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기념 특별기획 [2-세계로 나아간 한국 봉제, 그 현장 속으로]

재도약 노리는 베트남 호치민

2025년 1월, 창간 50주년을 맞아 본지는 특별기획으로 한국 봉제업의 주요 해외투자 지역을 순차적으로 탐방할 예정이다. 이번호에는 그 첫번째 순서로 한국 봉제업의 최대 해외투자국인 베트남을 현지 탐방취재했다. 호치민시와 그 인근 지역의 봉제업체를 방문하였고 현지에서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 업계의 근황과 향후 전망을 들어볼 수 있었다. 장기 침체에 빠져있던 베트남 봉제는 최근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업체들도 오더 증가 기대 속에 먼지 쌓였던 가동 중단 장비들을 다시 손보기 시작했다. 그 현장 분위기를 수회에 걸쳐 적어 나간다. <편집자주>


<지난호에 이어>

UBI는 새로운 대형 바이어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접촉 중인 바이어는 요가복 브랜드지만 토탈 스포츠웨어를 취급하며 물량도 어느 정도 수준은 되기 때문에 좋은 거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김상태 법인장은 이야기한다.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멤버들도 이 브랜드의 모델이 되고 각종 SNS에 올라와 화제를 몰고 다니다 보니 지금 판매 상황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품질이나 납기에 문제가 없다면 계속 거래가 이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모두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이미 현장에서 생산이 진행되고 있는데 바이어측 관계자들은 품질에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이 브랜드는 퀄리티를 중시하기 때문에 그만큼 가공임도 높은 편입니다. 저희 공장은 니트만 하는 것이 아니고 우븐과 니트가 함께 믹스된 디자인도 잘 만들기 때문에 바이어 측에서는 더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그동안 박리다매 방식이 아닌 수량이 적더라도 가공임이 높은 물량 위주로 해왔습니다. 그래서 공장 규모를 크게 늘리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크게 성장한 업체들은 대량 물량을 박리다매식으로 이윤을 추구한 측면이 많았는데 저희 공장은 퀄리티 위주, 소량이더라도 가공임이 일정 수준이 되는 바이어와 거래해온 측면이 있습니다. 사실 박리다매 방식이 이익이 많다는 것을 저 역시 과거 국내 공장을 운영하면서 경험해 보았습니다. 국내 골프웨어 생산 업체에서 짧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내수 오더라는 것이 1천장 이하 물량이 많기 때문에 생산을 하면 단기간에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현장이라는 것이 한번 오더가 투입되고 똑같은 스타일이 수일씩 혹은 한두달 정도 지속되어야 눈을 감고 생산해도 품질이 좋아지고 생산성이 나오는데 소량 다품종은 그런 면에서 이윤 확보에 한계가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동사 생산현장에는 이미 신규 바이어의 제품 생산이 한창이다. 이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상당히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고가지만 생산 수량도 스타일당 어느 정도 받쳐주는 브랜드라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고퀄리티 제품을 생산하는 까닭에 현장 청결에 김법인장은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기름때가 미세하게라도 제품에 닿지 않게 하라고 수시로 현장을 지도한다.

UBI는 연간 약 1억불 정도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는데 올해는 1억1천만 불 가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공장 전반에 시스템을 갖추었다면 코로나라는 악재를 훨씬 쉽게 극복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측면이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여러 가지 악재가 많았지만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차근차근 틀을 잡아가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NOBLAND

주문 늘어 케파 확보 필요, 인력 확보 총력 

베트남 호치민 12군의 Hiệp Thành 산업단지에는 멋진 외관을 가진 공장이 있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법인 건물 외벽에 이름 모를 열대 덩굴 식물 꽃이 늘어져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이 공장은 노브랜드 베트남 현지 법인인데 외관 못지 않게 법인 사무실과 공장 내부 역시 여느 공장과 다른 시설과 직원들을 배려한 다양한 편의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설립자의 취향이나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노브랜드는 호치민 시내에 있어 규모가 엄청나지는 않지만 갖출 것 다 갖춘 보기드문 시설을 가진 공장이라 할 수 있다.   

