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재봉기 시장을 가진 중국은 대형 메이커도 많지만 탄탄한 실력을 갖춘 중소형 메이커도 점차 늘고 있다. 최근 오버록, 삼봉, 닥고 등 체인스티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화탕(Huatang)도 그 중 하나다. 일본계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 분야에 뒤늦게 도전장을 냈지만 기술력과 품질로 점차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천진의 화탕 본사를 지난 9월 다녀왔다. <편집자주>
9월, 중국 천진의 초가을 날씨는 맑다. 기온은 약간 높지만 가을 문턱을 넘어가고 있다는 계절감을 이곳에서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천진은 중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큰 도시다. 처음 방문하는 곳인데 도로가 무척 깨끗하고 잘 정비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당시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수도 북경을 비롯해 인근 도시들을 대대적으로 정비 중이었다.
일본 재봉기 기술의 씨를 뿌린 도시, 천진
중국의 수도 북경과 인근의 천진시는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되는 공업지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해외 투자가 쇄도할 당시 천진시는 산업 발전의 전초기지로서 맹활약하며 도시의 규모를 키웠다. 해외 자본 중에서도 일본의 기계, 전자 산업이 많이 진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일본계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재봉기 업체들도 이 지역에 많이 진출해 기술 발전의 토대를 닦았다. 오랜 시간 산업발전의 토대가 된 도시답게 발전된 기술과 많은 엔지니어들이 양성되어 있다. 화탕(Huatang) 재봉기는 이런 지리적 배경을 가지고 천진에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부품 가공, 재봉기 부품 가공 사업 진출, 완제품 조립 생산까지
화탕은 2014년 중일합작기업으로 설립되었다. 모체는 일본 자동차 부품을 주로 생산, 납품하던 제조업체였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 Toyota, BMW, Nissan, Honda 등이 주거래업체였다. 이후 자동차 부품 가공분야에서 닦은 기술을 기초로 재봉기 부품 가공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 JUKI, PEGASUS, Yamato, KANSAI 등 일본의 주요 재봉기업체가 주거래업체였다. 과거 일본의 주요 재봉기 브랜드들은 천진 인근 지역에 많이 진출했다. 화탕은 이런 일본 재봉기 업체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을 수 있었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완제품 생산라인까지 구축할 수 있었다. 일본 업체와의 기술 교류를 통해 글로벌 전문가 개발 그룹을 사내에 구축할 수 있었고 해외 유학을 통해 글로벌 지식을 갖춘 자국의 엘리트들로 구성된 내수 및 해외 영업팀도 확보했다.
설립자, 법인대표 모두 일본통, 기술과 숙련도가 조화된 생산시설
화탕의 창립자인 동민흥 씨는 창립 전 일본 재봉기업체인 PEGASUS에서 일했다. 동민흥씨와 함께 법인대표 및 총경리 맡고 있는 廣田慶一(일본명: 케이치 히로타) 씨는 일본인 기술자 출신이다. 공업용 미싱 제조분야에서 약 40년간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 엔지니어다. 화탕 법인대표로 취임하기 전에는 일본 KANSAI SPECIAL에서 근무했다. 히로타 씨는 “화탕은 고급 공업용 재봉기를 생산하는 전문 제조업체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업체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 가공부터 시작한 회사답게 각종 제조 가공 설비를 비롯해 다양한 검측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공장은 총 8개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동차, 재봉기 부품 및 완제품 조립 공정이 각 동마다 분류되어 이뤄지고 있다. 설비 보유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면 먼저 생철 주조와 관련된 전체 자동화 설비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 주조 관련 시설은 중국의 환경규제 문제로 본사 공장이 아닌 시 외곽 지역에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sanding 가공설비, 제트라인, 표면 도장설비, 3축, 4축, 5축 가공센타 및 NC설비, 전기가공설비, 용접설비, 단조설비, 압축설비를 구비했다. 각종 Milling machine, Grinding machine, Boring machine 등 정밀가공설비를 비롯해 삼차원검측설비, 각종투영 검사설비, 강도검측설비, 각종 현미경 검측설비 및 측량장비 등 모두 합쳐 약 500여대의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인력은 연구 개발팀, 국내외 영업팀, 현장 제조 인력을 합해 총 230명이 일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 도입, 기술과 품질 중시
화탕은 기술 개발 분야의 인재 양성을 중요시한다. 선진 기술국의 엔지니어 영입에 주저하지 않고 자체 기술자 양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발 주자지만 고품질 고기능 제품 생산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런 노력을 기울인 결과 각종 지적재산권, 특허 등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또한 ISO9001 품질관리 체계에 따른 엄격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ERP, CRM 등 정보화 관리 체계를 통하여 판매, 제조, 기술, 개발, 재무, 인력자원 등 각 분야에서 정확하고 효율적인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유럽의 CE마크 안전인증을 획득했으며 이를 통해 사용자가 제품을 안전한 조건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화탕이 특히 자랑하는 부서는 전문적이고 노하우를 겸비한 마케팅 판매 및 서비스팀이다. 판매 후에도 고객이 만족하도록 본사에서 지원하는 각종 부가서비스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배송, 설치는 물론이고 기술지도와 A/S서비스를 원활히 하기 위해 부품의 안정적 공급과 관련 기술 정보공유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첨단 기술과 장인 정신의 조화 추구
화탕은 재봉기 메이커로서 사용자와 상호 발전하는 윈윈 전략과 함께 세계 일류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기술은 역시 수직 계열화된 재봉기 전 생산공정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동사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생산과정의 대체적인 흐름은 기술개발설계팀 → 재봉기 케이스주조 → 표면도장 → 케이스정밀가공 → 관련 부품자체생산 → 전자하드웨어소프트웨어 자체개발 → 조립 → 자동화설비제조 → 인공지능AI, MES 디자인 등으로 이어진다. 이런 자체의 산업체계와 이를 통해 완성된 재봉기는 품질 대비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화탕의 완제품 조립 라인은 여느 중국의 재봉기 회사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자체 가공한 고품질 부품을 가지고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정성을 들여 작업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량 생산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재봉기 한대 한대에 열과 성을 쏟는다. 중국의 대형 재봉기 메이커들의 생산현장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품질 우선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이유도 숙련된 조립라인의 기술자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고 그들의 손놀림이 섬세하기 때문이라고 동사 관계자는 이야기한다.
선택과 집중. 재봉기 시장에서 선두그룹 목표
화탕은 오버록과 삼봉, 닥고 재봉기를 주력 기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 주력 기종에서 세분화되고 특정 공정에 전문화된 기종들은 화탕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특정 분야만 집중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 속도도 빠르다. 범용 재봉기보다 체인스티치 분야의 핵심 기종만을 선택한 것은 치열한 글로벌 재봉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회사의 규모와 시장을 확대하기 보다는 핵심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기 분야에서 확실한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동사의 판매 전략은 본사와 대리점, 고객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삼인체 체계를 추구한다. 최초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객의 수요에 포커스를 맞춰 생산을 진행하고 대리점과 연계해 판매하고 함께 고객 서비스를 실시한다. 개발, 제조, 판매가 하나로 엮인 ‘ONE ROUTE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화탕의 재봉기로 편리하게 산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이 되고 있다.
향후 목표
현재 봉제업체들의 선택기준은 품질이 안정된 고효율 제품이다. 이 선택 기준에 부합하여 화탕은 재봉기의 지능화, 자동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편의성과 복합 기능이 결합된 일체형 재봉기 개발이 미래 발전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 지속적인 개발과 기술 진보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