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작업환경 개선’, 빠른 처방은 없나?

봉제업은 서울의 4대 도심형 제조업으로 전국 15만 명 봉제 근로자 중 9만 명이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중 서울시내 봉제 근로자 10명 중 6명은 중ㆍ고령의 여성이다. 20~40년씩 근무해온 이들은 근골격계 질환과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고 있지만 치료에만 전념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는 빠듯한 작업시간으로 인해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인데, 특히 장기간 근무한 봉제 근로자들에게서 기관지염이나 허리통, 근육통 등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5년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봉제산업 집적지 종로구, 성북구, 중랑구, 중구, 동대문구를 대상으로 ‘봉제산업 근로자 건강안전 실태’를 조사한 결과 봉제 근로자의 71%가 여성으로, 이중 40~50대가 59%를 차지했다.

조사에 따르면 봉제 근로자가 경험하는 건강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근골격계 질환’과 ‘호흡기 질환’으로, 전체 응답자의 56.2%가 ‘환기 문제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대답했다. 지난 5월 초 기자가 찾은 중구 신당동 일대와 종로구 창신동ㆍ숭인동 일대 봉제업체 대부분은 10평에서 20평 사이의 소규모 영세 사업장으로 3~4명의 봉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한 봉제업체 근로자는 먼지로 인해 목이 답답하고 기침이 자주 나오는 편이지만 현재 열악한 작업환경에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한다.

“봉제현장 특성상 먼지가 많다보니 마른기침이나 비염 등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지하 작업장의 경우 창문이 없거나 환풍시설이 부족해 더욱 심각합니다. 작업과정에서 먼지가 발생하는 것을 알지만 사업주도 똑같이 일을 하고 있고 늘 하던 일이라 그냥 참고 하는 편이에요.” 이들 지역 봉제업체에서 장기간 일하고 있는 40~50대 봉제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대부분 허리, 어깨, 팔 등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어깨 석회성건염’, ‘허리 디스크’와 ‘기관지 확장증’ 진단을 받은 근로자도 있었다. 근골격계 질환은 장시간 반복적인 작업을 지속해 발생하는 육체적 질환으로 봉제업체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은 평균 11시간 많게는 15시간에 육박한다.

이러다보니 휴식부족으로 허리와 목이 잘 펴지지 않거나 신발이 작아서 안 들어 갈 정도로 발이 붓기도 한다. 시간이 아까워 빨리 끝내야 하는 생각 때문에 화장실도 참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지역 봉제 근로자의 방광염 진단율은 21.2%로 일반 근로자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막상 건강에 이상이 와도 제때 치료를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봉제업체 근로자는 40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보통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일이 많을 때는 밤 10시까지 일합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작업대 앞에만 앉아 있는 셈이지요.

작업장에서 밥을 먹고 바로 일하니까 소화도 되지 않을 뿐더러 허리나 어깨, 목 등에 만성적인 통증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 11시간 넘게 등받이도 없고 딱딱한 봉제의자에 앉아 일하다가 점심식사도 먼지와 함께 공장에서 하는 경우가 56%인 것으로 나타났다. 봉제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허리 통증은 물론 어깨, 목, 팔 등의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지난 2010년부터 영세 소규모 봉제업체 내의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 자치구에서도 지난해부터 ‘봉제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교실’을 개최하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지역 수많은 봉제업체와 근로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은 아직도 미미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도심형 제조업인 봉제산업의 뿌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내 봉제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의료적 지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은 물론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한 보다 폭 넓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게 봉제업계의 바람이다.
[張喜雄 記者] chang@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