土種 機器 릴레이 | LOIVA(로이바)

김형기 대표

“기업의 목적은 당연히 이익 창출이죠. 다만 이익을 창출했을 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게 저의 종교적 신념입니다.” 단추뿌리감는 기계와 단추 공급기, 감속기 등 봉제 주변기기 메이커로 잘 알려진 ‘로이바(Loiva)’ 김형기 대표를 만났다. 회사명이자 브랜드명이기도 한 ‘Loiva’는 노아, 이삭, 바울을 뜻하며 회사는 하나님의 은혜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김형기 대표의 깊은 신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로이바의 설립연월은 2006년 2월이다. 그러나 단추 뿌리감는 기계를 비롯, 대부분 아이템은 이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봉제현장에서 가동되고 있다.

로이바의 모체는 故 서명원 사장이 운영하던 ‘명진에스엠’이다. 명진에스엠에서 90년도 초반부터 개발, 공급해 온 제품군이다. 급작스레 대표를 잃은 명진에스엠은 당시 투자 지분이 높았던 現 김형기 대표의 주도 하에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김형기 대표로선 어려움이 컸지만 고인이 남긴 기술과 알토란같은 아이템을 믿고서 경영 바통을 이어받았다. 세무사로 살아온 그에게 기계 제조는 큰 벽이었다. 사명을 ‘로이바’로 바꿨다. 몸집을 가볍게 하기 위해 몇몇 아이템을 내려 놓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도 거쳤다. 2006년은 로이바에 있어 과거 명진에스엠과 선을 긋고 새롭게 정상적인 출발을 한 원년이기도 하다.

“경영 전면에 나섰을 때 운전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물건을 안줘요. 자재수급에 정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재 코스트가 더 높을 수밖에 없었지요. 당시 우리 직원은 ‘물건 값 언제 주느냐’는 전화에 무척 시달렸죠. 지금은 당월 결제를 원칙으로 하고 마감시스템이 지연된 것은 익월 현금결제를 합니다. 그때 괴로웠던 기억 탓에 무슨 일이 있어도 결제일만큼은 반드시 지킵니다.” 김 대표로선 봉제기계 제조업이 분명 낯선 분야였을 것이다. 그러나 운명처럼 받아들였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로이바가 제조, 공급하는 기기는 총 8가지이다. 그 중 주력 아이템은 단추 뿌리감는 기계(Button Wrapping & Knotting Machine), 단추 공급기(Button Feeder Attachment), 디지털 감속기(Digital Puller)이며 최근 들어 패턴 포머(Pattern Former)를 찾는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전량 수출이며 내수시장 공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해외진출 한국봉제기업은 물론 현지 로컬 공장을 공략하기 위해 해외 곳곳에 에이젼트를 두고 있다. 인도(LOIKO GLOBAL PRIVATE LTD), 방글라데시(Smart Tech Pvt. Ltd.), 홍콩(HUNG TAK SEWING & PRESSING EQUIPMENT LTD.)은 현지인이, 인도네시아(PT. LOIVA)는 한국인이 영업을 맡고 있다. “인도에서는 LOIVA가 아닌 SAKHO라는 브랜드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LOIVA의 명성이 인도 시장에서 높아지자 현지인이 자국에 LOIVA의 상표등록을 해버린 겁니다. 결국 소송을 하게 됐고 패소했죠. 궁여지책으로 현재 싸코(SAKHO)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함께 일했던 현지인이 상표등록을 해놓고선 로열티로 요구하고 있어 또다시 ‘LOIKO’로 직접 상표등록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공장에 설치 대기 중인 LOIVA

싸코(SAK HO)브랜드를 사용 못하게 될 경우 대비해 놓은 겁니다. ‘인도 사람은 믿지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설마 했죠. 이렇게 어렵게 될지 몰랐습니다.” 홍콩 에이전트는 주로 중국의 물량을 커버한다. 인도네시아 에이전트는 현지 로컬업체는 컨트롤 하지 못하고 한국공장들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그래서 별도의 에이전트나 지금처럼 인도에서 물량이 크게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커버하고 있다. 그밖에 해외 에이전트가 없는 지역이나 국내 공급은 ‘세스에이케이(SESAK)’가 담당하고 있다. 로이바가 주력하는 해외시장은 인도다.

전체 수출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유럽쪽 일감이 많은 벵갈루루 지역에 위치한 현지인 공장들 대부분이 로이바의 단추 뿌리감기를 선호한다. 고무사를 사용해 단추뿌리를 감는 A제품의 경우 실 색깔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러나 로이바 ST-10 모델은 일반 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옷감의 색깔일지라도 맞출 수 있다. 고무사로 감아 놓은 옷은 세탁을 하게 되면 쉽게 떨어져 버린다. 하지만 ST-10은 매듭식으로 감겨 서른 번을 넘게 세탁해도 풀릴 염려가 없다. 단추 공급기와 오토 지그 역시 인도에서 마켓쉐어를 넓혀가고 있다.

