상 표현과 견뢰도를 더 높일 수 있게 했다.

 

Q. 10억 넘는 고가 장비인데 투자효율이 있을까?

티셔츠 한 장 프린트 하는 데 3천~4천원을 받아온 디지털프린팅 업체나 아날로그 프린팅 업체를 운영해온 분들의 경험과 상식으로는 ‘아틀라스 맥스’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코닛 ‘아틀라스 맥스’는 기존의 주문을 대체하여 찍는 기계가 아니라 새로운 마켓을 타깃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아틀라스 맥스’가 디자인하고 프린팅한 ‘패션 퀄리티’를 표현하는 작업물은 이제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아틀라스 맥스’를 국내 처음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리더스인디스터(대표: 최종만)는 날염 생산에 처음 뛰어든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스템 옴므’ ‘마인’ ‘아더에러’ ‘준지’ ‘엠유 스포츠’ ‘뮤지엄비지터’ 같은 고가 브랜드의 샘플 의뢰가 줄을 이었다. 프린팅의 효과가 독특하고 어디에서도 표현할 수 없는 퀄리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생산업체 선택과 변경에 있어서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패션기업들에게서는 이례적으로 올 들어서는 본생산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 본’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게 본생산을 맡긴 것이다.  일부 품목의 경우는 벌써 리오더가 들어온 제품도 있다. 본 생산된 제품들이 매장에 걸리고 판매가 본격화되면 경쟁 브랜드들의 몸이 달 것으로 전망된다. ‘리더스인디스터’의 생산 캐퍼로는 당분간은 생산을 늘일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새로운 시장이 자라날 것이다.  브랜드의 규모가 작아지고  생산시점 기획, 소량생산, 반응 생산 경향이 증가되면서 패션기업들의 국내 생산은 증가할 것이다. 여기에 ESG경영과 소비자들의 친환경 소비경향은 코닛의 맥스 기술이 적용된 프린팅 시장의 규모를 급격하게 키워 나갈 것이다.

 

Q. ‘메이비원’은 어떤 회사인가?

코닛의 한국 대리점이다. 아주 짧게 날염 비즈니스의 경험도 있다. ‘패션인사이트’라는 패션전문지를 20여년 간 발행하며 섬유, 패션업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가지고 패션기업과 패션전문가들과 깊고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리더스인디스터’가 고가 브랜드들의 진입 장벽을 쉽게 열게 된 것에는 ‘메이비원’이 일정 정도 도움이 되었다.

‘포토몬’이라는 맞춤 사진, 맞춤 인쇄 비즈니스를 20년간 영위하면서 인쇄와 컬러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도 갖고 있다. 서울 마곡에 세계적인 수준의 디지털 인쇄 및 가공을 원스톱으로 하는 디지털 맞춤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틀라스 맥스>는 보거나 만졌을 때 자수와 같은 느낌으로 프린트한다. 원단 뒷면에 부직포를 덧대지 않고 실의 장력이 없어 파커링이 없다.

XDI디지타이저라는 툴로 2D의 평면적인 디자인을 3D의 입체적 효과로 바꾼다.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모양의 패턴을 제공한다.

오리지널 디자인(왼편)을 3D로 변환하면 독특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