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단 동원해 일감 확보에 주력
국내 봉제업체 모임의 원조격인 사단법인 동대문 의류봉제협회의 박건우 회장을 최근 만났다. 동 협회에서는 일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봉제업체들을 위해 공동브랜드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박회장을 통해 최근 근황과 향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최근 봉제 업계의 사정이 좋지 못한데 관련 모임을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어떤 심정인가?
연말 동장군이 무색할 정도로 업계는 찬바람이 계속 휘몰아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 하락이 겹치며 역대 최저로 오더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봉제공장 종사자들은 중국 등 주변국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제품들로 인해 매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사업체를 운영해 나가야 했다. 내수 판매는 시장이 한정되어 있고 소비 침체 여파로 물량 부족이 더해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최저 임금 인상 등의 요인으로 인건비는 꾸준히 상승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뼈아픈 것은 국내 원부자재의 품질이 중국 등의 후발 국가에 추월 당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경쟁력 약화 현상마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서도 국내 봉제공장 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아 일감 확보가 어려운 것이 여전한 현실이다.
업계가 실제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더 크다고 본다. 실제 어떤가?
봉제현장이 겪는 어려움은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2020년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여파로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잠시 휴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공장들의 마스크나 방역복을 만들면서 그 엄혹한 시절을 버텨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공장들이 많았다. 그 일감도 끊기거나 혹은 잘못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휴폐업이 늘어나는 일이 반복되기도 했다. 마스크나 방역복 작업도 끊기면서 업계는 일감이 없어 죽을 지경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재래시장에 주로 제품을 생산 납품하는 소규모 공장들 중에는 비수기에 공장을 세워두고 삼삼오오 사장과 직원들이 모여 팀을 짜서 농어촌으로 가서 일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하루 일당이라도 벌기 위해 생업을 뒤로 한채 시골로 내려가는 그들의 심정은 어떨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업계 상황을 어떻게 타계해야 하는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이대로 손놓고 죽을 수는 없지 않나라는 심정으로 협회라도 나서서 여러 가지 도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몇 가지 협회 회원사들을 위해 실제 도움이 되는 사업이 어떤 것이 있나 파악해보고 도입할 것은 도입했다. 그 중에서 최근 새로운 돌파구로 K패션을 적극 활용해 국내외에 시장을 공략해 보고자하는 공동브랜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동브랜드 사업은 우리 회원사들과 서울 종로구가 협업해 현재 업계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종로구 관내에는 수많은 봉제업체들이 존재한다. 우리 협회의 정식 회원사만 하더라도 200여 업체가 넘고 일반 회원사는 500여 업체가 우리 협회와 교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많은 업체들이 모두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함께 협회를 중심으로 봉제업체 공동체의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공동브랜드 사업을 함께 추진하면서 어려움은 없나?
종로구와 함께 ‘일루셀(illuselle)’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사업 추친하는 동안에 벌써 모든 비용이 상승해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공동브랜드 사업의 관건은 다른 것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원부자재를 비롯해 인건비가 급격히 올라 생산 가공 단가를 요구하는 수준으로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패션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을 잘 구상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로 온라인을 활용한 판매와 플랫폼 구축을 통한 회원사들의 생산과 판매가 연계된다면 일감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로구가 관리의 중심이 되고 협회 회원사들이 힘을 모아 생산한다면 뭔가 새로운 활로가 열릴 것으로 본다. 현재 일루셀 브랜드 생산 판매가 일부 인터넷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는 2024년 5월 경에 준비 단계를 마무리하고 본격 판매는 9월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루셀은 종로구의 지원을 받는 만큼 본사 성격의 조직을 구에서 신설하고 이곳에서 협회 회원사들을 생산 관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구에서 일루셀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주식회사를 새로 설립하여 브랜드를 관리할 예정이다. 이 문제는 협회와 함께 긴밀히 협조해나가고 있다. 주식회사가 상주할 공간도 종로구의 지원으로 장소 물색 중인데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회사가 브랜드의 홍보, 마케팅, 생산관리 등 전반적인 것을 맡게 된다.
공동브랜드 일루셀은 판매는 온라인으로만 이뤄지는지?
온라인이 메인 판매망이 되겠지만 오프라인 매장도 갖춰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국내 오프라인 매장들이 많이 문을 닫아 빈 곳이 많다. 빈 점포라 하더라도 가능성이 있는 지역 몇 곳을 선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해외 판매도 적극 개척할 예정이다. K 패션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판매를 적극 열어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이미 지난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다녀오기도 했다. 현지에서 열린 국제무역박람회에 제가 직접 다녀왔는데 이 자리에서 Islamic Fastion Institute와 디자인, 패턴 교육 및 의류제조 기술교육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또한 공동브랜드 일루셀을 수출할 목적으로 PT. Pan Brothers Tbk 등 3개 중견무역회사와의 수출입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공동브랜드 사업 외에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스마트공방 기술보급사업’은 어떤 사업인가?
스마트공방 기술보급사업 클러스터형 운영기관으로 저희 협회가 선정되었다. 이 사업은 중소벤터기업부/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그야말로 후진적인 생산시설과 장비에서 벗어나 스마트한 시설을 갖춘 작업장을 만드는 것으로 낙후된 시설을 첨단 자동화 장비로 교체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러 산업 분야 가운데 봉제산업 분야에서 스마트공방에 필요한 장비는 캐드캠을 비롯한 다양한 자동화 재봉기가 우선 관심 대상이다. 최근 봉제업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캐드를 활용한 디자인, 패턴 개발 등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다. 이 사업으로 장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자비 부담도 일부 있어 영세한 공장들이 많은 업계 현실상 어려운 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업계가 잘 몰랐던 지원사업을 통해 생산환경을 개선하고 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을 도울 수 있다면 협회가 적극 나서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우선 침체된 협회 회원사들의 일감 확보가 시급하다. 공동브랜드 사업도 일감 확보를 위해서 시도하는 사업이다. 이미 공동브랜드 사업은 많은 자치단체나 조합, 봉제 관련 단체들이 시도했지만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이 사업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 일루셀은 단순히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기 위한 전시성 사업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종로구 역시 비슷한 사례의 사업을 면밀히 검토하고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실패 사례를 하나 더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협회 역시 이 사업에 종로구의 지원이 있지만 반드시 사업 성공을 위해서 모든 비용이 사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사업은 오직 회원사들의 일감을 늘리는데 모든 회원사들과 지자체, 전문가들의 노력이 모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