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공장의 나 홀로 성장(?), 그 이유는

완성공장들이 최근 몇 년 새 부쩍 많이 늘어났다. 오더가 없어 봉제공장은 줄어들고 있는데 완성공장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완성공장이 늘어난 데에는 봉제업계의 아픈 현실이 숨어있고 그에 따른 문제점도 내재되어 있다. 과거 완성센터라고 하여 완성공정만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대형화된 공장이 있었다. 봉제업의 분업화, 전문화를 모토로 재단센터가 있었듯이 완성센터도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기업화된 업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국내 현실과 맞지 않아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어느 새인가 사람들의 기억 밖으로 사라졌다.

그러던 완성공장이 최근 10년 새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봉제업이 밀집된 금천구 일대만 하더라도 못 보던 완성공장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서울 및 수도권 곳곳에 이런 공장들이 들어섰다. 대형화된 완성공장은 살아남지 못했는데 중소규모 업체들은 늘어난 이유가 무엇일까?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완성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해외물량이 늘어나면서 완성작업을 의뢰하는 프로모션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외생산 물량 늘어나면서, 봉제는 감소 완성은 증가

“베트남이나 중국, 미얀마 등지의 해외공장에서 생산된 의류를 컨테이너로 싣고 오면 국내 매장에 바로 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당수의 제품은 새로 검품하거나 오염제거 등의 완성작업을 새로 해서 물류센터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많은 수량의 해외생산 물량이 국내 완성공장을 거쳐서 물류센터로 보내지고 최종적으로 매장에 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인건비가 싼 해외에서 모든 과정을 처리하지 않고 비싼 국내 완성공장을 거쳐야 하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그 이유는 해외운송 과정에서 제품 보관상태가 양호하지 못해 매장에 걸릴만한 수준의 제품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관 상태가 나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운송비를 절약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물량을 한 컨테이너에 넣어 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건너온 제품 중에서 니트 계열의 옷은 오염된 경우가 많아서 비닐 포장을 모두 벗기고 일일이 검품을 거쳐 오염제거 작업을 한 후 다시 포장해 마무리한다. 우븐 계열의 재킷이나 팬츠, 스커트류는 아이롱 작업을 다시 한 후에 제품의 외관을 최대한 양호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완성공장의 주요 업무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작업된 완성 품질보다는 매장에 걸리기 바로 전, 국내 완성공장을 거친 제품의 품질이 더 나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재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완성공장이 성행하는 이유 중에는 국내 주요 인기 유통채널인 홈쇼핑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의류 중 반품되는 의류는 완성공장으로 보내 오염이나 아이롱 작업을 거쳐 소비자를 다시 찾아가게 된다. 이처럼 완성공장은 떨어진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순기능을 하고 있어 홈쇼핑 판매업체나 해외생산 업체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업체수 늘면서 부작용 증가, 단가경쟁 치열 제 살 깎기

그러나 완성공장의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있다. 암암리에 작업하는 ‘라벨갈이’가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원산지 라벨을 바꿔다는 ‘라벨갈이’는 완성공장에서 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라벨갈이를 하는 이유는 ‘메이드인 코리아’ 라벨을 달면 가격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공장 업계의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많은 업체들이 라벨갈이 작업 오더를 받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생산이 많아지면서 완성공장의 숫자도 늘어났지만 최근에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완성공장 해외작업 물량만 전담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국내 생산 물량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반적으로 오더가 줄어 물량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이는 해외 생산 물량도 마찬가지다. 물량은 줄었는데 완성공장은 늘어났으니 가공 단가도 떨어지는 것이 당연지사다. 최근 완성공장 업계가 제 살 깎기 경쟁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완성공장이 늘어난 것은 해외생산이 증가했다는 신호인데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봉제업체는 계속 줄어들겠지만 완성공장은 현상 유지 내지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李相澈 局長] lee@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