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창간 50주년을 맞아 본지는 특별기획으로 한국 봉제업의 주요 해외투자 지역을 순차적으로 탐방할 예정이다. 이번호에는 그 첫번째 순서로 한국 봉제업의 최대 해외투자국인 베트남을 현지 탐방취재했다. 호치민시와 그 인근 지역의 봉제업체를 방문하였고 현지에서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 업계의 근황과 향후 전망을 들어볼 수 있었다. 장기 침체에 빠져있던 베트남 봉제는 최근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업체들도 오더 증가 기대 속에 먼지 쌓였던 가동 중단 장비들을 다시 손보기 시작했다. 그 현장 분위기를 수회에 걸쳐 적어 나간다. <편집자주>
노브랜드는 재작년 2022년에 매출 5400억원 가량을 달성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매출이 줄었는데 올해는 꾸준히 회복 추세에 있다.
노브랜드는 대형 바이어 위주가 아니라 패션어블한 브랜드 위주의 바이어 포션을 가지고 있다. 대량 생산 보다는 품질과 패션을 중시하는 브랜드와의 거래쪽에 회사의 정체성을 유지해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생산 방향과 마켓을 패션어블하고 리치마켓을 타깃으로 한 제품 위주로 끌고 가려는 것 역시 창업주의 기본 철학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베트남은 노브랜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이 김법인장의 생각이다.
“베트남의 장점이 품질이 괜찮다는 것입니다. 봉제 대국이라 할 수 있는 방글라데시와 비교해도 베트남이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경쟁 우위로 평가합니다. 일부 바이어가 베트남의 임금 상승 등 생산 단가 상승으로 방글라데시로 물량을 돌렸는데 제가 확인한 바로는 품질이 수준 이하였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분명 클레임 처리했을 제품이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제품이 어떻게 QC를 통과하고 매대에 놓일 수 있었는지 의아했습니다.”
오더 동향에 대해서는 최근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량 생산을 지향하는 공장이 아니어서 확 늘어나지는 않지만 조금씩 주문 문의가 늘어나고 바이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리다매형 오더를 받으면 매출이 확확 늘겠지만 저희가 그렇지 않다보니 매출을 급격히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바이어들의 가격 협상이 늘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미주는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판매가는 높였지만 벤더들에게는 생산단가 인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베트남도 인건비가 오르고 여러 가지 부대 요소가 많이 상승했는데 이 부분을 가공임에 반영해주지 않아 고민이기도 합니다.”
베트남의 향후 전망이 봉제업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지만 노브랜드는 아직까지 베트남을 주축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로 간다고 하더라도 인건비는 그 나라 역시 올라갈 것이고 그렇다면 특별한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 한다.
노브랜드 벤탄 공장은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한 공장이다. 내부에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내부에는 인력 절감과 자동화를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행거시스템을 비롯해 자동 연단, 재단라인과 자동화 특수 재봉기도 상당수 도입해 가동 중이다.
사실 좀 부담스럽게 투자된 부분도 있다고 김법인장은 이야기한다. 이 부분은 회사와 오너의 경영 철학의 영향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분야이든지 업계에서 선두 주자로 앞서가야 한다는 것을 늘 강조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디지털 도입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이미 자동화 비중을 높일 수 있는 디지털 전환 관련 시설과 장비들이 속속 진용을 갖추고 있다. 자동재단기와 AI 원단 검사장비 등 자동화기기를 생산에 활용해 인력 및 낭비 요소를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여기에 실물 샘플을 대체한 3차원(3D) 샘플을 구성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를 적용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별 정체성을 살린 디자인을 제안해 바이어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도 현재 추진 중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생산 과정은 디지털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수주 단계부터 출하 단계까지의 모든 생산 데이터를 정보통신기술(ICT) 설비를 통해 수집하며, 이를 자체 개발한 관리 플랫폼 ‘NTIS (Nobland Total Information System)’에서 분석해 생산 현장에 제공합니다.”
앞으로 베트남 봉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길밖에 없다고 이야기 한다.
“바이어들이 가격을 올려주면 가장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지만 그것은 요원한 것이고 결국 내부적으로 얼마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저희들도 이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이나 디지털전환, 자동화 장비 보강 등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업종의 특성상 이러한 시도가 현장에 제대로 구현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적은 부분도 있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시행착오가 있어도 시대에 뒤쳐져서는 안되고 항상 앞서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입니다.
내부적으로는 회사의 디자인 역량이라든지 패션 관련 강점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좀더 디자인을 특화해서 바이어 서비스를 강화한다든지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서 이것을 바이어에게 보여줄 수 있고 바이어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입니다.”
노브랜드는 니트와 우븐 제품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그 비율은 약 3:1 정도로 니트가 많은데 금년부터는 우븐 물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이야기한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총 60개 라인 정도가 가동되고 있다. 호치민이 약 30개 라인, 빈증공장이 30개 라인이 가동 중이다. 호치민 공장은 60개 라인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규모를 줄였다. 당초 베트남 법인에서는 호치민과 빈증 공장 합쳐서 총 100여 라인이 있었지만 코로나로 규모를 줄였던 것이다. 이외에도 현재 인도네시아 법인에서 상당수의 라인을 가동 중이다.
동사는 법인 공장 외에 외주 생산도 많은 편이라고 한다. 코로나 이후 정상 가동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인력 확보가 생각만큼 쉽지 않고 가공임 문제 등도 고려해 외주 생산도 어느 정도 가져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소비가 더디게 회복되고 또한 소비자들이 과거처럼 옷을 소비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다고 이야기 한다.
“코로나 때문에 미국 소비자들의 성향이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흔히 미국 사람들은 티셔츠를 한번 입고 버린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코로나를 거치면서 펜데믹으로 이동에 불편이 있어 자기 집에 세탁기 사놓고 빨아서 입기 시작하면서 옷 소비가 줄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세탁기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것이 통계로 나와 있더라는 겁니다.”
최근 노브랜드는 기존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이나 ODM 방식과 차별화를 둔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 사업 영역을 구축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는 ‘완전 제조자 기획 생산’의 형태로 생산과 디자인, 기획이 합쳐진 구조라 할 수 있다.
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고객사에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인 역량을 갖춰야만 가능한 사업이다. 현재 노브랜드의 디자인 인력 비중은 전체의 31.8%로 동종(ODM) 업계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다.
현재 노브랜드는 부가가치가 높은 ‘하이엔드(고품질·명품)’ 고객사 확대 전략에 힘을 주고 있다. 노브랜드의 프리미엄 브랜드 매출 비중은 2018년 11%에서 지난해 22%로 확대됐다.
베트남 호치민 법인에는 한국 관리자 및 기술진이 많이 생활하고 있다. 영업부 일부가 호치민으로 이동했으며 고가 고퀄리티 생산 위주이다보니 한국 관리자와 기술진이 타 업체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회사는 해외 파견 직원들이 현지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한국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은 일반 레스토랑 분위기가 날만큼 내부 인테리어 신경을 썼고 식단도 잘 짜여져 있다. 그리고 좀 놀라웠던 것은 직원들을 위한 야외 수영장을 기숙사 층에 별도로 만들어 근무 후의 피로를 풀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었다. 부러운 시설이기도 했다.
최신 생산시설과 직원 복지가 잘 된 호치민 법인 공장 여기 저기를 돌아본 후 코로나 펜데믹 이후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노브랜드의 활기찬 일상을 잠시 함께 한 후 다시 새로운 현장을 찾아 나선다.
<다음호에 송월VINA 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