에디오피아 공장에서 가동 중인 로이바 기기 모습

이렇듯 로이바는 일찌감치 인도 시장을 주목했고 시장을 선점했다. 남들이 동남아 각 지역에 진출해 있는 한국봉제공장을 타깃으로 영업을 펼칠 때 역으로 한국 가먼트 공장이 전무한 인도에 눈독을 들인 것이다. 유럽쪽 일감을 처리하는 수많은 현지인 봉제공장이 곧 먹잇감이었다. 즉시 인도에 지사를 설립해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인도 지사에서 인근 방글라데시까지 커버가 가능하다. 또한 의외로 인도인들이 해외로 나가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인도네시아에도 규모가 큰 봉제공장들 다수가 인도 기업이다.

인도 봉제기계 전시회

이 역시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이번에 기계가 들어가는 인도네시아 ‘부사나그룹’에도 인도 지사에서 로이바 제품이 들어간다. 에디오피아에서도 로이바 기계들이 돌아가고 있는데 이 역시 인도와 관련 있는 공장이다. 이처럼 인도사람들은 세계 곳곳 봉제공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로이바는 산업체가 밀집해 있는 경기도 부천시 오정로 71번길에 4층짜리 아담한 자체 공장도 마련했다. 지층에는 박스와 자재를 보관하는 창고, 1층 가공반에서는 사이즈가 큰 기계들, 2층에서는 덩치가 작은 기기를 테스트하고 조립하며 3층은 개발실과 사무실, 회의실로 쓰고 있다. 현재 15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동종 업체 종사자들의 평균 연령이 50세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로이바 직원들의 연령대가 20~30대로 비교적 젊다.

중국 CISMA SHOW

회사를 지속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젊은 인력이 유입되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소신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중 하나가 인력 충원입니다. 일단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사람이 안 옵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6시 땡하면 하던 일손 멈추고 무조건 퇴근하라고 합니다. 또 ‘블루칼라가 아니라 화이트칼라다’라며 자존감을 갖도록 주지시키죠. 전에는 평일 야근에 주말에도 나와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야간근무는 안합니다.” 직원들을 생각하는 김 대표의 마음은 섬세하다. 정서 함양을 위해 직원들에게 책을 많이 읽도록 권한다. 책을 사서 읽은 후 회사 상담실에 비치해 두면 책 구입비용은 권수와 가격을 불문하고 회사가 지불한다. “회사 경영을 맡으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한 게 있습니다. 회사의 수익으로 내 개인의 부는 절대 축적하지 않을 것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늘 생각할 것입니다.”

= 연구&개발
단추의 로고가 반듯하게 달리기 위해서는 이미지 로고를 인식할 수 있도록 카메라가 단추공급기에 장착되어야 한다. 그걸 실현시키기 위한 과제가 첫번째이고 또 하나는 스커트를 입으면 힙업이 되어 스커트단의 수평이 맞지 않는다. 특히 외국 여성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체형별로 마네킹을 세워놓고 밑단을 박을 수 있는 봉제장치를 개발할 생각이다. 현재 다방면으로 실험을 하고 있고 연구 개발을 위한 동기부여는 됐다. 2018년 사업계획에 이 두가지 개발과제가 들어 있다. 이를 위해 2016년 10월경, 기술개발 전문가(공학박사)를 영입했다. 하영민 기술부사장(아래 사진에서 왼쪽)이다. 그는 국방과학연구소에 23년을 근무했고 한국폴리텍대학에서 기계설계만 20년 가까이 지도해온 베테랑이다.= 기계 가공
도장, 케이스 부분들은 외주 가공하나 웬만한 것은 내부 가공한다. 해외 가공은 일체 없다. 순수 토종기기이다.= 해외 전시
인도에서 열리는 봉제기기 전시회는 거의 참가한다. 연 2회로 전반기는 1월 델리에서, 하반기는 8월 뱅갈루루에서 열린다. 1월에 열리는 방글라데시 전시회와 상해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CISMA SHOW에도 늘 참가하고 있다.

= 가격경쟁력
중국에서 우리 제품을 흉내낸 단추뿌리감기와 공급기를 사서 분해 해봤다. 어떻게 원가절감을 했나 싶어서 봤는데 허접한 부품을 써서 겨우 기계가 작동되도록만 조립되어져 있었다. 얼마간 돌아는 간다. 나중에는 모른다는 식이다. 우리는 그런 부분들, 내장 핵심부품을 제대로 쓰다보니 가격이 높은 편이다. 가격은 높지만 가격경쟁력을 견뎌내고 있다. 국내서만 가공하다보니 힘들다. 우리가 잘 되어야 거래업체도 더불어 좋다. 즉 상생해야 한다.

= 팀플레이
기능 인력 대부분이 장기근속자이다.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에겐 자녀의 대학 학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또 하나, 현재 6개월 전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금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다. 현재 15명 중 7명이 흡연자다. 금연 선언 후 성공하면 3개월까지 20~30만원씩 금연수당이 지급된다. 지금까지 2명이 성공했다. 직원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공동체적 마인드가 커졌으면 좋겠다. 내것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축구도 개인 선수만 잘한다해서 게임에 이길 수 없다.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자기 능력과 역량을 같이 나눈다면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