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대기업 브랜드의 숙녀 캐주얼 의류를 생산하는 프로모션 업체 A사는 최근 공장 이전을 진행 중이다. 프로모션사를 운영하면서 자체적으로 서울 금천구에 50명 규모의 공장을 가지고 생산을 진행하던 차에 최근 급히 베트남으로 이전을 단행 중이다. 국내 생산을 고집하면서 국내 공장에도 적잖게 투자를 지속해오던 동사가 결국 이전을 결심하게 된 배경은 역시 거래하던 대기업 브랜드에서 베트남 생산을 권유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프로모션의 이전을 두고 업계에서는 고가 의류 역시 국내 생산에 한계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닌가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유명 고가 의류들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해외 생산보다 국내 생산을 선호했으나 최근에는 이런 경향도 많이 쇠퇴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문제는 어렵사리 국내 협력업체를 통해 생산을 계속해 왔던 역량 있는 프로모션사들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됨으로써 국내 봉제산업의 토대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 프로모션사들의 해외 생산 이전은 이 업체와 거래하던 많은 부속 가공 업체를 포함 소규모 임가공 업체들의 일거리를 잃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명품을 지향하는 대기업 유명 브랜드 셔츠를 생산하는 금천구 독산동의 임가공 업체 T사는 최근 거래하던 프로모션업체가 베트남으로 대부분의 물량을 가지고 나가는 바람에 오더가 뚝 끊겨 버렸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기업 브랜드 제품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당장 공장 문을 닫아야 할지를 걱정할 지경이 되었다. 다운작업 부속업체인 B사도 요즘 유명 브랜드 작업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하소연한다. 다운백 작업이 전문인 동사는 유명 브랜드 의류 작업은 해가 갈수록 수량이 줄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고가 장비를 갖추고 비교적 고급 오더를 많이 했던 터라 명품을 추구한다는 유명 브랜드 오더가 그나마 많은 편이었는데 지난 시즌에는 급격히 줄었습니다. 그나마 지난해 개성공단이 중단되면서 그곳에서 일부 작업하던 오더가 유입되기도 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해외로 모두 뺀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어 걱정이 많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워낙 저가로 생산해 많은 이윤을 챙기던 업체들이 국내에서 다시 생산을 재개하려했지만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었던 것입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던 고급 의류 브랜드 중에서 국내 생산으로 회귀한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국내 생산을 위해 여러 경로를 파악하다가 도저히 단가를 맞출 수 없어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에 국내 봉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해외로 가지 않고 국내 생산을 고집하던 명망 있는 프로모션사들의 해외 이전 가속화는 국내 봉제산업에 그 어떤 것보다 치명상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나마 명품을 지향하는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공장들은 어느 정도 기술력이나 품질을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공장들이었기 때문이다. 실력을 갖춘 소규모 공장들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생존 기반을 빼앗아가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국내 봉제의 명맥을 끊을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의류업계는 그동안 아웃도어, 레저 의류가 이끌었던 시장 성장세가 꺾이면서 마이너스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고통도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생산비만 줄이려는 대기업들의 꼼수가 말단 봉제업체들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李相澈 局長] lee@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