노브랜드 베트남 현지 법인은 김동욱 법인장이 맡고 있다. 김법인장은 코로나 이후 주춤했던 법인을 추스르고 늘어나는 주문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인력과 시설 확충에 최근 분주한 편이다.    

그는 업계에 들어오기 전에는 증권사 투자 운용 관련 일을 했다. 당시 조선업 관련 업무도 했는데 조선 업계 역시 인력 관리가 사업의 핵심 사항이다. 그런데 의류 제조업계에 몸담고 난 후에 살펴보니 오히려 조선업보다 인력관리의 디테일 면에서 훨씬 더 세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업종이라며 만만치 않다고 이야기한다.

 

노브랜드는 지난해 매출이 그 이전해보다 다소 줄었다. 동사뿐 아니라 의류수출 업계 전반이 매출 감소 현상을 겪었는데 올해는 회복을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던 오더는 좀 늘어나는 편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베트남 내부 문제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리나라도 발전하면서 봉제업이 밀려났는데 지금 베트남이 그런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입니다. 그 느낌이 강하게 든 이유가 이제 봉제업쪽으로 젊은이들이 잘 유입되지 않습니다. 저희 인도네시아 법인만 하더라도 인력 모집하면 하루에도 30~40명씩 몰려들어 라인 셋업하고 공장 가동하는데 큰 문제가 없는데 베트남 쪽 상황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코로나로 베트남은 셧다운 정책을 실시하면서 오더가 대폭 감소했고 이에 공장들도 인원을 많이 축소했다. 대형 공장들도 라인을 대폭 정리했는데 최근 오더가 다시 늘면서 가동을 늘려야 하는데 인력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도시에 있던 인력들이 코로나로 고향으로 귀향하면서 다시 귀도하는 비율도 낮아졌고 고향 인근에도 산업 시설이 많이 확충되어 아예 그곳에 눌러앉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러다보니 도시에 있던 노동 가능한 젊은 인력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베트남의 산업이 다양해지면서 특히 전기 전자 산업이 많이 투자가 되었고 그 분야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로 봉제가 타격을 받는 경향도 있습니다. 삼성전자 가전 부문 공장이 호치민에 설립되면서 특히 봉제업이 많이 타격받았는데 휴대폰이나 전기, 자동차 등 글로벌 업체들이 속속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이 업종으로의 구직이 더 늘어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베트남의 GDP가 4100불 가량 되는데 벌써 봉제업이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업계의 구인난이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코로나 이후 공장 정상화를 시도하는 공장들이 대부분 인력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자나 자동차, 기계 등의 산업 분야가 투자가 확대되는 것에도 영향을 받고 있지만 사회 제도적인 것과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문제를 가중시키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베트남의 사회제도 그 가운데 노동분야의 정책적인 문제도 봉제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저희 법인도 이 문제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편입니다. 저희는 미주 수출업체여서 컨플라이언스 문제로 정식으로 고용 계약된 직원 외에 일용직은 채용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베트남이 실업급여 형태의 복지 제도가 있는데 실업 후 1년간의 임금을 지급합니다. 우리의 경우 정리해고 등 자발적 퇴사가 아닌 회사 문제로 퇴직한 경우에 한해 실업급여를 지급하지만 베트남은 자발적으로 퇴직해도 실업급여가 지급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렇게 퇴직한 이들은 우리로 치면 객공 형태로 정직원이 아닌 일용직으로 일해서 돈을 벌고 실업급여는 그것대로 받아 이중으로 돈을 벌려고 합니다. 객공 형태의 일용직은 구하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만 정식 계약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다른 문제로 베트남도 퇴직 연금 제도가 있는데 장기 근속자에게 퇴직시 일시불로 지급할 수있는데 이것이 자금 고갈 문제로 일시불 지급이 어려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조기 퇴직을 하겠다는 사람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구인 문제로 골머리가 아픈 상황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이어집니다.>