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기념 특별기획 5 [KEUM KWANG VINA CO., LTD]

세계로 나아간 한국 봉제, 그 현장 속으로

2025년 1월, 창간 50주년을 맞아 본지는 특별기획으로 한국 봉제업의 주요 해외투자 지역을 순차적으로 탐방할 예정이다. 이번호에는 그 첫번째 순서로 한국 봉제업의 최대 해외투자국인 베트남을 현지 탐방 취재했다. 호치민시와 그 인근 지역의 봉제업체를 방문하였고 현지에서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 업계의 근황과 향후 전망을 들어볼 수 있었다. 장기 침체에 빠져있던 베트남 봉제는 최근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업체들도 오더 증가 기대 속에 먼지 쌓였던 가동 중단 장비들을 다시 손보기 시작했다. 그 현장 분위기를 수회에 걸쳐 적어 나간다. 이번 호는 그 다섯 번째 순서로 금광비나(KEUM KWANG VINA)를 찾아가 본다.
<편집자주>


새로운 도약 준비, 작지만 강하게
KEUM KWANG VINA CO., LTD

작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우리나라 제품이 있다. 쓰리쎄븐(777)으로 유명한 손톱깎이 제품은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갖고 싶어하는 물건이다. 깔끔하게 잘 깎이는 제품 고유의 기능에 충실한 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주)쓰리쎄븐이 베트남 현지 호치민시 인근의 빈둥(BINH DUONG)성에 투자한 현지 법인인 니트류 전문제조업체인 금광비나라는 것을 잘 모르는 이들도 많다.
쓰리쎄븐 브랜드 제품은 지금도 국내를 비롯해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 투자기업인 금광비나는 베트남 진출 약 20년만에 최대의 위기를 겪었다. 바로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투자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2006년 진출한 금광비나는 코로나 이전까지 24개 라인에 1200명 인원으로 가동되던 탄탄한 니트류 생산공장이었다. 펜데믹으로 오더가 줄어들면서 어쩔 수 없이 공장 라인을 줄이고 인원도 줄여 현재 10개 라인 450명 가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광비나는 오더가 줄고 공장이 위기 상황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법인장을 영입했는데 현재 법인장으로 역임하고 있는 김동천 법인장이다. 김동천 법인장은 젊은 시절 서울 면목동에서 니트 공장을 운영해본 경험을 비롯하여 국내 대표적인 대형 수출업체에 몇곳에서 오랜 기간 공장장 등 현장 기술자로 일해온 인물이다. 베트남 외에도 러시아 등 4개국에서 해외 근무 경력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에 온지는 약 26년 가량이 되었는데 지난해 다니던 대형 수출업체에서 은퇴한 후 국내에서 쉬던 차 급한 부름을 받고 금광비나로 다시 오게 되었다.
김동천 법인장은 베트남에서는 생산의 신이라 불릴만큼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는 공장으로 이름 나있다. 이런 명망이 알려져 금년 초에 새로 동사에 부임한 김법인장은 흐트러진 공장 운영 시스템을 재정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베트남 대부분 공장들이 정상 운영을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특히 저희 공장은 상당히 많은 악영향을 받았고 그만큼 공장 내부가 비정상인 것이 많았습니다. 현재 2개동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지만 실제 한쪽은 일부 재단 라인만 가동하고 나머지는 가동을 하지 않는 유휴 설비입니다. 현재 10개 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현재 공장동도 처음에 와보니 작업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고 너무 시끄럽다는 것이 문제로 파악되어 방송으로 조용히 작업하라는 지시를 할만큼 소위 시장통같은 공장이었습니다.”

