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를 생산하는 동남아 지역의 봉제업체 A사는 이제 막 가동을 시작한 신생공장이다. 최대 500명 규모로 공장을 늘릴 예정인데 현재 100여명 정도 밖에 인원이 모집되지 않았다. 공장 정문에 인력채용 모집 공고를 붙여놓고 지원자를 뽑기 위해 면접을 보는 일이 최근 주된 일과다. 동사의 인력 채용 담당자는 그동안 해외공장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기준으로 인력을 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름대로 정한 선발 요건 중 가장 중요시하는 대목은 노사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인물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인물을 걸러내기 위해 고학력 여부 등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지만 대부분은 자의적인 잣대가 많았다. 그 다음 주요 채용 기준이 봉제 경험 유무인데 큰 문제가 없으면 곧바로 채용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이뤄지는 채용 과정은 정확한 신분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거나 기술 습득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민등록 제도가 미비해 정확한 출생년도를 파악해 미성년자 여부를 가리는 것도 쉽지 않다.
대부분 통역을 통해 구두 상으로 확인하고 채용 절차를 마무리한다. 이런 절차로 인력을 채용하면 정확한 학력이나 출생년도, 봉제 경험 여부를 알 수 없어 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적합한 인물인지도 파악하기 힘들다. 또한 일사천리로 진행된 채용과정에서 상당수의 인력들이 공장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하거나 다른 공장으로 이직하는 비율이 높다. 심지어는 면접 과정에서 임신 여부 등도 파악하지 못해 직무를 부여했을 때 차질을 빚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출생년도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 추후 바이어들의 공장 오딧 과정에서 미성년자 채용이나 노동법 준수 여부에 문제가 발생되어 오더 취소 등의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
최근 바이어들은 아동노동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15세 이하 고용은 되도록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근무하고 있는 경우라도 추후 이 사실을 인지하였을 경우에도 고용주가 적절히 대응 조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니트류를 생산하는 B사는 인력 채용을 수시로 하는 편이다. 동사는 결근과 인력 변동이 잦아 공장 내 필요한 인력의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수시 면접으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매일 지원을 희망하는 이들이 공장 정문 앞에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면 그날 바로 면접보고 당일로 채용하기도 한다. 동사 관계자는 인력 채용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정확한 매뉴얼이 확보되지 않다보니 사실 그 때 그 때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이 결국 인력에 대한 파악 미비로 나중에 막상 일을 시켜놓고 보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손실도 많은 편이라고 이야기한다. 채용과정에서 봉제업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이가 실제로는 재봉기 바늘이나 밑실 교환도 할 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 경력자가 필요한 공장으로서는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바이어들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채용 과정에 정확한 매뉴얼이나 사규를 정해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 현장 내 손이 달린다고 앞뒤 재보지 않고 뽑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인력 채용이 확정되었다면 기본적으로 근로계약서 작성도 챙겨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이야기한다. 피고용인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노동계약서 작성을 고용의 첫 단계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신규 노동자 고용시 출생증명서와 신분증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의료인을 통해 나이를 증명 받도록 해야 한다. 이는 허가 연령 미만의 노동자을 채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신규 채용된 직원들도 외부 의료인을 통해 나이 증명을 받도록 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대부분 인건비가 낮은 나라에서 채용 과정이 허술해지기 쉽다. 임금이 낮다고 대충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꼼꼼히 채용 절차를 마련하고 그 과정을 밟는 것이 필요하다.
[李相澈 局長] lee@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