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만난 사람]홍국표 서울시의회 의원

패션봉제, 지자체의 실효성 있는 지원 절실

패션봉제업 지원을 위한 서울시의  ‘서울특별시 패션봉제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이 지난 3월 통과되었다. 이번 조례안을 대표 발의하고 통과시키기 위해 발벗고 나선 서울시의회 홍국표 의원을 만나 그 과정과 향후 진행 사항을 들어본다.<편집자주>


서울시의회 홍국표 의원(국민의힘·도봉2)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패션봉제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이 3월 8일 제322회 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서울시의 패션봉제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손꼽히는 뷰티패션산업의 토대가 되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도시형 제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나, 가격경쟁력 저하, 신규 인력 유입의 단절 등으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조례안은 패션봉제산업의 활성화와 고용 창출 및 지역경제 발전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패션봉제산업 육성 종합계획 수립 및 시행 ▲분야별 패션봉제산업 지원사업에 대한 보조 ▲패션봉제산업 정책위원회 설치 및 운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서울특별시 패션봉제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은 공포된 날부터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례안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킨 홍국표 의원을 최근 서울시 의원회관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울 수 있었다.


먼저 패션봉제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번 조례안을 통과시키게 되었는데 어떤 이유에서 앞장서 통과에 힘을 실었는지가 궁금했다. 그 물음에 대해 홍의원은 최근에 중국에서 겸험했던 장면을 이야기해주었다.

“최근 중국 남쪽의 이우시 인근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규모와 차원이 달라진 중국의 패션봉제업을 접하고 난 후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습니다. 현지 관계자 이야기로는 과거에 이곳은 돼지 우리가 많았던 전형적인 중국 시골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양말을 대단위로 생산하는 대규모 집적지로 탈바꿈했다고 합니다. 끝도 없이 이어진 공장동과 그 안에는 첨단 자동화 기기와 시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자동화된 시설이다보니 관리하는 사람 몇명만 대형 모니터를 보며 생산을 체크하는 광경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광경과 오버랩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우리 패션봉제의 현실이었습니다. 저의 지역구인 도봉구에는 아직도 양말 제조 공장이 많습니다. 대부분 지하층에 사업장을 두고 오래된 구식 양말편직기로 제조하는 곳입니다. 어둡고 먼지 많은 별로 좋은 작업환경이라고 할 수 없는 업체들이 그 광경과 겹쳤습니다.”

상전벽해를 겪은 중국 한 소도시에서 받은 충격으로 한국 패션봉제, 그 중에서도 서울의 낙후성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결심을 했다고 홍의원은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그 소도시의 상전벽해가 개별 기업들의 노력만으로 그런 결실을 거두었겠느냐고 반문한다.

“돼지 우리가 최첨단 자동화 양말제조단지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과연 중국 중앙정부나 지방 정부의 지원이 없이 가능했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농촌마을을 공업단지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관급 지원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할 것입니다. 지금 이곳에는 세계적인 양말바이어가 모두 들어와 오더 주문하느라 분주합니다. 전세계 양말 소비량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반면 우리 현실은 어떻습니까. 한 때는 양말 수출 강자였던 우리나라에 이제 바이어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유가 한국 제품은 환경친화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전공정 자동화로 한번에 양말이 생산되는데 우리 제품은 구식 편직기로 짠 것이라 봉제 공정이 추가된다고 합니다. 봉제가 추가되면 잔사가 남고 그것이 지속가능 측면에서 보면 탄소배출을 늘리는 제품이라는 것입니다. 환경 문제에 민감한 유럽 바이어는 한국 제품을 아예 찾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도 무역업계 관계자에게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중국으로 패션봉제업 진출이 활발했다고 홍의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철수하고 그 자리를 중국이 차지해 기술과 기반을 그대로 받아들여 지금은 더 발전시키고 있다. 솔직히 중국의 패션봉제 관련 기술력을 이제는 과소평가할 수 없는 단계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더 늦기 전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패션봉제업을 살려야한다는 절박함을 토로했다.

“최근 중국의 거대 온라인 커머스의 공략으로 우리 패션봉제업이 고사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알리’, ‘테무’ 등 중국의 대형 온라인 유통망에서 가장 피해를 받는 분야가 패션봉제업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그곳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아이템이 패션봉제 관련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무분별한 국내 시장 공략에 관이 손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국내 패션봉제업을 보호하기 위해 당장 시급한 조치가 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패션봉제업이 오래 전부터 위기국면인 것은 맞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이나 업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물론 패션봉제 업계 지원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실효성을 거둔 지원책이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홍의원은 대표적으로 각 지자체별로 패션봉제업이 밀집한 지역에 많이 설립된 봉제업지원센터나 스마트앵커와 같은 지원시설이 예상했던 것보다 실효성 측면에서 업계에 피부에 닿는 효과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에도 각 구별로 봉제업지원센터 성격의 시설이 많이 생겨났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 시설 설립하고 관리하는 비용이면 실제 업체들에게 장비나 자동화 시설 지원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합니다. 물론 설립 취지는 좋지만 고사 위기의 업계가 느끼는 실효성 측면에서는 이미 실패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습니다.”

홍의원은 이번 조례안을 통과시킨 이유 역시 실질적으로 패션봉제업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지원책을 서울시가 마련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한다. 또한 조례안이 통과되었지만 앞으로 정책위원회 설치 등 다양한 과제가 남아 있다.

“지자체에서 지원할 것은 확실하게 지원하게 하여 중국의 예에서 보듯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단계까지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패션봉제가 당면한 인력 문제, 일감 부족, 판로 확보, 설비 노후화 문제는 개별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났다고 봅니다. 패션봉제가 도시형 제조업으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앞으로 세밀한 준비 과정을 통해 중단기적인 노력을 업계와 함께 기울여가야 합니다. 확실하고 실효적인 지원이 제대로 된다면 우리 패션봉제도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