반토막난 공장을 정상 수습하기 위해 급히 오게 된 김동천 법인장은 우선 소란스럽고 정신없는 현장부터 바로 잡기 위해서 전직원에게 유니폼을 지급했다. 관리자와 작업자가 유니폼 색상으로 구분할 수 있게 하여 누가 누군지 구분도 안되던 공장 내부를 질서 있게 시각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이런 작은 노력 덕분에 불과 몇개월이 안되어 공장 내부는 안정화되기 시작했고 예전보다 생산성이나 품질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생산성과 품질을 잡기 위해서는 공장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합니다. 현장의 라인밸런싱도 최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처음에 와서보니 이런 부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과거 대형수출업체에서 공장으로 근무할 때 니트 탱크탑 의류 같은 아이템을 생산한 적이 있는데 타업체에서는 상상도 못한 생산량을 낸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타 공장과 비교해 2배, 3배 가량을 더 생산했을 정도로 실적을 끌어올렸습니다. 그 때 타사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당시 호치민 인근에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그 때 그러한 실적이 가능했던 것도 바로 공장 시스템을 제대로 갖췄기 때문입니다. 라인밸런싱을 잘 조절하고 적시 적소의 장비와 인력, 그리고 부가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변의 장비 업체와 아타치먼트 업체 등등의 여러 조언과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당시 생산 공정 중에서 바이어스 테이프로 감아박는 공정이 있었는데 랍빠용 테이프 공급이 달려서 아예 공장에 랍바용 테이프 절단기 3대를 들여와 3명의 인원을 투입시켜 랍바감을 잘라야할 정도로 생산량이 어마어마했다. 타공장에서는 하루 4천장도 힘든 작업을 8천~9천장을 만들어냈으니 ‘생산의 신’이라는 별칭이 달리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고. 이 작업 뿐만 아니라 김법인장이 있는 공장의 생산량이 월등했기 때문에 당시에 타 공장의 시샘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수량을 만들어 놓으니 그럴만도 했으리라 짐작이 간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공장 정상화라는 특명을 받고 부임한 김법인장 덕분에 금광비나의 오더는 비교적 안정세를 찾고 있다고 한다. 상반기 오더는 풀로 찼고 문제는 하반기 오더인데 변수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가에 달려있다. 동사는 내수와 미주, 일본 등 다양한 오더를 생산하고 있으며 비교적 고품질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오더가 안정되면 공장은 이전 수준으로 서서히 규모와 인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동사가 위치한 빈증은 호치민 시내보다는 인력확보가 쉬운 편이다. 시내와는 다르게 구직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지역이어서 라인을 다시 늘리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오더 추이를 보면서 성급하게 라인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봉제라는 것이 한 때 좋다가 어느 한순간에 어려워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오더 추세가 안정된다는 확신이 생기기 전에는 흑자를 유지하면서 계속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세계 경기도 불안정하고 특히 베트남으로의 바이어 유입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현상태를 유지하면서 관망하는 것도 필요한 때입니다. 국내 내수 경기도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호황기를 대비해서 공장의 생산성과 품질 유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를 위해서 인력과 장비, 기기를 최적의 생산 준비 상황으로 만들어놓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모기업을 둔 덕분에 공장 가동만 정상화되면 큰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추가 투자는 신중한 편이다. 쓰리쎄븐의 창업주가 경험도 없는 의류제조 공장인 금광비나 설립을 시작한 이유도 궁금했다. 당초 부동산 현지 투자로 시작했는데 봉제업종을 권유받아 시작했다고 한다. 호치민 인근의 넓은 부지를 확보했는데 특별히 투자할 업종을 찾지 못했는데 당시로서는 가장 적합한 것이 봉제라는 결론이 섰던 것이다.
그 결정은 당시로서는 가장 현명한 판단이었고 설립 당시부터 코로나 전까지는 아무 문제없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는 했으나 베트남 현지에서 봉제 외에 다른 업종에도 투자하는 등 다각화도 진행했다고 한다. 그동안 공장부지의 가격은 상당히 상승했다. 호치민시 외곽의 조용한 산업단지에 자리한 동사는 규모는 크지 않은 공장이지만 조용히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공장 정상화에 바쁜 김법인장은 늦은 저녁에도 직원들과 현장 점검을 위해 바삐 사무실문을 나섰다. 그 모습을 뒤로 하고 숲이 울창한 금광비나 공장동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