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석 | INL International Technology Pte Ltd. 이사

행거 열풍에 바이어도 부채질, “INA가 뭐길래”  

서울의 某 봉제주변기기 업체에서 수출무역업무를 지원하던 그가 언제부턴가 가시권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1년 후, 소식을 전해 왔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머물며 한국 봉제공장들을 상대로 행거레일 시스템 전파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곧장 이메일을 보내 근황을 물어봤다. 조금씩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본지에 행거 관련 기술자료를 정리해 보내오기도 했다. 그런 그가 서울을 떠난지 3년 만에 자료가 잔뜩 담긴 노트북을 들고 본지 사무실을 노크했다. 수출벤더기업 본사 방문길에 짬을 낸 것이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INA’ 로고와 영문명 ‘Buddy Yoo’ 그리고 한국명 ‘유상석 이사’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행거시스템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열거하는 유상석 이사.

> INA를 간략히 소개하면?
INA는 지능형 행거 시스템의 세계적 브랜드이며 INL은 INA의 싱가폴 헤드오피스다. 중국 Zhejiang에 INA의 공장과 R&D센터가 있으며 캐나다에도 프로그램 전문 R&D센터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소비자가 프로그램 변경 요청을 하면 제일 먼저 중국 R&D센터에 보낸다. 중국 공장에서 어느 정도 프로그램 설계가 이루어지면 그것을 최종적으로 캐나다 R&D센터에 보내 완성시키는 구조다. 지능형 행거 시스템 INA는 제조업자들이 이 시스템을 사용함으로써 생산 효율 향상은 물론 해당 기업이 정보화 관리를 달성하도록 지원해 준다. 특히 특정 요구 사항 및 공장의 실제 조건에 따라 모든 제조사에 대해 개별적으로 맞춤화된 지능형 시스템을 제공해 주어 최근 해외에 진출해 있는 한국 봉제공장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어디에 소속되어 무슨 일을 하나?
INA에서 한국 봉제기업을 담당하는 영업 총괄 이사로 자카르타에 적을 두고 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오가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에 있는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세일즈하고 있다. 내년에는 인도네시아를 떠나 베트남 하노이로 옮겨갈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에 들어간지는 3년 됐다.

> INA 행거에 대한 봉제기업들의 관심은?
요즘들어 부쩍 행거라인시스템을 설치하게 되는 이유는 중국이나 홍콩, 대만계 공장들 영향이 크다. 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행거시스템을 많이 사용해 왔다. 행거를 사용하고 있는 중국, 홍콩, 대만계 공장을 바이어들이 오랜 기간 유심히 지켜 본 것이다. 공장도 깨끗하고 생산성도 오르는 걸 확인하게 되자, 한국 봉제기업 오너에게 입김을 넣어 행거 사용을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봉제자동화의 가장 기본이 행거시스템인데 왜 한국 기업은 자동 행거시스템을 안 쓰느냐’며 만나는 바이어마다 행거 얘기를 하니까 기업 오너들이 현장으로 연락해 ‘도대체 행거가 뭐길래 바이어들이 이리 요청을 하는가?’라고 물었다. 결국 실무진들이 행거를 사용하는 공장들을 몇군데 견학하게 됐다. 행거시스템이 과연 생산성 향상과 인건비 상승분, 인력난을 어떤 식으로 커버하게 되느냐, 행거시스템을 설치하면 어떻게 생산성이 오르고, 어떤 효과가 있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 등에 대해 견학을 통해 파악했다. 그런 다음 한개 라인씩 시작하게 된 것이다. 1개라인을 설치해 3~6개월 정도 사용해 보며 생산성이 오르는게 눈에 확 드러나니까 계속 설치하게 되면서 행거 시스템 붐이 확산된 것이다. 그 결과, 한세실업은 바지, 니트, 우븐 라인에 설치했다. 한솔섬유 베트남 공장(Hantex Vina, Unisoll Vina)과 한세실업 베트남 구찌 공장에서도 각각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K2 롱재킷을 하는 포마트(Foremart)도 스타트했으며 콜롬비아를 생산하는 인도네시아 ‘가야’에서도 가동되고 있다. 이렇듯 유수 기업들이 행거 시스템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어 덩달아 상담 일정도 바빠졌다.

