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복 전문업체인 오렌지캠프(대표: 전수훈)는 자체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2006년 회사 설립 후 꾸준히 성장해온 동사는 자체브랜드 요가복을 보유한 것은 물론 래시가드, 레깅스 등도 높은 퀄리티와 생산성을 자랑하고 있다. 미래 봉제를 위해 늘 고민한다는 전수훈 대표(44세)를 만나 요즘 젊은 봉제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공장 설립은 언제 했고 전문 생산 품목은 무엇입니까?
2000년도에 봉제업계에 들어와 직장 생활을 한 후 2006년도에 제 공장을 설립해 독립했습니다. 전문 품목은 오드람프 재봉기를 기반으로 한 래시가드, 요가복입니다. 오바록을 기반으로 하는 일반 니트 작업은 하지 않습니다. 2009년부터 요가복을 시작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오픈마켓에서 요가복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요가복은 생소한 아이템이었습니다. 당시 해외에서 수입된 제품 중 일부에서 오드람프 방식으로 작업한 것이 있었고 원단이 얇게 겹쳐지기 때문에 착용감이 좋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타 업체들이 오드람프 도입을 엄두도 내지 못할 때 과감히 선제적 투자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오드람프 작업을 하는 공장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 후 약 3년 정도 이 작업이 호황이었고 저희는 먼저 투자한 덕분에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오드람프 재봉기가 지금은 많이 저렴해졌지만 그 때 당시에는 대당 8백만 원가량 하는 고가 장비였습니다. 주변에서 절대 기계 값 못 뽑는다며 만류했는데 결과적으로 기계 값 정도가 아니라 회사 성장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많은 아이템 중에서 왜 요가복을 선택하게 되었는지요?
제가 항상 생각하는 것이 ‘갑질’은 하지 않으면서 ‘을’이 되지 않는 길을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제 주변에는 저보다 연배가 높은 봉제인들이 많이 계십니다. 대부분 50~60대 분들인데 가깝게 지켜본 결과 이분들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하는 일도 똑같고 만드는 아이템도 똑같습니다. 항상 같은 작업만 하는데 문제는 똑같은 작업을 하는 공장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이분들은 반드시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분들이 ‘갑’이 되기 위해서는 퀄리티가 월등히 높던지 아니면 납품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춰야하는데 둘 다 거의 불가능합니다. 결국 을이 되어서 힘든 일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분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봉제하는 내가 을이 되지 말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얻은 결론이 남이 안하는 것, 경쟁이 치열하지 않는 블루오션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처음에는 임부복이었습니다. 2006년 회사를 설립하고 처음 시작한 아이템이었는데 당시에는 임부복 하는 공장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임부복 사다가 뜯어보고 해외 제품들도 분해해 패턴 연구하면서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한 두해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차츰 임부복 생산 공장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임부복도 레드오션 분야가 되었습니다. 다른 아이템을 찾아야겠다는 절실함에서 눈에 띈 것이 요가복이었습니다. 2008년 무렵부터 요가복에 뛰어들었는데 환경 파괴로 대기 오염이 심해지고 자외선이나 오존 농도가 올라가면서 실내 스포츠가 각광 받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했습니다. 요가복 전문업체로 변신하고 난 후 얼마간은 유명 요가복 전문업체에 납품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넷으로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납품은 중단하고 자체 브랜드만 생산하고 있습니다.

봉제하면서 판매까지 신경 써야 하는데 전혀 다른 업무인데 버겁지는 않는지요?
그리고 최근 요가복 시장 및 매출 동향은 어떤지? 요가복 판매는 오픈마켓과 폐쇄몰, 그리고 종합몰 등의 온라인으로 판매되는데 이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겨 두고 저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봉제 생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판매 분야도 중요한 결정은 제가 하지만 마케팅이나 웹상에 이뤄지는 대부분 업무는 직원들이 맡고 있습니다. 저희 공장 외에 물류센터가 따로 있어 그곳에서 마케팅, 웹디자인, 고객서비스 등 판매에 관련된 대부분의 업무가 진행됩니다. 재작년에는 매출실적이 비교적 좋았는데 지난해에는 요가복 업체들이 많이 생겨나 실적이 감소했습니다. 올해는 다시 업체들 일부가 정리되면서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외주로 생산하면 이익이 더 날 수도 있는데 왜 자체 자체 생산을 고집하는지요?
자체 공장 없애고 외주 생산하면 당장의 이익은 늘어 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10여년 저와 함께 해온 직원들은 다른 공장에 가면 현재 우리 공장 수준의 대우를 못 받을 것이 뻔합니다. 그리고 우리 물량을 생산하는 외주 공장들을 합하면 약 80명 정도가 저희 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자체 생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 유리하겠다는 판단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정부는 앞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열겠다고 합니다. 최근 발표된 최저임금을 봉제업계에 적용하면 한 달에 약 185만 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소위 시다가 받는 임금이 185만원입니다. 봉제업계는 대개 9시간 근무하기 때문에 이 금액이 나온 것이고 8시간 기준하면 151만 원 정도가 됩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합법적으로 공장 운영해서는 살아남을 봉제공장이 별로 없습니다. 불법으로 운영하든지 아니면 문을 닫아야 합니다. 아마도 앞으로 수년 사이에 문을 닫는 봉제공장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봉제기반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본처럼 소규모화 되고 고품질, 고급 제품 위주의 생산으로 재편될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지금은 대세가 한 가지 품목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친화 위주로 프라이빗하고 커스텀화된 다품종 소량생산이 대세입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소량 오더를 받는다 해도 최소 단위가 300~500장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수십장 단위의 생산은 불가합니다. 결국 살아남은 공장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살아남더라도 기술 개발 노력을 게을리 않고 수준 높은 퀄리티를 가진 공장이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공장들이 많이 줄어들고 자체 생산 기반이 없다면 제가 가장 되고 싶지 않은 ‘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미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봉제 기능 직원들을 계속 보듬고 함께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익은 직원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저에게는 소중한 인적자원들입니다. 현장에 근무하는 21명의 직원들은 모두 4대보험과 퇴직연금에 가입된 정직원들입니다. 주 5일 근무도 다른 공장보다 일찍 도입했고 연간 15일의 연월차 휴가도 보장합니다. 근로기준법에 의거한 사항은 모두 지키고 있습니다. 대부분 직원들은 근속 연수가 높고 이직율이 낮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장 호흡이 잘 맞는 것이 저희의 경쟁력이기도 합니다.

