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은 문명을 이루고 삶의 편리를 도모하는 데 있어 좋은 일이겠으나 빠른 기술의 발전을 인간이 따라가지 못하고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함의를 채 이해하지도 못한 채 결과와 맞닥뜨리는 일이 벌어짐도 사실이다.
IT 기술은 그중에서도 속도가 빠른 편에 속한다. 그 혜택만큼이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프라이버시 침해, 해킹, 엉터리 뉴스나 악성 루머 살포 등 IT를 이용한 부정적 사고들은 끊이지 않는다.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이러한 부작용들을 해결하는 건 큰 리더쉽의 몫이겠고, 여기서는 개인 수준에서 익혀두어야 할 사항들 중 특히 보안에 관련된 몇 가지를 살펴보자.
개인에게 가장 자주 요구되지만 취약한 보안이라면 비밀번호 관리를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운 단순한 비밀번호를 선호한다. 또한, 모든 사이트에서 하나의 비밀번호만 사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는 해킹에 취약하고, 한 사이트에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한 모든 사이트로 위험이 전파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한편, 컴퓨터 근처에 비밀번호를 적은 노트를 붙여놓는 사람도 많다. 비밀번호를 쓰는 목적에 배치되는 나쁜 습관이다. 번거롭더라도 사이트마다 다른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되도록 긴 글자수의 복잡한 비밀번호를 쓰는 것이 좋다. 노트에 적어놓는 대신 1Password, KeePass, Lastpass 같은 비밀번호 전문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권장한다.
프라이버시와 관련해서는 역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가장 주의해야 할 대상이다. 일반적인 프라이버시 개념 대비, 온라인상의 개인정보 프라이버시에서 제일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통제권이다. 특정한 개인의 정보를 공유하는 범위와 정도를 그 소유주가 제어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통제권이 강조되는 이유는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인의 노출 사진이 공개되었다고 할 때, 다섯 살 어린이, 십 대 청소년, 사십 대 직장인, 칠십 대 노인, 남성과 여성, 한국인과 미국인이 느끼는 문제의 심각도는 모두 다를 것이다. 어떤 문화에서는 별것 아니게 여겨지는 사실이 다른 문화에서는 매우 민감하거나 수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혹은 같은 문화, 같은 연령대라 해도 개인에 따라 똑같은 정보 노출이 아무렇지 않을 수도, 매우 큰 문제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상대성 때문에 프라이버시의 범위를 딱히 규정지어 말하기는 어렵고 그래서 소유주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만 공개할 수 있는 통제권이 있는가로 프라이버시 침해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라면 내가 올리는 글이나 사진이 친구에게만 보이는지, 친구의 친구에게도 보이는지,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에도 걸리는지, 남들이 자유로이 공유할 수 있는지, 내가 원한다면 쉽게 삭제할 수 있는지, 삭제한다면 인터넷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인지 등에 대한 이해력을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공과 사의 구분도 대단히 중요하다. 문화적 이유인지 몰라도 한국 사회에서의 공과 사의 구분은 아직도 매우 낮은 편이다. 국가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의 명함에 이메일 주소가 네이버나 지메일 등으로 되어 있는 일이 드물지 않은데 외국에 가서 이런 명함을 건네면 프로페셔널하지 않음은 물론, 신원 자체를 못 믿는 일이 바로 벌어진다. 외부 서비스를 쓰는 것은 신뢰의 문제와 더불어 보안성도 해친다. 아무리 널리 쓰이는 서비스라 해도 개인이 아닌 공적인 일에 사기업의 서비스를 쓰는 일은 극히 주의해야 한다. 한편, 유저명의 경우도 공사를 분리해 쓰는 것이 좋겠다. 사생활과 업무가 연결되는 것은 어느 쪽 방향에서 보아도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휴대폰에 앱을 설치할 때엔 반드시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와 같이 믿을 수 있는 경로를 통해야 한다. 필요 없는 앱은 깔지 않는 게 좋겠고, 무료 앱을 깐다면 무료에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대가로 어떤 것을 지불하는가를 살핀 후에 사용해야 한다. 카페나 거리에 흔한 와이파이 핫스팟 역시 조심해야 한다. 제공자가 확인되지 않는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제공자가 마음만 먹으면 트래픽을 하이잭킹해서 정보를 빼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믿을 수 있는 핫스팟만 접속하고 업무 등의 중요한 일을 처리한다면 VPN을 이용해 트래픽을 암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가정이나 회사에서 사용하는 와이파이 라우터의 관리 역시 중요하다.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접속해 네트워크 내의 정보를 탈취하거나 파괴할 수 있고 다른 서버를 노리는 해킹 공격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리자 암호는 반드시 걸어주어야 하고 와이파이 보안과 인증 방식도 높은 수준의 것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IT 기술로 생활이 편리해진 만큼, 우리는 즉각적이고 파괴적인 위험에도 노출되고 있다. 혜택과 위험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사용 목적을 파악해,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발행인 | 심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