> 20년 전쯤 국내에도 행거라인 열풍이 있었는데?
한국에 행거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가 MS-DOS 시대였다. 당시는 신사복 생산라인에서, 헤비가먼트라 트랜스포테이션 개념만으로 운용을 했었다. 당시에는 컴퓨터나 윈도우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까 프로그램도 버벅거리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봉제공장들이 사이판을 시작으로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행거 붐이 시들어 버렸다. 그리고나서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또다시 기업들이 행거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지금은 인건비가 2백 5십불에서 3백불 수준이다. 그 당시 사이판에서 중국으로, 베트남으로, 인도네시아로 공장이 옮겨 다닐 때다. 이제는 에디오피아 말고 더 이상 옮겨 갈 곳이 없다. 현지인들도 봉제를 안하려고 한다. 한편 행거시스템은 대부분 사람들이 신사복만 된다, 장타만 된다고들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 지금은 프로그램이 워낙 잘 나와 있기 때문에 500장, 1000장 짜리에 사용할 수도 있고 니트셔츠, 재킷, 신사복 정장, 패딩재킷, 롱재킷, 이불 등 다양한 봉제라인에 적용할 수 있다. 블랑켓 청바지를 비롯 수영복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아이템 생산에 적용 가능하다. 사용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 때문에 안될 것이라는 생각들이 워낙 강하다. 한번 써보고 나면 대부분 만족해 하는 게 행거시스템이다.

> 내년에도 행거 붐이 이어질 것으로 보나?
생산량 상승 퍼센테이지만 따지면 행거는 대략 8~11개월이면 투자액이 회수된다. 그런데 왜 곧바로 설치하지 못할까? 현재 오더들을 받아 가동되는 생산 라인을 죽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상, 오더가 가장 없는 시기에 2개라인씩 세워두고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재 설치 상담 건수로 볼때 내년이 되면 올해보다 훨씬 설치 공장이 늘어날 것이다. 일반 CMT공장의 경우도 설치하면 좋은데 부담이 될 것 같아 CMT공장에 맞게 저가형도 출시됐다. INA 행거는 조금 고가인데 중국제품들을 겨냥해서 N시리즈가 나와 내년부터 본격 시판이 되면 CMT공장도 노크를 해볼 생각이다. 결제도 여유있게 6개월 정도 크레딧 가능하다.

> 스마트팩토리에 대응하는 능력은?
스마트팩토리를 운영하면서 행거를 쓰게 되면 전체라인에 작업자가 전보다 왜 생산량이 안 나오고 있는지 알수 있기 때문에 본사에서도 실시간 체크가 가능하다. ‘10시에서 10시 30분 사이에 왜 갑자기 생산수량이 떨어졌나?’라고 물으면 ‘뭐, 로딩이 안 되어서…’라는 답을 들을 수도 있다. 이처럼 작업을 실시간 그대로 들여다 본다. 현재 라인에 작업자별 행거가 몇개 걸려 있는지도 보인다. 라인발란싱도 살필 수가 있다. 라인발란싱이 안맞으면 A의 것을 B에게 보내 라인발란싱을 맞춘다. 또 생산량이 저조한 이유가 불량때문인지 보고 싶으면 실시간별 불량율을 체크할 수도 있다. 모든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해서 관리하는 게 스마트팩토리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 재단부터 부속 공정, 합복, 완성까지 모든 데이터를 다 수집해서 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프로그램을 활용해 ERP와 연동을 시켜주는 토탈솔루션이다. 재단 한 묶음이 몇월 몇일 어느 파트에, 어떤 스타일에, 어떤 사이즈에, 어느 파트가 재단해서, 언제까지 보관되어 있다가, 어느 작업자에게 가서 작업이 끝나고, 이것이 합복조로 몇월 몇일에 갔는지 이동경로를 모조리 추적할 수 있다. 즉, 작업 이력이 다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얘기하는 토탈솔루션이다.

> 영업일선에서 느끼는 행거시스템에 대한 반응은?
처음 상담해 보면 공장장들이 대개 반대를 하는 편이다. 써보지 않은 상태에서 장타는 되고 단타를 안된다, 신사복은 되지만 니트는 안된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왜 안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못한다. 단지 안될 것이다라는 짐작만 갖고 있다.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현장에서 원해서가 아니라 대체로 오너 지시사항으로 스타트가 된다. 공장장이나 법인장들이 절대 먼저 하자고 나서지 않는다. 왜? 안해도 되는 걸 굳이 해서 위험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행거를 설치한 대부분 업체들의 특징이 오너 지시로 실무진이 움직여서 이루어졌다. 1개라인을 시범적으로 우선 도입해서 모니터로 테스트 해보고 결과를 보면서 계속 라인에 추가 설치하는 형태다. 그렇게 반대했던 공장장들도 설치를 해놓고 보니 관리가 쉽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도입 전에는 일일이 생산성 체크를 수작업으로 하고 라인에 문제가 생기면 달려가서 눈으로 봐야만 했는데 행거 시스템 도입 후에는 책상에서 컴퓨터로 다 볼 수 있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각 라인별 전체 작업자들의 생산수량까지도 데이터가 자동 생성되기 때문에 숫자를 가지고 라인의 문제점이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며 고객사에서 고마움을 전해 올때면 상담에서 도입까지 힘든 과정은 다 잊게 된다.