현장을 둘러보니 자동화된 장비들이 많은데 기계 투자에 남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계 투자에는 과감한 편이고 무엇보다 ‘선제적 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들보다 한 발 빠른 투자가 승패를 가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단기도 공장 설립 4년 만에 도입했습니다. 당시 연단기를 살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현금 구매만 가능했습니다. 국내 판매가 별로 없던 때여서 리스나 할부금융, 카드 판매도 없던 시절이어서 현금 2천만 원을 주고 구매했습니다. 선제적 투자를 염두에 두고 최근 또 다시 물망에 올린 장비가 있습니다. 바로 CAM인데 마침 공장 아래층이 공실이 되어 최근 건물주와 임대계약을 맺었습니다. 여기에 2억원 가량을 투자해 CAM을 설치하고 있는 중입니다. 올해 연말이면 설치가 완료되고 내년부터 본격 가동됩니다. 캠은 대량생산에 적합한 장비이기도 하지만 소량다품종 생산에도 상당히 유리한 장비입니다. 한 두장 할 때는 가위로 잘라도 되지만 그 이상이면 재단기나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저희 요가복처럼 얇은 원단은 소량씩 자를 때 재단의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특수 원단은 점점 늘어나는데 재단 퀄리티가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CAM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캠은 손재단이 할 수 없는 작업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오드람프 작업은 필수적으로 스티치 간격을 맞춰 제대로 된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너치를 한 뼘 간격으로 넣고 있는데 이게 봉제시 말려들어가 미세한 품질 저하의 요인이 됩니다. 캠 재단은 이런 너치 표시를 삼각뿔 모양의 요철로 만들어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품질 저하의 우려가 없습니다. 요철은 오드람프 작업시 모두 잘려나가기 때문에 말려들어가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현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선제적 투자 관점에서 CAM 도입 외에 고려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요?
최근 요가복 업계도 오드람프 작업이 대중화되었습니다. 오드람프를 하는 공장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지요. 공장이 늘어나면 필수적으로 단가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미 한 줄에 300원까지 하던 오드람프 작업이 적게는 12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농사와 봉제의 공통점 중 하나가 누가 해서 돈 벌면 똑 같은 농사, 똑 같은 봉제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는다는 것입니다. 한 해 양파 농사 지어 재미 봤다고 소문나면 다음해는 양파 값이 폭락합니다. 봉제에서 오드람프 작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다른 것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저희는 그 대안으로 접합봉제 즉 무봉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내의류나 의류 액세서리, 아웃도어 분야에서 일부 선보이고 있는데 국내에서 제작된 것은 많지 않고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 것이 많습니다. 접합 봉제를 하면 아무래도 봉제선이 없어 착용감이 좋습니다. 작년부터 무봉제 관련 장비 업체를 찾아다니며 연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무봉제 역시 장비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현재 무봉제 풀셋 장비가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앞으로 무봉제에 CAM을 도입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무봉제는 정확한 재단이 우선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CAM을 활용한 자동재단이나 무봉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제적 투자로 한발 앞서 가야합니다. 이런 기술도 시간이 지나면 일반화될 것이고 장비 가격도 낮아질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또 다시 다른 것을 찾아야합니다. 차별화하지 못하면 결국 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 수출은 고려해 보지 않았는지?
재작년에 미국 시장을 두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국내 내의류 대표업체의 미국판매법인을 통해 저희 요가복을 수출할 수 있는지를 타진해보았는데 미주 시장의 장벽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미주 시장은 한마디로 좋은 물건을 싸게 넣어야 하는 시장입니다. 가격이 낮지만 품질은 좋아야 하는데 따져보니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중국 시장은 이미 많은 업체들이 들어가 있는데 저희가 진출하기에는 카피 문제 등 여러 가지 장애가 많아 회의적인 곳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봉제업에도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독일의 한 신발업체는 접합을 통해 무인화 공장을 만들기도 했고 40명이 필요한 티셔츠 생산 라인을 7~8명 정도로 줄인 자동화 라인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들 공장은 대량 생산을 위한 자동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소량다품종 생산이 주류인 저희와 방향과는 다르지만 결국은 자동화로 가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국내는 퀄리티 높은 고급 제품 생산만 살아남을 것이고 생산성을 따지는 제품은 해외로 나갈 것입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을 빨리 파악해 먼저 한 발 앞서 나가는 것입니다. 4년 후에 저희는 자체 공장을 세워 이전할 계획입니다. 그 때는 지금보다 진일보된 자동화 생산 라인을 만들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