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기업’ 모시기 열풍, 아직은 시기상조?

전국 지자체들이 국내로 복귀하는 ‘유턴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공략을 꺼내 들었다. 최근 해외진출 초기보다 현지 생산여건의 어려움으로 인해 국내로 복귀하려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남도는 이러한 유턴기업을 선제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경남코트라지원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맞춤형 공장부지 공급, 해외법인 청산ㆍ양도 지원에 나섰다.

인천광역시 또한 유턴기업의 본사 이전과 투자 유치 시 각종 세제 지원 혜택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유턴기업지원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그 성과가 미미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해외진출기업이 국내 복귀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외사업장을 청산ㆍ양도 또는 축소해야만 하는 등의 유턴기업 요건이 많고 복잡하다.

지금까지 이를 충족하여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39개사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투자ㆍ고용보조금을 지원 받는 유턴기업은 16개사(167억 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기본 충족 요건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모두 국내 복귀기업으로 인정받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KOTRA에 따로 선정 신청을 접수해 수십 장의 서류를 제출하고 유턴기업으로 선정되어야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본지는 국내 복귀기업 중 봉제업종의 유턴기업을 파악하기 위해 ‘KOTRA 유턴기업 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쟁업체에 정보 누출 우려로 인해 기업정보는 동의를 얻어야만 공개할 수 있다며 유턴 봉제기업 수와 상호는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한편 지난 2013년 강원도청은 국내 복귀 후보 기업들과 투자 미팅을 갖고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제도와 인근산업단지 조성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이에 중국 청도에 위치한 니트봉제업체 ‘(주)춘성기업(대표: 김건오)이 봉명산업단지(現 동춘천일반산업단지)에 이전하기로 하고 강원도청과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4년이 된 시점에서 춘성기업의 이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강원도청 투자유치과에 문의했다.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춘성기업의 이전은 업체 자체의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국내복귀가 불발되었다”며 “현재 인근산업단지에 입주한 유턴기업은 없다”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라북도 익산 제3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의류 금속부자재 유턴기업 (주)패션체인은 지난해 4월 경매에 들어갔다. 중국에 진출했다가 5년간 지속된 정부와 지자체의 설득으로 다시 국내에 복귀했으나 3년도 되지 않아 최종 부도 처리되어 보조금 환수조치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업체의 경우 부지 매입을 포함해 50억 원을 투자했지만 생산라인의 30%만 가동해오면서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매달 5,000만 원씩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유턴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정부 지원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유턴기업지원법에는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시점이 사업자 등록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이 시점을 영업이익이 발생한 시점부터 적용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국내에 복귀하고 공장을 정상 가동하려면 3~4년이 걸리는데 생산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인세 감면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턴기업은 국내에서의 설비 및 운영자금도 필요하고 현지 청산비용도 많이 듭니다. 청산비용에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직접적인 지원 대책도 필요한 실정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유턴기업 3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지난 3월 8일 내놓은 ‘한국 제조업 해외직접투자의 특징 분석 및 유턴 촉진방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유턴 지원제도와 인센티브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에 달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정부는 각종 개정안을 통해 입지 투자액과 설비 투자액에 대한 보조금, 국내 사업장에서 추가 고용하는 근로자 1인당 고용보조금, 완전 복귀기업과 부분 복귀기업의 관세 감면 한도를 늘리고 관세 감면대상도 확대하는 등 지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상황이나 지원 정책의 현실을 생각하면 유턴기업의 미래는 보장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유턴기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조건 완화 및 절차 간소화 등의 정책 전환을 적극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각 지자체의 유턴기업 권유 과정에서 인센티브 등의 지원 정책이 과장 없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張喜雄 記者] chang@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