> 행거 도입 전후 공장의 변화?
롱패딩 재킷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시범적으로 1개라인에 행거를 설치했다. 얼마 후 2개라인 추가 설치를 주문해 왔다. 공장장에게 추가 설치 이유를 물었더니 ‘전체 30개 라인 중에서 행거라인의 목표달성율이 가장 높게 나와 본사에 추가 2개라인 도입을 요청해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미얀마에 있는 모 신사복공장의 경우, 추가로 행거 설치를 의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일단 행거를 설치하면 작업 테이블 밑으로 옷을 숨기질 못합니다. 즉 생산량 조절을 위해 작업자가 임의로 키핑해 두기도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 해요. 예를 들어 기존 라인에서 목표 수량이 100장인데 항상 80장으로 갔던 공장이면 90장을 할 수 있는데도 90장을 안 뽑아요. 그게 타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90장이 되면 10장을 빼서 80장으로 맞추고 다음에 70장이 나올 때 빼놓은 10장으로 80장을 맞춘단 말이죠. 그런데 행거를 쓰게 되면 그걸 못해요. 그래서 관리자들이 되게 좋아하세요. 작업자들은 상대적으로 힘들지만 할 수 있는 능력만큼만 하면 돼요. 행거설치한다 하여 작업자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 바이어들이 못쓰게 할 것 아닙니까, 아디다스, 나이키, 노스페이스, 브이에프, 갭 등 행거는 모든 바이어 권장사항입니다.” 봉제공장에 적자가 나는데 공장장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요즘 바이어들이 하도 행거 시스템을 들먹이니까 봉제현장에서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섣불리 못 움직인다. 내가 봉제기업 오너의 입장이어도 행거 도입 여부를 물어오면 당장 확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투자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과연 이게 필요한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데, 말하자면 불요불급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20만불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을 때 CAM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장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거는 망설이게 된다. 시스템이라서 그렇다. 공장의 시스템이 바뀌는 것을 두려워들 한다.

> 왜 행거 시스템이 중요한가?
행거를 쓰는 가장 큰 목적은 데이터를 가지고 관리하자는 것이다. 전체공정의 흐름을 숫자만 가지고도 파악을 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 개념에 행거시스템이 더해지면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일반 라인에서는 주고 받는게 안되지만 행거는 자유자재로 보낼 수 있고, 떨어트릴 수 있고,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 조작에 의해서 병목이 생기는 구간을 실시간으로 해결 가능하다.

> 행거 생산라인의 생산 효율?
작업자에 따라 20초, 30초, 50초 등 공수가 다 틀리다. 20초인 사람이 가장 작업이 빠르다. 빠른 사람은 행거 대기가 없어 30초, 50초 하는 사람의 작업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 행거시스템이다. 그래서 공동체 의식이 생긴다. 이러다보니 행거를 쓰다가 일반 라인에 가라고 하면 안간다. 행거는 자신이 할일만 하면 되어 편하기 때문이다. 사람 손으로 돌리고, 찝고, 풀고, 잡아 당겨 위치를 맞추는데 5~6초 걸린다면, 행거를 이용하면 바로 작업물을 빼와서 들어가기 때문에 로스타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것이 생산량 10% 정도로 직결된다. 병목현상 해결로 10%, 로스타임 줄여서 10%를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니트를 작업하다가 우븐을 해도 괜찮다. 아이템과 전혀 상관없다. 한개라인이 36개 스테이션이냐, 42개냐, 만약에 36개 스테이션인데 42개가 나오면 6개 스테이션은 부속공정으로 돌리면 된다.

> 설치 공간과 설치 후 교육?
단점이라면 기존보다 공간을 좀 많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기존 10개라인을 행거라인으로 전환 할 경우 6~7개라인 밖에 안나온다고 보면 된다. 행거라인에 투입되는 작업자 교육은 기본적으로 일주일 정도면 된다. 행거라인은 설치 후 곧바로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 익숙해지려면 한달 정도 소요된다. 생산을 하면서 작업자들을 트레이닝 할 수 있다. 15~20일 되면 생산성이 오르는 걸 실감할 수 있다. 행거시스템은 프로그램으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어 병목이 일어난다거나 직원이 결근을 해 다른 사람이 도와줘야 되는 상황일 때도 행거 프로그램을 활용해 일반 생산라인보다 생산성을 더 끌어 올릴 수 있다.

> 세일즈맨으로서의 어려움, 각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데 상당히 공이 많이 드는 아이템이다. 올해 상담을 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서에 상담 회사를 집어넣어야 할 정도로 꼭지를 떨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요구되는 분야다. 행거시스템의 제원과 효율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세일즈맨이라 자부하며 모처럼 일고 있는 행거라인 붐을 만끽하고자 한다. <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